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8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회의를 열고 진옥동닫기진옥동광고보고 기사보기 신한은행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추천했다. 회추위는 지난 11월 초부터 수차례 회의를 거쳐 후보군을 압축한 뒤 이날 회의에서 조용병 현 회장, 진옥동 행장, 임영진닫기임영진광고보고 기사보기 신한카드 사장 등 3명을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PT) 방식의 개인 면접을 거쳐 사외 이사 12명의 비밀 투표를 진행했다.
조 회장은 이날 회추위가 끝난 이후 기자들과 만나 용퇴 결정 배경에 대해 “전문 경영인이라면 현재도 중요하지만 차기, 차차기까지 보고 인사를 해야 한다”며 “이번에 회추위에서 넘어온 명단을 보니 제가 그동안 소위 '육성 후보군'으로 키워온 이들이 포함됐는데, 이 정도면 훌륭한 후배들이 올라왔기 때문에 세대교체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조 회장의 3연임을 사실상 기정사실로 여겨왔다. 지난 6월 대법원에서 채용 비리 관련 무죄 판결을 받아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난 데다 재무·비재무 성과도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조 회장이 무난히 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예상치 못한 신한금융 회장 교체에 금융권 일각에선 외압설 등 각종 추측이 나오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세대교체를 내세웠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CEO 연임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내비쳐온 만큼 직간접적인 압박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조 회장이 당국의 방향성에 맞춰 그룹 전체의 부담을 덜기 위해 연임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금융사 CEO 인사에 대해 금융당국이 연이어 메시지를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조 회장의 갑작스러운 용퇴 결정에도 이러한 분위기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냐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지난달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소집해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유능한 경영진의 선임이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자 책무”라며 “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승계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금융당국 수장의 이 같은 발언을 신한금융 사외이사들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내부통제나 소비자 보호 이슈와 엮인 금융 CEO 선임이나 연임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금융당국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 회장도 ‘라임 사태’를 용퇴를 결정한 배경으로 언급했다. 그는 “가장 마음이 아픈 건 사모펀드 사태로 고객들이 피해를 많이 봤고 직원들이 징계도 많이 받았다”며 “제가 직접 CEO로서 사표를 받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 생각해보면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주의를 받았지만, 누군가는 총괄적으로 책임을 지고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다만 진옥동 내정자도 사모펀드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지난 4월 신한은행의 라임펀드 부당 권유 등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진 내정자와 조 회장에 대해 각각 ‘주의적 경고’와 ‘주의’ 조치를 결정한 바 있다. 모두 경징계로 분류되지만, 주의적 경고가 주의 조치보다는 수위가 센 조치다.
신한금융은 1982년 신한은행을 설립한 주체인 재일동포 주주의 지분이 15%가량으로 타 금융지주 대비 상대적으로 정치적 외풍이 덜한 곳으로 여겨져 왔다. 신한금융에서마저 회장 교체가 이뤄지자 이번 인사가 금융권 CEO 인사 태풍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과 농협금융, BNK금융 등 다른 금융지주사 회장 인사에도 정부의 입김이 세질 것이란 전망이다.
우리금융의 경우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손태승 회장의 중징계가 확정된 데다 최근 우리은행의 대규모 횡령 사고 등이 겹쳐 있어 차기 회장 인선에 촉각이 쏠린다. 이복현 금감원장의 발언이 손 회장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음주께 윤곽이 드러날 차기 NH농협금융 회장 인사 역시 교체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고 있다. 당초 금융권은 손병환 현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쳐왔으나 농협금융지주 지분 100%를 보유한 농협중앙회가 정부와 소통을 위해 전직 관료 출신으로 회장을 교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 전 실장은 행시 26회로 공직에 입문해 정통 경제 관료 출신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처음 정치에 입문할 때부터 캠프 좌장을 맡아 정책 작업에 관여했다.
실제로 금융권 CEO 자리가 정권 측 인사들로 대거 채워질 경우 '낙하산 인사', '관치 금융'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노조는 지난달 성명을 통해 “권력자의 측근이나 현장경험 하나 없는 모피아(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 출신을 금융권 낙하산으로 보내려 한다면 저지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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