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7일 <한국금융신문>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올해 말 예정된 제6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 출마할 뜻을 밝혔다.
업계도 다가올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 주목한다. 지난 몇 년간 라임 사태 등 각종 문제로 투자자들의 떨어진 금융권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어서다. 거기다 최근 거시 경제 악화로 증시 상황까지 내림세를 걷는 만큼 앞으로 3년 자본시장을 이끌어갈 금융투자협회장 자리가 중요하게 인식될 전망이다.
선거는 오는 12월 치러진다. 구체적 일정이 아직 나오진 않았지만, 이르면 다음 달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후보를 추천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종 후보는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숏 리스트(Short List‧압축 후보군)로 추려진다. 후보가 되면 약 한 달 반가량 선거운동을 펼친다.
금융투자협회의 정회원사는 이날 기준으로 ▲증권사 57곳 ▲자산운용사 299곳 ▲신탁사 14곳 ▲선물사 4곳 등 376곳이다. 전체 임직원 수는 △증권사 3만8817명 △자산운용사 1만2055명 △신탁사 2917명 △선물사 371명 등 5만4160명이다.
첫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는 경우엔 1위와 2위가 재대결을 펼친다. 같은 업계에서 나온 유력 후보끼리 표가 갈려 예상 밖의 사람이 당선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전병조 “업계가 원하는 것 잘 알고 있다”
“NH투자증권이 중소형사일 때부터 기업금융(IB‧Investment Bank) 부문을 담당해 KDB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을 거쳐 KB증권 대표직에 오를 때까지 IB 관련 일을 오랫동안 했습니다. 업계가 원하는 것, 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전병조 전 KB증권 대표는 <한국금융신문>을 통해 “당국과 업계 사이 마찰이 있을 때가 많지만, 실질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이야기하면서 당국-업계-국민 간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게 금융투자협회 사명이라 생각한다”며 협회장 출마를 선언했다.
전병조 전 대표는 제29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공직생활과 증권사 업무를 모두 경험한 인물로 통한다. 지난 2019년 제5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서도 당선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지만, 개인적인 일로 출마하지 않았었다.
그가 출마를 결정한 이유는 ‘봉사’다. 자격이 된다면 그간 업계에서 얻은 경험을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쓰겠다는 각오다. 다만, 아직 후보 등록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만큼 한 마디 한 마디를 조심스럽게 전했다.
전 전 대표는 ‘조화’를 강조했다. 그는 “투자자 보호 문제는 사실 심각하다”며 “금융업이 규제산업이다 보니 당국은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규제를 강화해야 하는 측면이 강했을 것이고, 업계는 완화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을 것인데 이렇게 상충하는 부분을 정책당국과 잘 조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업계 목소리가 덜 반영되는 점도 개선하겠다고 했다. 통상 금융투자협회에서 증권사 입김이 크다 보니 전통적으로 협회장도 증권사에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본인 역시 증권사 출신인 만큼 협회장에 당선될 시 자산운용사 대표들과 접점을 늘려 균형을 맞추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금융투자협회장은 협회가 원하는 것을 반영하고 경쟁업계와의 관계를 잘 설정하면서 국민 자산을 불려 나가는 역할이 필요하다”며 “외환위기 때 국제금융 부문을 겪었고, 그 이후에도 IB 업무를 통해 많은 경험을 쌓은 만큼 업계에서 좋게 봐준다면 최선을 다해 협회장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전병조 전 KB증권 대표는 1964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대구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22살 나이에 제29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시작한 그는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와 해양수산부를 거쳐 기획재정부 본부국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공직을 떠나 NH투자증권에 들어간 2008년부터는 IB 부문 전무를 지냈다. 이어서 KDB대우증권 IB 부문 대표 부사장과 KB투자증권 부사장‧대표이사 사장을 거쳤다.
