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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시대, ETF보다 자산 편입 융통성 있는 ‘ETN’ 인기 [Focus]

기사입력 : 2022-06-15 16:35

(최종수정 2022-06-17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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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원유 관련 ETN 투자 ‘훌쩍’ 늘어
지난달 국내 ETN 거래대금 2조 넘겼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 976억… 89.5% ‘급증’
인플레이션 방어 용이·퇴직연금 투자 가능

상장지수증권(ETN·Exchange Traded Note)은 발행사 신용을 믿고 돈을 빌려주는 것일 뿐 ETN에 편입된 종목을 투자자가 보유하지는 않는다./사진=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의장 나재철)이미지 확대보기
상장지수증권(ETN·Exchange Traded Note)은 발행사 신용을 믿고 돈을 빌려주는 것일 뿐 ETN에 편입된 종목을 투자자가 보유하지는 않는다./사진=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의장 나재철)
[한국금융신문 임지윤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있다. 그러자 천연가스, 원유 등 다양한 종류의 상장지수증권(ETN·Exchange Traded Note)이 투자자들 사이 큰 인기를 끈다. 인플레이션(Inflation·물가 상승) 방어에 용이하다는 점과 퇴직연금 투자가 가능한 상품이 있다는 점 등이 인기 비결로 지목된다.

한국거래소(이사장 손병두닫기손병두기사 모아보기)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으로 ETN 시장의 지표 가치 총액은 11조558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8조7714억원에서 반 년 만에 2조7800억원가량 늘어난 셈이다. 작년 한 해 동안 ETN 시장 규모가 3조3766억원 증가한 점을 고려했을 때 가파른 성장세다.

지난달 국내 ETN 거래대금은 2조510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976억7000만원이다. 4월 대비 89.5% 급증한 수준이다. 이는 2020년 5월 1517억원 이후 2년 만의 최고치다.

ETN, ETF‧ELS보다 어떤 강점 있길래?

ETN은 상장지수증권 또는 상장지수채권이라 부른다. 추종하는 기초지수 변화율과 ETN 수익률이 연동되는 수익구조다. 상품 구조에 따라 기초지수 변동률을 그대로 추종하기도 하고, -1배, 2배 등 변동률의 배수를 추종하기도 한다. 현재 총 297개의 ETN이 한국거래소(이사장 손병두)에 상장돼있다.

보통 상장지수펀드(ETF‧Exchange Traded Fund)와 유사한 면이 많아 자주 비교된다. 영어 이름에서도 거래소에서 거래된다는 ‘Exchange Traded’는 같다. 마지막 ‘Note’(증권‧채권)와 ‘Fund’(펀드) 차이밖에 없다.

ETN은 증권사가, ETF는 자산운용사가 만든 상품이며, ETN의 경우 주로 원자재 거래에, ETF는 주식 거래에 특화했다. ETN은 투자 대상이 같다면 수익률 차이가 거의 없지만 ETF는 추종지수 움직임을 100% 따라갈 수 없어 추적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자산운용사의 운용 실력에 따라 수익이 흔들릴 수 있다는 말이다. 둘 다 증권거래세가 따로 들지 않으며, 국내 주식형 ETN은 매매차익에 관한 비과세 혜택도 주어진다.

ETF는 편입된 종목을 투자자가 실제로 소유하고 있다 봐도 무방하지만, ETN은 발행사 신용을 믿고 돈을 빌려주는 것일 뿐 ETN에 편입된 종목을 투자자가 보유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발행사가 투자금으로 건물을 올리더라도 추후 만기 때 약속한 금액만 돌려주면 아무 문제 없다.

수수료는 상대적으로 ETN이 더 높다. 다만, ETN이 ETF보다 더 많은 상품이 있어 투자자 선택지가 넓다. 대표 지수나 다양한 주식 종목을 담은 ‘바스켓 지수’를 기초지수로 하는 상품을 선택하면 자동 분산투자 효과도 누릴 수 있다.

