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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주공, '청약 최대어'에서 '재건축 흥망 교과서'로 [2022 건설부동산 10대이슈 ⑩-끝]

기사입력 : 2022-12-3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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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단 vs 조합 갈등 속 사상 초유의 6개월 공사중단
천신만고 끝에 분양하려 했으나 골든타임 놓치며 기대 이하 경쟁률

둔촌주공, '청약 최대어'에서 '재건축 흥망 교과서'로 [2022 건설부동산 10대이슈 ⑩-끝]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미 연준의 지속적인 금리인상과 글로벌 경기침체, 지난 2년간 폭등한 집값에 대한 고점인식 등으로 불과 1년 사이 건설부동산시장은 작년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본 기획에서는 올해 건설부동산 시장에서 발생했던 10대 이슈들을 선정해 되짚어보며 한 해를 결산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편집자 주]

공사가 진행중인 둔촌주공재건축 '올림픽파크 포레온' 전경 / 사진=장호성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공사가 진행중인 둔촌주공재건축 '올림픽파크 포레온' 전경 / 사진=장호성 기자


둔촌주공재건축 사업은 이미 철거가 완료된 2019년 말부터 재건축시장의 최대어로 불려왔다. 세대수 1만2032가구, 일반공급만 4786가구 규모에 달하는 ‘미니신도시’급 재건축인만큼 세간의 관심도 집중됐지만, 덩치가 큰 만큼 사건사고도 많고 사업 진행도 쉽지 않았다.

‘둔촌주공 재건축의 역사만 따라가도 재건축의 흥망성쇠를 모두 공부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단지를 둘러싼 크고 작은 문제점들이 산적해 있었다.

HUG와의 분양가 산정 갈등으로 인한 조합장 교체, 아파트명을 둘러싼 논란과 상가지분 갈등 등을 지나가는 동안, 역대급 저금리로 인한 ‘분양 골든타임’이 서서히 지나가고 있었다.

전 조합은 기존 설계보다 가구수와 상가 건물 추가, 고급 자재로 변경 등을 요구하며 공사비를 2조6000억원에서 3조2000억원으로 증액하기로 했다. 조합 측은 임시 총회를 거쳐 증액에 대해 승인을 받았지만, 전(前) 조합장은 총회 승인 이후 도장을 찍지 않고 있다가 2020년 6월 자신에 대한 해임안건 발의 당일 도장을 찍어 시공사에 보냈다.

그러자 새 조합은 전임 조합장 시절 체결된 이 증액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2016년 계약서만 합법이라며 공사비 역시 2조6000억원으로 책정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서울시는 코디네이터를 파견해 시공사업단과 조합 측 갈등 중재를 시도했지만 제대로 먹히지 않았고, 양측은 갈등을 좁히지 못한 채 ‘상대측에 책임이 있다’며 강경한 태도를 이어갔다.

그러자 사실상 무상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던 시공사업단은 올해 4월 15일, 초유의 ‘공사 중단’을 단행했다. 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로 구성된 사업단은 올해 4월 15일 0시를 기점으로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현장에서 모든 인력과 장비를 철수시키고 유치권을 행사해 공사장 전체 전면 출입 통제에 나섰다.

여기에 NH농협은행을 비롯한 24개 금융사로 구성된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대주단이 8월 말에 만기가 도래하는 7000억원 규모의 사업비 대출 보증 연장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조합에 전달하면서, 둔촌주공을 둘러싼 위기는 끊이지 않고 계속됐다.

사업단은 조합에 밀린 사업비를 사업단이 대위변제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대금과 관련해 조합에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통보까지 전했다. 시공사업단이 7000억원 규모의 사업비 대출을 대위변제로 대신 갚아준다면, 조합에 이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 만약 조합이 이를 갚지 못한다면 최악의 경우 아파트 전체가 경매로 넘어가고, 조합원들은 현금청산만 받고 사업에 대한 소유권을 빼앗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연달아 터지는 논란 속에 조합 집행부는 지난 7월 전원 사퇴를 표명했다. 이후 둔촌주공 정상화위원회와 조합, 시공사업단 등의 노력으로 지난 10월 17일, 6개월간 멈췄던 둔촌주공의 공사가 비로소 재개됐다.

숱한 논란과 우여곡절 속에서도 ‘분양만 성공하면 된다’는 여론이 많았지만, 하필이면 시장이 고금리와 집값 고점인식,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유례없는 빙하기에 빠져 있었다.

올림픽파크 포레온 순위 내 청약접수 결과 (8일 저녁 7시 30분 기준) / 자료=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이미지 확대보기
올림픽파크 포레온 순위 내 청약접수 결과 (8일 저녁 7시 30분 기준) / 자료=한국부동산원 청약홈


12월 초 분양에 나선 올림픽파크 포레온은 일반분양에 3695가구가 공급된 가운데, 2순위청약까지 포함해 총 2만153건의 신청을 모아 평균 5.4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데에 그치고 말았다. 총 16개 타입 중 12개 타입이 순위 내 마감됐지만, 39㎡A·49㎡A·84㎡D·84㎡E 등 4개 타입은 순위 내 청약에서 마감이 불발됐다.

강동구청은 분양가심의위원회를 거쳐 단지의 일반분양가를 3.3㎡당 3829만원으로 확정하고 조합에 통보했다. 그 결과 일반공급 대다수를 차지하는 84㎡형이 분양가 13억원을 넘기며 중도금대출이 불가능해졌다는 점이 청약 개시 전부터 우려를 샀다. 젊은 층이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지는 소형 평형 역시 29㎡형이 5억2000여만원, 39㎡형 7억1000여만원, 49㎡형이 8억8000여만원으로 가격이 낮은 편이 아니었다.

특히 전매제한 8년과 실거주 의무 2년 등 전매가 불가능하다는 점은 예비 청약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청약 전부터 제기됐다. 최근 주변 대단지인 헬리오시티나 고덕그라시움 등 기존 대장 아파트들의 시세가 하락세에 접어든 점 역시 불안요소로 꼽혔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지난해에만 분양됐어도 둔촌주공재건축은 최소 두 자릿수, 최대 세 자릿수 경쟁률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최대어에 속했다”며, “불과 1년 사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미 연준의 금리인상 자이언트 스텝 연발, 레고랜드발 PF부실 우려 사태까지 너무 많은 일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둔촌주공에 있어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된 것이다. 말 그대로 분양의 ‘타이밍’을 놓쳐버린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제 올림픽파크 포레온의 남은 문제는 계약률이다. 통상적인 아파트 청약 과정에서는 청약이 이뤄지더라도 계약을 포기하거나, 아예 부적격자로 분류돼 계약이 취소되는 등 미계약 비율이 10~15%가량 등장하게 된다. 이런 물량들은 무순위청약 등을 통해 재차 청약을 받게 되는데, 올림픽파크 포레온의 경우 청약단계에서부터 충분한 경쟁률이 성립되지 못하면서 미계약 확률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만약 단지의 계약률이 저조할 경우, 내달 만기를 앞둔 단지의 PF 차환에도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올림픽파크 포레온의 정당계약은 내년 1월 3일부터 17일까지고, PF 만기는 1월 19일이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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