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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올랐지만 은행 예금금리 인상 머뭇 왜? [기준금리 3.5% 시대]

기사입력 : 2023-01-13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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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의사봉을 두드리는 이창용 총재. / 사진제공= 한국은행(2023.01.13)이미지 확대보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의사봉을 두드리는 이창용 총재. / 사진제공= 한국은행(2023.01.13)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3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지만 은행들이 예금금리 인상을 주저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리 인상 경쟁 자제령을 내린 데다 최근 채권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면서 자금 조달 여건이 개선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대출금리 역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큰 폭의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이날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도 수신금리 인상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3.25%인 기준금리를 3.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은이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지난해 4·5·7·8·10·11월에 이어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됐다.

KB국민은행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분과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신상품 금리의 인상 시기와 폭을 결정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다음 주 초 유관부서 회의를 통해 수신금리 인상 여부를 논의한다.

하나은행은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과 농협은행도 수신금리 인상 여부와 관련해 “현재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과 함께 빠르게 수신금리를 올리던 은행들은 이번에는 기준금리 인상분을 즉각 반영하지 않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월과 4월, 5월, 7월, 8월, 10월, 11월 등 모두 7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 이후 빠르면 당일 수신금리 상향 조정을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작년 11월 은행권에 과도한 자금 조달 경쟁 자제령을 내리며 수신금리 상승에 제동을 걸었다.

은행의 예금금리 인상이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가중할 수 있고 은행이 시중자금을 빨아들여 제2금융권의 유동성 부족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지난해 10월 0.58%포인트, 11월 0.36%포인트 상승했다. 코픽스는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의 금리를 반영한다.

기준금리 인상과 은행채 발행이 막힌 은행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경쟁적으로 수신금리를 올린 여파로 코픽스가 급등했고, 대출금리를 밀어 올렸다.

최근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은행채 발행이 재개되면서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올릴 필요성도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예금금리는 통상 시장금리(은행채 1년물)에 연동된다. 채권시장 경색 여파로 지난해 11월 평균 5.348%까지 올랐던 은행채(1년물, AA등급) 금리는 이달 6일 4.354%까지 떨어졌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도 압박하고 있다. 최근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고 연 8%대를 넘어선 반면 정기예금 금리는 연 3%대로 떨어지자 은행들이 시장금리 대비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자 장사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 대출금리 산정 과정을 점검하는 등 모니터링 강화를 예고했다.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0일 임원 회의에서 “금리 상승기에 은행이 시장금리 수준, 차주 신용도 등에 비춰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일이 없도록 은행의 금리 산정·운영 실태를 지속적으로 점검·모니터링해 미흡한 부분은 개선토록 하는 등 금리산정체계의 합리성과 투명성 제고 노력을 지속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원장은 이날 기관 전용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들과 간담회에서도 “은행권은 대출금리를 내릴 수 있는 재량이 있다”며 “과도한 대출금리 상승으로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큰 점에 대해 개별 은행이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권은 최근 예대금리차 확대가 시장금리가 하락하는 과정에서 예금과 대출의 만기 구조 차이에 따라 빚어진 단기적인 현상이라고 해명했다.

코픽스는 전월 중 취급된 예금금리 등을 집계해 다음달 15일 이후 발표하는 만큼 예금금리 하락이 코픽스에 즉각 반영되는 데 시차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이날 현재 은행은 지난해 11월 기준 코픽스를 사용하고 있다. 12월 기준 코픽스는 오는 16일에 발표돼 17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은행연합회는 “12월 초 이후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예금금리 하락분은 이달 중순 경 발표될 예정인 코픽스부터 반영돼 주택담보대출 금리 변화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원장도 이날 “예금금리 인하가 코픽스를 매개로 대출금리에 전달되는 데에는 구조적 흐름과 시차가 있다”며 “예금금리 인하에 따른 추세적 효과는 다음번 코픽스 고시 이후 자연스럽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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