국내 상장된 ETN은 종류가 많지만, 시가총액이나 거래 유동성이 풍부한 상품은 한정돼있다. 그래서 ETN에 투자할 때는 시가총액 규모와 유동성 순위 등을 고려해 종목을 선정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롤오버’(Rollover‧선물 교체) 비용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ETN의 기초자산은 선물이고, 선물은 매달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ETN, ETF와 함께 자주 언급되는 또 하나의 투자 상품이 있다. 주가연계증권(ELS‧Equity-Linked Securities)이다. ELS는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주가지수나 특정자산의 가격이 일정 수준으로 하락, 상승하지 않으면 정해진 이율을 주는 상품이다.

ETN, ETF가 가격 변동에 따라 수익을 지급한다면, ELS의 경우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일정한 범위 안에 있다면 수익이 발생한다. 다만, 기초자산 기준점인 ‘녹인배리어’(knock in barrier)가 있어 약정 가격 이하로 내려가게 되면 원금을 다 잃을 수도 있다.

상장지수증권(ETN·Exchange Traded Note)은 보통 상장지수펀드(ETF‧Exchange Traded Fund)와 유사한 면이 많아 자주 비교된다./사진=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의장 나재철)이미지 확대보기
상장지수증권(ETN·Exchange Traded Note)은 보통 상장지수펀드(ETF‧Exchange Traded Fund)와 유사한 면이 많아 자주 비교된다./사진=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의장 나재철)
물가‧금리 치솟는 현 국면 ETN엔 기회?

ETN이 최근 떠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물가와 금리 치솟고 있는 현 국면에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시 사태 등으로 원유, 천연가스 등 대체 자산 가격이 크게 뛴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Federal Reserve System) 통화 긴축까지 지속되면서 이러한 시장 변동성을 기회라 생각하고 원자재 레버리지 ETN에 자금이 몰리는 것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자산 편입 융통성이 있다는 점이 지금같이 증시가 불안한 상황 속 강점으로 꼽힌다. ETF는 규정상 최소 10종목 이상 편입 종목에 넣어야 하는 등 발행 규제 요건이 까다로워 상품 구성에 제약이 많다.

반면, ETN은 5종목 이상으로 구성할 수 있다. 일반 상품, 대표 지수, 변동성, 통화, 주식 등 다양한 기초지수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ETF로 나오기 힘든 투자 상품에도 투자가 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15일 기준으로 국내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ETN 상품은 1조2645억2000만원에 해당하는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이다. 이어서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과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이 2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모두 유가 변동을 2배수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이다. 이 상품들은 각각 전일 5.74%, 5.68%, 5.74% 증가세를 보이는 중이다.

연초와 비교하면 수익률은 확연하다. 전날 3130원에 거래를 마친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은 연초 1105원과 비교했을 때 수익률은 283.26%다.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과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역시 각각 262.71%, 258.88% 수익률을 나타낸다.

현재 전문가들 사이에선 국제 유가 오름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날 아시아 시장에서 7월 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West Texas Intermediate) 가격은 배럴당 0.13%(0.15달러) 증가한 119.0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New York Mercantile Exchange)에서 WTI 7월 인도분 가격은 미 연준의 통화 긴축 강화 우려에 전장보다 1.65%(2달러) 내린 배럴당 118.9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공급 우려와 함께 장중 최고 2% 이상 급등하면서 123달러 수준까지 가기도 했다. WTI는 올해에만 60% 이상 가격이 치솟은 상태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대표 마르쿠스 골드만‧사무엘 삭스)는 올해 7~9월 북해산 브렌트 유(Brent oil) 평균 가격이 배럴당 140달러대를 보일 것으로 관측했다. 중국의 수요 회복과 러시아의 감산에 따라 원유가 구조적으로 부족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투자분석가(Analyst)는 “우크라이나 전쟁 뒤 원자재 공급이 줄면서 하반기 원자재 시장은 타이트한(Tight‧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수급 환경이 이어질 전망”이라며 “러시아가 세계 석유 공급 11%를 담당하는 만큼 지정학적 리스크(Risk‧위험) 해소 전까지 유가의 상방 압력이 유효하다”고 전했다.

