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를 접목한 금융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상·추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사라진 3차원 가상세계를 말한다. 금융권은 메타버스 플랫폼을 디지털 마케팅 홍보 채널로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필수 과제가 된 디지털 전환과 미래 고객인 젊은 층 선점에 속도를 더하는 중이다.
K-Bee Zone은 MZ세대((1980~2000년대생)의 참여 확대를 위해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의 게이밍적 요소를 활용했다. K-Bee Zone에서 말벌을 잡은 후 획득한 묘목을 키키랜딩과 아거펠 등 KB금융의 대표 캐릭터 이름을 딴 스타프렌즈 지역에 심으면 참여가 완료된다.
KB국민은행은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KB청춘마루 in 큽월드(KB world)'를 열었다. 큽월드에서는 홍대거리의 KB청춘마루 내부 전시와 루프탑 공간을 체험해볼 수 있다. 밀리터리 미로존, 점프맵에서 게임도 즐길 수 있다. 차박존, 트리하우스 등 다양한 콘셉트의 공간을 구성해 MZ세대 고객이 새로운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우리금융은 메타버스 플랫폼 젭과 연계해 메타버스에서 자동차 금융을 상담받을 수 있는 'WON(원)카랜드'를 오픈했다. ▲딜러와 상담이 가능한 '우리WON카 전시관' ▲전기차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EV 전용관' ▲자동차 관련 방송 및 임직원 행사가 진행되는 '컨퍼런스 홀' ▲게임이벤트 존 ▲프로모션 ZONE 등으로 구성됐다.
NH농협은행은 지난 3월 핀테크 전문기업인 핑거와 손잡고 메타버스 플랫폼 ‘독도버스’를 1차 오픈했다. 독도버스에서는 가상공간 속 독도에서 아바타를 생성해 농사, 낚시, ESG 활동(쓰레기·공병줍기), 임무 수행 등을 하며 성장시킬 수 있다. 농협은행은 핑거와 함께 유저들의 의견을 수렴해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가입자를 확대해 오는 8월 15일 서비스를 정식 오픈할 예정이다.
신한카드는 지난달 27일 Z세대를 타깃으로 한 선불형 앱카드 ‘제페토 신한카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제페토 신한카드는 제페토에서 사용자의 개성을 표현하는 아바타를 불러와 의상, 포즈, 배경 등 총 480가지 조합 중에 하나를 선택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카드로 디자인할 수 있다.
Z세대 이용 빈도가 높은 편의점에선 특별적립 서비스가 제공된다.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에서 이용하면 5%의 마이신한포인트가 적립된다. 일 1회, 최대 1000원까지 적립 가능하며 월 5회까지 혜택이 제공된다. 계좌 이체뿐 아니라 편의점 방문을 통해 현금 충전이 가능하다.
KB국민카드는 지난 4월 블록체인 플랫폼 플레이댑과 업무협약을 맺고 하반기를 목표로 ‘리브메이트 메타버스(가칭)’을 구축하고 있다. 리브메이트 메타버스는 10~20대 초반 고객에게 리브메이트 앱에서 제공하고 있는 다양한 혜택과 서비스를 미니게임 등의 형태로 구현해 제공할 예정이다. 플레이댑 제휴사들의 서비스와 연계된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도 추진하고 있다.
금융사들은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시장에도 발을 들이고 있다. NFT는 블록체인상에 디지털 파일 소유주와 거래기록이 저장되는 디지털 자산을 말한다.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NFT 시장을 선점해 젊은 세대를 공략하고 미래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해 관련 사업에 속속 뛰어드는 중이다.
신한금융은 그룹 통합 금융 플랫폼 ‘신한플러스’ 내에 그룹사가 발행한 NFT 중 고객이 보유한 내역을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는 ‘NFT 갤러리’ 서비스를 개시했다. 신한플러스 내에서 카카오 클립(Klip)과의 연결을 통해 신한금융 그룹사에서 받은 모든 NFT를 조회할 수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기반으로 ‘멀티에셋 디지털 월렛’ 시험개발을 완료했다. NFT를 비롯해 CBDC, 가상자산, 지역화폐 등 다양한 자산의 충전, 송금, 결제 등을 지원한다.
신한카드는 NFT 발급·조회 서비스인 ‘마이(My) NFT’를 운영하고 있다. 자신이 소장한 물건 또는 간직하고 싶은 사진을 NFT 자산으로 만들어 등록·발행하고 앱을 통해 언제든지 조회할 수 있다. 현재 NFT 거래·유통 기능은 없고 생성·조회만 가능하다. 신한카드는 전략적 제휴사인 번개장터, 스니커즈 등과 연계해 상품의 정품 인증을 위한 서비스도 구축하고 있다.
국민카드는 리브메이트 고객이 보유한 NFT 계정을 리브메이트에 연동해 NFT 통합 조회, 발행과 판매를 연계하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현대카드는 최근 NFT 스타트업인 멋쟁이사자처럼과 NFT 신사업 추진을 위한 조인트벤처(JV) ‘모던라이언’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올 하반기 NFT 거래소와 NFT 월렛 서비스를 오픈할 예정이다. 또 현대카드의 브랜딩 자산에 기반한 NFT를 발행하는 한편 NFT 소싱과 큐레이션 비즈니스도 추진할 계획이다.
BC카드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와 업무협약을 맺고 '두나무 BC카드' 출시를 준비 중이다. 두나무 BC카드를 이용해 오프라인에서 특정 상품을 구입하면 해당 상품이 NFT로 발행되고 이를 두나무의 메타버스 플랫폼 '세컨블록'에서 아이템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메타버스, NFT 등 떠오르는 신기술 사업에 대한 실체 정립 없이 맹목적인 기대감만 갖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위정현 콘텐츠미래융합포럼 의장(중앙대 교수 겸 한국게임학회 회장)은 “전 세계에서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각광 받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는 메타버스라는 용어 대신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가상세계(Virtual world)라는 용어를 쓴다”며 “금융권은 메타버스를 미래 동력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올바른 통찰은 이뤄지지 않은 기대감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위 교수는 금융권이 메타버스로 진출하기 위해 갖춰야 할 요소로 ▲핀테크 기반 금융을 통한 MZ세대 흡수 ▲가상화폐·NFT 등 가상자산 발행·거래·관리 플랫폼으로의 진화 ▲가상자산 거래플랫폼으로서 실제 금융(마이데이터)과 가상금융의 결합 ▲MZ세대가 익숙한 게임적 요소 결합 ▲현실적으로 필요로 하는 기능 도입 등을 꼽았다.
그는 “맹목적인 기대감으로 섣불리 메타버스에 접근하게 되면 지금과는 다른 차원의 부작용이 나올 것”이라며 “미래 고객군인 MZ세대 유입 등 긍정적인 면만을 생각하지 말고, 메타버스의 본질적인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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