그리고 2017년 1월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통합 법인인 ‘KB증권’이 출범할 당시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과 함께 각자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돼 회사를 이끌었다. 그는 직접 발로 뛰는 최고 경영자(CEO‧Chief Executive Officer)로 ‘신뢰’를 특히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프로필
▶전병조/1964년 대구 출생/대구고등학교(교장 서재용) 졸업/1985년 제29회 행정고시 합격/1986년 서울대학교(총장 오세정) 경제학과 학사 졸업/1986년 총무처/1988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1991년 재무부 조세정책과‧국제금융과‧재무부장관 비서관/1995년 아이와대학교(University of lowa‧총장 샐리 메이슨) 대학원 경영학 박사/1995~1999년 재정경제원 금융협력과 사무관/1996~1999년 재정경제원 금융정책과 서기관/2000~2003년 아시아개발은행(총재 아사카와 마사쓰구) 경제분석학자(Economist)/2003~2005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2005~2006년 재정경제부 정책조정국 지역경제정책과장/2006~2008년 해양수산부(장관 조승환) 안전관리관/2008년 기획재정부(장관 추경호닫기추경호기사 모아보기) 본부국장/2008년 9월 NH투자증권(대표 정영채닫기정영채기사 모아보기) IB 부문 전무/2012년 7월 KDB대우증권 IB 부문 부문장(전무)/2013년 8월 KB투자증권(현 KB증권) 부사장/2015년 1월 KB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2017년 1월~2018년 2월 KB증권(대표 김성현닫기김성현기사 모아보기‧박정림) 대표이사 사장
서명석 “자본시장법 정신으로 돌아가야”
“지난 2009년 자본시장법을 제정한 근본적 취지는 글로벌 IB 같은 선진 금융회사를 만들기 위함이었습니다. 자본시장법 정신으로 돌아가 글로벌 기준 일류 금융기관 육성에 힘쓰는 것이 국가 경제의 장기발전에 중요한 동력이 될 것입니다.”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대표도 이날 <한국금융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금융투자협회장 후보에 이름을 올리겠단 뜻을 밝혔다.
업계에서 서 전 대표는 리서치(Research·연구) 센터장 출신으로 증권사 사장에 오른 최초의 인물로 유명하다. 그렇기에 자본시장과 금융 투자업에 대한 이해도가 누구보다도 높고 분석과 미래 전망을 통한 전략 수립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11년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건물에 항공기가 충돌하며 수많은 인명피해를 초래한 ‘9·11 테러’ 이후 주가 상승을 전망한 유일한 투자분석가(Analyst)로 업계에 이름이 알려져 있다.
또한 ‘동양 사태’로 회사가 침몰 위기에 있을 때 해외 매수자를 찾아 수많은 투자자 손실을 면하고 회사를 정상화한 업적도 내세울 만한 무기다. 동양 사태는 2013년 9월 동양그룹이 부실 회사채 및 기업어음(CP·Commercial Paper)을 발행해 약 5만명 피해자를 발생시킨 사건이다.
당시 서 전 대표는 불가능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대만으로 건너가 대만 유안타그룹이 동양증권 모기업인 동양그룹을 인수·합병(M&A·Mergers And Acquisitions) 하도록 하는 데 힘썼다. 본격적인 매각 작업 이후 회사는 조기에 정상화됐고, 현재 유안타증권으로 자리 잡았다. 그에겐 아직도 ‘해결사’ ‘구원 투수’같은 별명이 따라붙는다.
서 전 대표는 ‘규제 완화’를 중요하게 언급했다. 그는 “금융투자협회가 라임, 옵티머스, DLF(Derivative Linked Fund·파생 결합 펀드) 사태 이후 과도하게 투자자 보호 정책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며 “이것은 초과수익을 기대하는 많은 금융 투자자들의 이해에 오히려 반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위험이란 부분에 있어서도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는 ‘Danger’은 피해야 하지만, ‘Risk’는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며 “그래야만 그에 비례하는 수익(Return)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떤 위험도 완벽히 제거할 수는 없기에 최고의 소비자 보호는 ‘자산 배분 중요성을 가르치는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협회 조직은 민간 기업 수준으로 활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효율적인 부분은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말이다.
