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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가뭄에 저수지 고친다”… 허수성 청약·따상 막는 ‘IPO 개선안’ 발표

기사입력 : 2022-12-18 12:00

(최종수정 2022-12-18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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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수요 조사 허용… ‘적정 공모가 범위 설정’

주금 납입 능력 확인해 청약·배정하도록 개선

상장 당일 가격변동폭, 공모가 60~400%로 확대

“내년 상반기 중 관련 개정 등 개선 작업 완료”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가 2022년 12월 18일 허수성 청약을 막고자 ‘기업공개(IPO·Initial Public Offering) 건전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사진=금융위이미지 확대보기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가 2022년 12월 18일 허수성 청약을 막고자 ‘기업공개(IPO·Initial Public Offering) 건전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사진=금융위
[한국금융신문 임지윤 기자]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가 18일 허수성 청약을 막고자 기업공개(IPO·Initial Public Offering) 건전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가뭄에 저수지를 고치듯 IPO 시장 열기가 줄어든 현재 시점이 IPO 시장 관행을 꼼꼼히 개선할 적기라 본 것이다.

개선안의 주요 내용은 ▲사전 수요 조사 허용(Test the Water)을 통한 적정 공모가 범위(Band) 설정 ▲주관사의 책임 아래 주금 납입 능력을 확인해 청약·배정 ▲상장 당일 가격변동폭을 확대해 적정 균형가격 조기 형성 도모 등이다.

IPO는 비상장 혁신기업이 주식시장에 진입하는 첫 관문이자 자본시장 핵심 기제다. 공모시장에서 적정한 가격을 조속히 발견해 투자자들이 적정가치로 안정적 투자를 할 수 있게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IPO 시장 열기는 다소 주춤하고 있다. 올해 초까지는 LG에너지솔루션(대표 권영수닫기권영수기사 모아보기)을 중심으로 지난해의 활황세가 이어졌지만, 2분기 이후부터 냉랭하다.

지난해 IPO 기업은 주가 상승과 유동성 증가에 힘입어 2020년(70사) 대비 27.1% 증가한 89개였지만 올해 상반기엔 30개로 감소했다. 공모 금액도 지난해는 19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올해 상반기는 13조7000억원 중 LG에너지솔루션이 12조8000억원을 차지할 정도로 미미한 상태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IPO 시장에선 건전한 질서를 저해하는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

IPO 공모가에 대한 시장 수요 확인이 어려워 적정 공모가 범위 설정에 여러 어려움이 있는 데다가 청약 단계에서는 원하는 물량을 1주라도 더 배정받기 위해 실제 수요를 초과하는 물량을 신청하는 ‘허수성 청약’이 만연하다.

또한 기관들이 자본금이나 총자산, 수탁고 등 규모와 자금조달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가격 기재도 없이 기관 전체에 배정된 물량을 신청하는 관행이 반복됐다. 여기서 기관은 은행이나 보험사 등 금융회사와 국민연금공단(이사장 김태현닫기김태현기사 모아보기), 한국주택금융공사(사장 최준우닫기최준우기사 모아보기)와 같은 공공기관이 속한다.

지나친 경쟁은 결국 투자자 피해 사례까지 초래했다. 상장 이후 즉시 가격제한폭에 연달아 도달해 매개가 중단되다가 이후 급락하는 일이 빈번해진 것이다.

아울러 물량 배정이 불합리하단 지적도 나왔다. 기관별 배정은 주관사 자율에 맡기고 있는 만큼 평소 주관사와 업무 관계가 좋은 기관 위주로 다수 배정된다는 것이다.

가령 증권사에서 설립한 기업 인수목적회사(SPAC·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에 적극적으로 투자한 기관에 공모주 배정을 우대하는 식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수요예측에 성실히 임했지만, 적은 물량을 배정받은 기관의 경우 물량 배정 공정성에 불만을 키웠다.

그뿐 아니라 외국 투자 기관과의 공평성 문제도 있다. 외국 투자 기관은 의무 보유 확약 비중에 비해 많은 물량을 배정받는데, 이는 상장 초기 미 확약 물량을 시장에 쏟아지게 만든다. 주가 급변 등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금융위는 비상장기업의 자본시장 진입이랑 IPO 시장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고, IPO 시장이 더 공정하고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전문가와 이해관계자 논의를 통해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이 2022년 12월 18일 허수성 청약을 막고자  발표한 ‘기업공개(IPO·Initial Public Offering) 건전성 제고 방안’ 주요 내용./자료=금융위이미지 확대보기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이 2022년 12월 18일 허수성 청약을 막고자 발표한 ‘기업공개(IPO·Initial Public Offering) 건전성 제고 방안’ 주요 내용./자료=금융위

우선 첫째로 수요예측에 대한 조정이다. 적정 공모가 산정을 위해 기관 수요예측을 내실화할 방침이다.

