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최근 2년 사이 급격한 집값 상승으로 수많은 ‘영끌족’들을 낳았던 서울 아파트는 매도자들의 매수심리가 15주 연속 하락하며 영끌로 내 집 마련에 나섰던 세대들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또 한국은행 역시 미 연준보다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부동산 침체에 영향이 갈지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풍부한 시중유동성과 낮은 대출금리, 그리고 2030세대의 ‘패닉바잉’ 등의 요인이 겹치며 활황을 보였던 부동산시장은 올해 거짓말같은 침체기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기준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5.0으로 2019년 6월(78.0) 이후 3년 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9년의 하락세는 정부의 다주택자 억제 정책 등이 겹친 ‘일시적 하락’으로 분류되는 반면, 이번 하락세는 금리인상이라는 외부 이슈에 의해 수 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추세 하락’으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매매수급지수 하락은 수도권만이 아닌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9.3으로 지난주(90.1)보다 0.8포인트 내려갔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2일 기준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05건에 그치며 2월에 이어 또 다시 1천건을 하회하고 있다. 계약일 기준 집계로 변동 가능성은 있으나 결과적으로 1천건을 하회하는 것은 물론 올해 최저치가 다시 한 번 경신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년 전인 2021년 8월 4064건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6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수치다. 이런 추세가 연말까지 지속된다면 올해 서울 부동산 거래량이 통계작성 이래 역대 최소치를 갈아치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부동산플랫폼 직방(대표 안성우)이 올해 상반기 주택 매매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거래총액이 2022년 상반기 기준 100조원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전국 주택매매거래 총액은 84.9조원으로, 2019년 상반기 84.3조원 이후 처음으로 100조원 이하로 줄어들었다. 역대 반기 최고거래액을 기록한 2020년 하반기 201.4조원에 비해 57.8%가 줄어들었고, 2021년 하반기 대비 35.3% 감소했다.
직방은 “현재의 거래 위축 원인들인 금리인상, 유동성 회수, 경제 위축 등이 단기간 내에 해소되기 쉽지 않아 매매시장위축은 당분간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어 “시장 폭등이 나타난 수도권과 아파트 시장에서 급격한 위축이 발생하고, 그 여파가 아파트 외 주택시장과 지방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부 지역과 상품에 국한된 국지적 위축이 아닌 전방향적 침체 확산이 예상된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 尹정부 부동산정책,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등 방점…금리인상도 속도조절 가능성 우세
윤석열정부가 그간 펴온 부동산정책은 침체된 부동산을 활성화시켜보려는 방향에 방점이 찍혔다.
이를테면 윤석열정부는 출범 직후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배제(1년)를 통한 매물출회 및 주택 거래 활성화 유도에 나섰다. 기에 양도세 비과세, 취득세 중과배제 인정을 위한 일시적 2주택자의 종전주택 처분기한을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시행을 알렸다.
종합부동산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00%에서 60%로 하향 조정하고, 2022년 한시로 1세대 1주택자에 한해 ’특별공제 3억원‘을 도입하는 안도 추진 중이다. 이 경우 1세대 1주택자는 과세기준금액이 11억원에서 14억원으로 확대돼 세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종부세의 경우 고령·장기보유 납부유예 및 일시적 2주택·상속주택 등 불가피한 사유 시에는 주택수 산정에서 제외하는 안도 포함됐다.
이 같은 정책은 ’징벌적 과세의 정상화‘라는 명분 아래 진행됐지만, 한편으로는 ’부자감세‘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다주택자 및 고소득층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고 정책을 진행한 결과 조세 형평성에 영향이 갈 수 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이처럼 종부세 완화 방침이 전해지자 다주택자들이 급매로 내놓았던 매물 회수에 나섰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아파트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1달 전과 비교할 때 –0.7% 감소했다. 이 중 고가주택 비중이 큰 서초구가 –2.6%, 강남구가 –2.1%를 기록하는 한편, 상대적으로 집값이 비싸지 않은 지역으로 분류됐던 도봉이 –3.1%, 강북이 –3.1%를 기록하는 등 전반적인 매물 감소세가 나타났다.
미 연준보다 소극적인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스탠스도 주목할 부분이다. 오는 25일 열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를 두고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0.25%p 인상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미 연준은 또 한 차례의 ’자이언트 스탭‘, 이른바 0.75%p 추가인상을 시사한 상황에서 이번 한은의 금리인상이 ’베이비 스탭‘에 그치게 되면 한미 금리역전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금리인상 속도 조절이 나타나는 이유를 두고 일각에서는 ’부동산 부양‘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을 보내고 있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무엇보다 지난 정부의 부동산 실정을 틈타 정권교체가 이뤄진 만큼, 이번 정부가 가장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분야도 부동산일 것”이라며, “이번 금리인상 속도조절도 부동산의 급격한 하락을 막기 위한 조치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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