오재영 KB증권 투자분석가는 “지난 2일(현지시간) 산유국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OPEC‧Organization of the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와 비(非) OPEC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가 7~8월 증산을 결정했지만, 이는 원유 시장을 안정시킬 정도로 큰 규모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ETN 상품 ‘속속’ 신규 상장

퇴직연금 맞춤형 상품도 ETN 시장이 성장하는 비결 중 하나로 지목된다. ‘미래에셋 K200 Auto-KO-P 2212-01’ ETN의 경우 코스피200지수가 기준 지수 이하로 하락할 때 하락률의 2배만큼 만기에 지급하는 상품이다. 그 대신 만기 시 기초지수가 기준 지수의 115% 이상이면 발행가 70%만 지급한다. 손실이 원금의 40%를 초과하지 않아 퇴직연금 계좌에 투자하는 것도 가능하다.

전균 삼성증권 투자분석가는 “퇴직연금은 성장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꼽힌다”며 “증권사 역시 ETN 상품을 개발할 때 그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플레이션과 원자재 상승 압력이 유지되는 상황이라 원자재 상품 등 ETN에 관한 수요는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ETN은 ETF에 비해 아직 절대적인 시장 규모 자체는 작지만, 전통적인 자산과 연관성이 낮아 높은 물가와 이에 따른 금리 인상 압박으로 투자심리가 악화하는 현재 국면에서 효과적인 투자 대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최근 금, 은, 달러, 탄소배출권, 농산물 등 기초자산이 다양한 ETN도 속속 상장하는 만큼 다양한 상품에 관심을 기울여보면 좋을 듯하다”고 조언했다.

지난해부터 공격적으로 ETN 상품을 내놓고 있는 메리츠증권(대표 최희문)은 지난 13일 미국 국채 30년 물에 투자하는 ETN 4종을 신규 상장했다./사진=메리츠증권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부터 공격적으로 ETN 상품을 내놓고 있는 메리츠증권(대표 최희문)은 지난 13일 미국 국채 30년 물에 투자하는 ETN 4종을 신규 상장했다./사진=메리츠증권
실제로 최근 다양한 ETN 상품이 신규 상장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공격적으로 ETN 상품을 내놓고 있는 메리츠증권(대표 최희문닫기최희문기사 모아보기)은 지난 13일 미국 국채 30년 물에 투자하는 ETN 4종을 출시했다. 기초자산인 미국채 30년 물에 관해 1배와 2배, 인버스 형태로 1배 및 2배 투자가 가능하다. 선물이 아닌 미국채 현물을 추종하고 레버리지‧인버스2X 방식으로 투자할 수 있는 종목은 이번이 최초다.

한국투자증권(대표 정일문닫기정일문기사 모아보기)은 15일 ‘TRUE 에프앤가이드(FnGuide) 사물인터넷(IoT) ETN’을 코스피에 상장했다. 해당 ETN의 기초지수는 에프앤가이드(대표 김군호‧이철순)의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지수로, 만기일은 오는 2027년 6월 4일이다.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종목 가운데 LG전자(대표 조주완‧배두용) 등 IoT 산업과 관련이 높은 종목을 선정해 기초자산으로 편입했다.

한편, ETN은 신용위험 때문에 자기자본 5000억원 이상, 신용등급 AA-이상 등의 까다로운 발행 요건을 충족한 증권회사만 발행할 수 있다. 현재 ▲미래에셋증권(대표 최현만‧이만열)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대표 정영채닫기정영채기사 모아보기) ▲삼성증권(대표 장석훈) ▲KB증권(대표 김성현‧박정림) 등 초대형 투자은행(IB)을 비롯해 ▲메리츠증권 ▲하나금융투자(대표 이은형) ▲신한금융투자(대표 이영창‧김상태) ▲대신증권(대표 오익근) ▲키움증권(대표 황현순) 등 총 10개 증권사가 ETN 시장에 포진했다.

키움증권은 올해 4월 글로벌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에 투자하는 ‘키움 미국달러선물TR ETN’을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하면서 국내 ETN 시장에 신규진입한 10번째 발행사가 됐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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