증권 신고서 제출 이전에도 기관투자자 대상 사전 수요 조사를 허용한다. 주관사가 이를 기반으로 공모가 범위를 합리적으로 재평가 받고 조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기존 자본시장법에선 ‘신고서 제출 전 모집이나 매출(50인 이상 청약 권유)을 금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개정해 ’신고서 제출 전 공모주 일부를 청약하는 코너스톤(Cornertstone·초석) 투자자 도입과 연계하려 한다. 아울러 관행적으로 이틀간 진행되던 기관의 수요예측 기간도 늘리고, 미국처럼 투자설명회 등 IR(Investor Relations) 시 수요예측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둘째는 청약과 배정에 관한 문제다. 금융당국은 주관사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허수성 청약 수요관리 책임을 강화하겠단 뜻을 밝혔다. 내년 4월 금융 투자업 규정과 협회 규정을 개정할 예정이다.

주관사 주금 납입 능력 확인 기준을 자체 마련하고 이에 따라 수요예측 참여기관의 주금 납입 능력을 확인한 뒤 물량을 배정하도록 하는 한편, 확인 의무를 게을리한 주관사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원장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검사를 통해 업무정지 등 제재를 가할 근거를 마련하려 한다.

허수성 청약 기관에 대해서도 주관사가 배정물량 대폭 축소, 수요예측 참여 제한 등 페널티(Penalty·벌칙)를 부여할 예정이다. 또한 수요예측 과정에서 공모가를 기재하지 않은 기관에 대해 공모주를 배정하지 않도록 해 수요예측 가격발견 기능을 강화한다. 제재의 신속성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투자협회(협회장 나재철닫기나재철기사 모아보기) 차원에서 자율 규제하는 방안도 병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마지막 개선 사항은 ‘주가 급등락 방지’다. 상장 이후에도 균형가격 발견 지연, 단기 급등락 등으로 인한 투자자 손실을 최소화하겠단 각오다.

내년 4월 중 협회 규정을 개정해 의무 보유 확약 기간에 따라 물량을 차등 배정하도록 하는 ‘의무 보유 관행’을 확립해 나갈 방침이다. 상장 직후 또는 의무보유기간 종료 뒤 일시에 공모주를 파는 행위를 막기 위해서다.

아울러 소수의 거래 기회 독점이나 균형가격 발견 지연을 방지하고자 해외 사례를 고려해 상장 당일 가격변동폭을 공모가 기준 60~400%로 확대한다. 소위 시초가가 공모가 200%로 결정된 뒤 가격제한폭 상단이 30%까지 폭등하는 ‘따상’이나 따상 다음 날 가격제한폭 상단인 30%까지 추가 상승하는 ‘따상상’을 막겠다는 의지다.

현재는 공모가 대비 63~260%까지 변동하는 게 가능한 상태다. 그래서 ‘따상’ ‘따상상’이 예상되는 경우, 거래 시작과 동시에 소수가 거래를 독과점하는 ‘상한가 굳히기’ 관행이 발생해왔다. 그 결과 주문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대다수 개인투자자는 거래 기회를 상실하거나 고가에 매수해야만 했다.

금융당국은 ‘따상’ ‘따상상’ 관행 개선으로 IPO의 가장 중요한 목표인 ‘적정 균형가격 발견’이 조기에 이뤄질 수 있고, 개인투자자에게도 공정한 거래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동시에 공모주 주가 급등락에 따른 투자 손실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참고로 일본은 상장 당일 공모가의 25~400% 기준으로 시초가가 결정되고 있다. 중국은 상장 당일, 대만은 상장일로부터 4거래일 동안 가격제한폭이 적용되지 않는다. 미국은 상장 첫날 정규시장 시작 시점이 아닌 ‘최대한 많은 거래가 발생할 수 있는’ 균형가격이 형성됐을 때 거래가 시작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상장 이전 공모 투자자의 경우엔 ‘따상상’ 등으로 공모가 대비 매도가격이 높으면 투자 수익이 높아지는 측면도 있지만, 공모주 투자가 무위험 투자로 인식되는 관행 하에서는 과도한 경쟁으로 허수성 청약 등 부작용이 반복된다”며 “이에 따라 실제 배정받을 수 있는 물량도 적어 투자 수익이 미미한 상황”이라 전했다.

