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랜드그룹에 대한 시장 평가는 그렇게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재무건전성에 대한 염려가 큰 탓이다. 이 때문에 80여개에 달하는 계열사를 갖고 있는 이랜드그룹이지만 상장사는 부동산 관련 리츠 회사인 이리츠코크렙과 대구 이월드를 운영하는 테마파크 회사 이월드 단 두 곳 뿐이다.
이랜드그룹은 1980년 박 회장이 이화여대 앞에서 문을 연 2평짜리 옷가게 ‘잉글랜드’로 시작했다. 보세 의류를 팔던 박 회장은 ‘헌트’ ‘브렌따노’ 등 중저가 캐주얼 브랜드를 잇달아 히트시키며 패션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10년만에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한 박 회장은 이후 유통 시장으로 진출했다. 2000년대 본격적으로 M&A(기업 인수·합병) 시장에 뛰어들며 몸집을 더욱 키웠다. 2003년 이랜드그룹은 당시 법정관리 중이던 뉴코아(현 이랜드리테일)를 6300억원에 인수했다. 해태유통·태창, 한국 까르푸·삼립개발 등 패션 브랜드와 레저 사업부를 잇달아 사들였다.
이랜드그룹의 이 같은 재무구조는 박 회장 숙원인 ‘이랜드리테일’ IPO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16년 이랜드리테일은 IPO를 추진했지만 결국 재무적 문제로 이듬해 그 계획을 철회하고 말았다.
이랜드는 다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 먼저 2017년 1월 중국 핵심 패션 브랜드인 ‘티니위니’를 현지 기업 ‘브이그라스’에 8770억원에 매각했다. 4월에는 이랜드리테일 지분 50%를 팔며 6000억원 자금을 확보했다. 같은 해 5월 홈·리빙 브랜드 ‘모던하우스’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7000억원에 팔았다. 2500억원 규모 부동산도 매각했다.
꾸준히 재무구조를 개선하면서 이 회사는 지난달 6일 이랜드리테일을 3개 법인으로 분할한다고 밝혔다. 하이퍼마켓 사업 부문과 패션브랜드 사업 부문을 각각 물적 분할해 신설회사 ‘(가칭)이랜드홀푸드’와 ‘(가칭)이랜드글로벌패션’을 설립하는 방안이다. 이랜드리테일은 중간지주회사 역할을 한다.
이랜드 관계자는 “혼재돼 있던 사업 부문을 재편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며 “신설회사는 경영 투명성과 독립 경영 토대를 갖춰 재무건전성 확보와 투자 효율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이 같은 사업구조 재편을 보고 ‘이랜드리테일 IPO’에 더 주목하고 있다.
‘뉴발란스’를 필두로 한 패션 사업은 지난해 역대 최대인 600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업계는 올해 패션 부문 매출이 7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스파오’ ‘로엠’ 등 브랜드가 무신사와 같은 온라인 패션 플랫폼에서 흥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 패션 브랜드 ‘미쏘’는 지난해 매출 1200억원을 달성한데 이어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성장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올해 최대 매출에 도전한다”고 말했다.
킴스클럽, NC식품관 등을 필두로 새벽배송 시장에도 도전한다. 이를 위해 지난 6월 새벽배송 유일한 흑자 기업인 ‘오아시스마켓’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지분 3%(84만2062주)를 사들였다. 이랜드 관계자는 “새벽배송 시장이 이제 옥석이 가려지고 미래에 더 클 시장이기 때문에 이랜드리테일 신사업으로 낙점했다”며 “기업 규모보다는 오아시스마켓도 내실 경영을 하는 기업이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당장 IPO를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 이랜드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당장 IPO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을 때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나선혜 기자 hisunny20@fntimes.com
[관련기사]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