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여의도 사옥 매각 우선 협상자에 이지스자산운용(대표 이규성·강영구·신동훈)과 글로벌 사모펀드(PEF·Private Equity Fund) 운용사 콜버그크레비스로버츠(KKR)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조만간 이지스자산운용, KKR과 구체적인 매매 조건을 조율하고 올해 상반기 내에 매각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임차인으로 신분이 바뀐 뒤에는 재임대 방식으로 매각에 나서면서 주인이 바뀐 뒤에도 ‘리스(lease·임대) 계약’을 맺고 지내려 한다. 이른바 ‘세일 앤 리스백’(Sale & Lease back) 방식이다.
증권가에선 최근 신한금융투자와 같이 본사 사옥을 파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임대료를 얻는 것보다 건물을 통째로 매각한 뒤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수익성을 높이는 데 더 도움 되기 때문이라 판단하는 것이다.
현재 유안타증권(대표 궈밍쩡)을 비롯해 롯데손해보험(대표 이은호닫기이은호기사 모아보기), KB손해보험(대표 김기환닫기김기환기사 모아보기), 현대카드(대표 정태영닫기정태영기사 모아보기·김데이비드덕환), 현대캐피탈(대표 목진원) 등이 사옥을 이미 팔았거나 관련 절차를 밟는 중이다. 신한금융투자가 매각을 추진하면서 대형 증권사 가운데서는 한국투자증권(대표 정일문닫기정일문기사 모아보기)과 키움증권(대표 황현순)만이 본사 건물을 직접 보유한 곳으로 남게 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다른 금융사에 비해 증권사는 특히 외부 환경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자본을 빠르게 굴릴 필요가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요즘처럼 현금 흐름이 얼어붙는 시기에는 주인 신분으로 건물을 보유하는 것보다 임대하면서 자금을 빠르게 조달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이 있다”며 “더군다나 건물을 보유하게 됐을 때 매겨지는 각종 규제나 비용 등까지 고려해 손익 측면에서 자본 효율화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각 증권사가 새로운 선택을 하는 듯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신한금융투자는 이번 사옥 매각으로 자본 확충 효과까지 누리는 동시에 수익 창출 능력을 키우게 됐다.
지난 3월 말 기준 신한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은 5조164억원이다. 이는 업계 8위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최근 하나금융투자(대표 이은형닫기이은형기사 모아보기)가 5000억원 자본을 확충하면서 4대 은행 계열 금융지주 증권 자회사 가운데서는 가장 적은 상황이었다.
이에 이번 사옥 매각은 자본 확충 수요가 필요했던 신한금융투자가 마련한 자구안 중 하나로 풀이된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투자은행(IB·Investment Bank)만 참여 가능한 발행어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지난 2019년부터 지주사로부터 6600억원을 수혈받았지만, 지속적인 지원을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가 이번 사옥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은 과감한 투자에 쓰일 전망이다. 레버리지(leverage·타인 자본)를 활용한 위험가중자산(RWA·Risk Weighted Assets) 확보 여력이 늘었기 때문에 최근까지 이어온 투자금융 부문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선 ‘리딩뱅크’를 향한 금융지주 경쟁 차원으로 보기도 하지만, 이는 억측일 수 있다. 사옥 매각을 한 해 실적을 위해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고, 그룹사 전체 이익에서 매각을 통한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주사 경쟁’으로 풀이할 만큼 크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만, KB금융지주(회장 윤종규닫기윤종규기사 모아보기)와의 순익이 올해 1분기에도 500억원 안팎으로 접전을 벌이고 있고,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대표 김성현·박정림) 사이 비은행 핵심 계열사 경쟁도 치열한 상황이라 사옥 매각이 경쟁력 확보에는 도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이번 사옥 매각은 자본 확충을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라고 보면 된다”며 “자본 효율화에 나서면 신용공여가 가능해짐에 따라 다양한 신사업에 투자할 여력이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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