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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중과세 폐지, “부자감세·양극화” vs “서민 전월세부담 완화” 의견 분분

기사입력 : 2022-07-22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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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다주택자 죄악시·징벌적 과세 흔적 지우려는 尹정부
임대사업자 부담 줄며 서민층에 대한 다주택자 '조세 전가' 감소 기대
"다주택자 버티기 구실 마련, 빈익빈부익부 심화" 비판, 8월 국회 진통 예상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기획재정부이미지 확대보기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기획재정부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21일 발표된 윤석열닫기윤석열기사 모아보기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에서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대폭 인하 및 기본공제액 인상 등의 내용이 포함되면서 ‘부자감세’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임이었던 문재인정부가 내놓았던 부동산정책을 사실상 백지화하는 동시에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고 ‘버틸 수’ 있는 환경을 정부가 마련했다는 지적이다.

반면 종부세 외에도 양도세와 취득세 등은 여전히 세율이 낮지 않고, 전 정부가 과도한 이중과세 및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가 이뤄졌다는 비판을 이어왔던 전문가들은 ‘부동산 조세제도 정상화 과정’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조세 완화로 다주택자·임대사업자들의 부담이 줄면 서민에 대한 조세전가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간 다주택자들의 세금 부담이 서민들의 전월세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지난 정부의 ‘다주택자 때리기’가 오히려 서민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었다.

2022 세제개편안 중 부동산세제 관련 내용 / 자료=기획재정부이미지 확대보기
2022 세제개편안 중 부동산세제 관련 내용 / 자료=기획재정부


◇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 차단·서민층 조세부담 전가 감소 기대

기획재정부는 21일 내년부터 다주택에 대한 중과세를 폐지하고, 기본세율도 문재인정부 이전 수준인 0.5%~2.7%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종부세 일반 기본공제 금액 또한 2005년 제도 도입 이후 18년 만에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오르게 된다.

현행 다주택 중과세율(1.2∼6.0%)은 폐지되고, 다주택자도 1주택자와 같은 기본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기본세율 자체도 현재 0.6∼3.0%에서 0.5∼2.7%로 내려간다. 기획재정부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조정대상지역의 2주택자(총 공시가 30억 원)가 내야 하는 종부세는 올해 7151만 원이지만 내년에는 1463만 원으로 80%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윤석열정부는 출범 전부터 ‘부동산세제 정상화’를 기치로 내걸어왔다. 문재인정부가 다주택자를 죄악시하며 징벌적 과세를 이어왔고, 이에 따라 세수가 지나치게 올라 국민의 부담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추경호닫기추경호기사 모아보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은 종부세에 대해 “실제 시장 안정 효과도 없었고, 정말 비정상으로 운영됐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번 세제개편안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쪽에서는 이미 종부세 외에 양도세·취득세·보유세 등의 세율이 높게 책정돼있으므로, 종부세 이중과세는 과도하다는 의견을 보여왔다. 재산세의 경우 별도의 기준 변화 없이 현행 체제가 유지되기 때문에, 적어도 종부세에 대해서는 조정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또 종부세 개편안과 함께 주택임대소득 과세 고가주택 기준 인상, 소형주택 임대사업자 세액감면 연장 (조특법) 등도 이번 세액개정안에 이름을 올리면서, 서민층의 전월세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종부세 개편을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그간 종부세 등 다주택자들의 세금이 과중해지면서, 다주택자들은 전월셋값을 올려받아 이를 충당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오히려 다주택자들에게 주어진 조세부담이 서민들에게 전가되는 현상이 발생했다는 부분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전병목 조세연 선임연구위원과 송경호 조세연 부연구위원은 '부동산 보유세 개선 방향: 종합부동산세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지난달 28일 열린 공청회에서 우리나라의 종부세 제도 개편 필요성을 제시한 바 있다.

조세연은 "보유세 부담은 2020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을 초과했고 부담 구조 역시 역진적"이라며 "하위 소득계층에서는 소득세 부담보다 높은 상황인 반면, 보유세 강화의 주요 목적 중 하나인 가격 안정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두 연구위원은 "상위 자산가 과세 수단인 종부세 역할을 감안할 때 보유 주택 수보다 과표 기준으로 전환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보유 주택 수 기준은 서울(강남)에 대한 수요를 더욱 증가시키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높아진 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종부세 세율을 하향 조정하고 미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세 부담 상한제도의 하향 조정도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소득 수준 및 증가 속도에 부합하는 세 부담 제도로 유지하고 재산세 역시 증가 속도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사진=픽사베이이미지 확대보기
사진=픽사베이


◇ 스태그플레이션 온다는데 세수 13조 감소? 부자감세 형평성·부의 양극화 논란

반면 이번 감세안을 두고 서민에 돌아가는 혜택보다 부자감세에 지나치게 포커스가 맞춰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팽배한 상황에서 세수가 줄어들면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따라 내년에만 6조4000억원 수준, 총 13조1000억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고 있는데, 이는 이명박 정부 첫해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감세 정책이다.

이 중 종부세 개편으로 인해 감소되는 세수는 1.7조원으로, 직장인의 소득세 감세액보다 커 ‘부자감세’에 해당한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고소득층의 조세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중산층과 직장인들에게 가해지는 조세부담이 강해지고, 이로 인해 빈익빈 부익부와 부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또 이번 종부세 개편이 실제 주택시장 안정으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부동산시장의 흐름은 정부의 규제완화 시그널에도 불구하고 미 연준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빅 스텝’이 이뤄지며 경색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영끌’을 통해 매수에 나선 집주인들이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매물을 내놓지 않

고 있고, 매수자들은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을 기대하며 매도에 나서지 않으면서 평행선 속에서 거래절벽이 지속되고 있는 점 역시 시장 침체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의 종부세 폐지가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고 ‘버티기’에 나설 수 있는 구실을 제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지금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시장이 하강국면에 접어들었는데, 다주택자들은 더더욱 매물을 내놓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고 진단하는 한편, “혹은 충분한 자금여력이 있다면 이 사이 매물을 더 매수하려는 경우도 있어 부동산 양극화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생각을 밝혔다.

다만 이 같은 안들이 통과되려면 오는 8월 국회에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동의를 얻어야 하므로, 실현까지는 다소 진통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전문가는 “전반적으로 1주택자보다는 다주택자에 초점을 맞춘 개편안이 나오면서 당장 겉으로 보기에는 국민 정서와는 다소 거리가 먼 정책이 나왔다”며,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1주택자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어야 야당의 협력도 얻어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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