그러면서 “상장 직후 ‘따상’ 등의 관행이 사라지면 공모주 배정 과정에서의 과당경쟁이 완화될 수 있어 실제 해당 기업에 투자하고 싶은 개인투자자는 배정받을 수 있는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공모주에 참여한 개인투자자에게도 궁극적으로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위는 기관의 투기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의무 보유 미 확약 기관들의 공모주 매도 내역을 감시해 이후 공모주 물량 배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IPO 단기 차익거래 추적 시스템(가칭)’ 구축도 검토할 계획이다. 내년 초 관련 기관 및 업계 참여 임시 조직(TF·Task Force)을 구성해 연구용역을 실시하는 게 목표다. 연내 도입 가능성을 검토한 뒤 세부 방안을 마련하려 한다.

당국은 이번 IPO 건전성 제고 방안으로 적정 공모가가 산정되고 실제 수요와 납부 능력에 따라 공모주를 배정받을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길 기대하고 있다.

기업은 실제 미래가치에 따라 적정평가를 받을 수 있게 돼 우량 기업의 경우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고, 기관투자자는 실제 수요와 납입 능력에 따라 공정한 거래 기회를 받는 한편 안정적 장기투자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주관사 역시 공모주 수요와 적정 가격, 청약 투자자들의 주금 납입 능력을 자율적으로 검토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차등화된 역량을 기르고 장기적으로 투자은행(IB·Investment Bank)으로서의 역량을 기를 수 있다고 내다본다.

IPO 관련 전문가들 역시 이에 동조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열린 제4차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한국 주식 저평가) 해소를 위한 정책 세미나(Seminar·연수회)에서 박선영 동국대학교 교수는 “인수인과 기관투자자들 사이 양질의 정보교환이 증가하면 적정 공모가 발견 기능이 향상될 것”이라며 “기업에 대한 적극적 정보가 인수인에게 전달될 경우, 인수인이 게이트키퍼(Gatekeeper·정보관리자)로서 정보 효율성 향상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어서 임형준 금융연구원(원장 박종규) 박사도 “유가증권 따위의 인수·판매를 업무로 하는 언더라이터(Underwriter)가 기업 정보에 대한 유의미한 정보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주관사가 기관투자자를 차별적으로 대우해 반복되는 게임 속 어느 정보가 유의한 것인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태훈 신한투자증권(대표 이영창·김상태) 본부장 역시 “공모주의 단기 변동성 확대 방지를 위해 외국인이나 개인투자자도 배정 수량 일부에 락업(Lock-up·주식 상장 후 일정 기간 주식 매매 금지)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허들(Hurdle·장벽)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고, 이정의 한국거래소(이사장 손병두닫기손병두기사 모아보기) 상무도 “시장에 기여하는 만큼 리턴(Return·수익)이 있는 게 시장원리인 만큼 공평 배정은 일종의 무임승차가 될 수 있다”고 금융당국의 IPO 건전성 제고 방안에 힘을 보탰다.

이러한 의견을 수렴해 금융위는 내년 상반기 중 관련 규정 개정 등 주요 제도 개선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관련 기관, 업계 합동 TF를 지속 운영해 IPO 시장 관행 개선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프라(Infrastructure·사회적 생산 기반) 보완 등 시장 정착 노력을 계속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최근 IPO 시장이 침체 상황인데, 이번 발표로 더 어려워지는 건 아니냐”는 질문엔 “가뭄으로 물이 빠졌을 때 저수지를 고치는 것처럼 IPO 시장 관행을 꼼꼼히 개선할 수 있는 적기”라며 “이번 방안으로 주관사 책임이 강화되는 등 부담이 다소 늘어나고 실제 수요와 주금 납입 능력을 초과하는 청약이 제한될 수는 있지만, 이를 통해 적정 공모가가 산정되고 실제 수요에 따라 청약이 이뤄지는 관행이 적립되면 주식시장 효율성은 향상될 것”이라 답했다.

이어 “공모 상장 초기 가격에 대한 투자자 신뢰도 축적돼 자본시장 확대와 발전의 선순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번 방안이 시행되면서 수요가 감소한 예비 공모기업이 있다면, 실제 기업가치보다 높게 평가된 기업이 아닌지 공모가 재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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