상장 기업에 대한 책임을 금융투자협회가 강하게 물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한국 증권시장에 대한 저평가는 상당 부분 상장 기업에 책임이 있다”며 “배당 성향을 더욱 높이고 대주주만이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한 경영이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LG화학(대표 신학철닫기신학철기사 모아보기) 기업분할, 카카오페이(대표 신원근닫기신원근기사 모아보기) 경영진의 주식 매각처럼 시장에 반하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며 “자본시장 연구원(원장 신진영)은 그런 부분을 지적하는 연구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유안타증권에서 경영 고문을 담당하고 있는 서명석 전 대표는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윤석열닫기윤석열기사 모아보기 대통령과 같은 충암고등학교 출신으로, ‘충여회’ 소속이다. 충여회는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충암고 출신 모임으로, 조재민닫기조재민기사 모아보기 신한자산운용 대표와 조철희 아샘자산운용 대표 등이 소속원으로 있다.
충암고 이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사를 마친 그는 1986년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에 공개채용 2기로 입사해 리서치 센터장·경영기획부문장·부사장·대표이사 사장을 지내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유안타증권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하는 등 30년 이상 한 직장에서 일했다. 평소 ‘증권업은 사람과 PC가 전부’라는 신념을 경영 철학으로 삼고 있다.
현재는 한국항공대학교(총장 허희영)에서 ‘기업가 정신과 협상’에 관한 과목을 강의 중이다. 업계에선 사람 만나는 것을 즐기고 설득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의사소통) 및 프레젠테이션(Presentation·발표)에 능해 협회장이 반드시 가져야 하는 ‘대외 협상력’에 강점이 있다는 평을 받는다.
◇ 프로필
▶서명석/1961년 서울 출생/1980년 충암고(교장 이윤찬) 졸업/1986년 동양증권 입사/1987년 서강대(총장 심종혁) 경영학과 졸업/1999년 동양증권 투자전략팀장/2006~2011년 동양증권 리서치센터장/2011년 동양증권 경영기획부문장·동양파워 발전사업추진본부장/2013년 동양증권 부사장/2013년 12월 동양증권 대표이사 사장/2014년 10월~2020년 3월 유안타증권(대표 궈밍쩡) 대표이사 사장/2021년 3월~ 한국항공대 인문자연학부 초빙교수
금융투자협회를 이끄는 나재철 회장의 연임 도전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나 회장은 아직 연임에 관한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임기 3년 중 남은 기간이 있기에 협회장으로서 현재 역할에 더 집중하겠단 입장이다. 지난 2019년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서 “당선된다면 연임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기도 했었다.
하지만 업계에선 다르게 본다. 아직 연임 사례는 없지만, 제도적으론 금융투자협회장을 한 번 더 할 수 있고 ‘디폴트 옵션’(Default Option‧사전 지정 운용제도) 등 내세울 만한 치적이 있기에 회장직에 또 도전할 것이라 보는 시각이 많다.
유상호닫기유상호기사 모아보기 한국투자증권 부회장도 금융투자협회장 후보 물망에 오르내린다. 유 부회장은 3년 전 선거에서도 경영 능력과 인품을 인정받아 유력한 후보로 제기됐었다. 당시 그는 “업계 동료뿐 아니라 자본시장에 애정을 가진 주변의 많은 분으로부터 협회장 출마 권유와 격려를 받았지만, 회사의 더 큰 도약을 위해 선거에 나가지 않기로 했다”며 한국투자증권 요청으로 인해 선거 불출마를 결정한다는 뜻을 밝혔었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출마 가능성도 하마평으로 떠돌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 전망된다. 지난해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해 올해 상반기 미래에셋증권의 호실적을 이끈 데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닫기최태원기사 모아보기) 금융산업위원회 위원장까지 선출됐기 때문이다.
아직 금융투자협회장 후보자 공모가 시작되지 않은 만큼 깜짝 후보가 등장할 가능성도 크다. 금융투자협회는 후보자 공모 마감 뒤 입후보 여부 공개를 수락한 지원자에 한정해 명단을 공개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증권업계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좋지는 않은 상황이라 금융당국과의 소통 능력과 위기 대처 능력, 비전(Vision‧지향점) 제시 등 지도자로서 갖춰야 할 다양한 역량이 더더욱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후보 물망에 오르는 분들 모두 장점도 있고 매력도 있는 분들”이라며 “업계에서 성과를 이루고 신망을 받는 만큼 어떤 판에서든 좋은 정책으로 선거에 임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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