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투자(대표 이영창·김상태)가 16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Federal Reserve System)의 긴축 강화에도 인플레이션(Inflation·물가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아울러 인플레이션이 결국 소비 확대를 멈추게 할 것이라 진단했다.
신한금융투자 박민영·안재균 채권 전략가(Fixed Income Strategist)는 ‘소비 심리, 인플레이션, 실물 소비의 퍼즐’ 보고서를 통해 “미 연준은 지난 3월과 5월 각각 기준금리를 25bp, 50bp(1bp=0.01%포인트) 인상하고, 6월부터 대차대조표 축소(자산 축소)를 발표하는 등 연초부터 인플레이션 진화를 위해 공격적 긴축 의지를 보였다”며 “파월 연준 의장이 오는 6월과 7월 50bp 인상을 예고하면서 연초 0.25%였던 기준금리는 7월에 2%까지 도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5월 연방 공개 시장 위원회(FOMC·Federal Open Market Committee)에서 75bp 인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밝혔지만, 이후 연준 위원들의 매파적(hawkish·강경파) 발언으로 긴축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강해진 긴축에도 기대인플레이션이 하락 반응을 하지 않아 시장금리 상승세가 지속된다는 점이다.
박민영·안재균 채권 전략가는 “전주 발표된 미시간대 소비자 심리 지수에서 연준이 이번 이번 진화에 있어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인식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며 “헤드라인 지표는 지난해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인플레이션, 긴축 통화정책을 반영해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5월 헤드라인 지표는 59.1p까지 하락해 2011년 유럽 재정 위기 및 미국 경기둔화 당시와 비슷하다. 반면 향후 1년, 5년 뒤 기대인플레이션은 3개월 연속 유지됐다. 긴축 강도는 높아지고 소비 전망은 악화했으나 인플레이션은 외부 변수 때문에 쉽게 둔화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보고서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 봉쇄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유의미한 기대인플레이션 하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소비 심리가 악화일로를 걷는데도 실물 소비는 버티고 있다. 보통 시장금리는 향후 물가와 성장을 반영한다. 소비 심리 하락세는 성장 둔화 우려로 연결돼 금리 하락 요인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소비 심리 악화에도 실물 소비지표는 확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성장보다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를 더 크게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비지출은 지난 2020년 하반기부터 확장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국내 총생산(GDP·Gross Domestic Product) 기여도는 2개 분기 연속 늘었다. 지난 2020년에 정부 재정 보조를 통해 이전 소득(생산에 직접 기여하지 않고 개인이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받는 수입) 중심으로 가계 소득이 보존됐고, 지난해에는 견조한 고용시장 회복세에 임금 소득 중심으로 가계 소득이 확대된 영향이다.
박민영·안재균 채권 전략가는 “소득 종류 중 안정적 임금 소득 증가에 소비 지출도 확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하지만 높은 인플레이션은 결국 소비 둔화로 연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미 소비지출의 세부 내용은 변화가 확인되고 있다”며 “본격적인 리오프닝(Re-Opening·경기 재개) 이전에는 상품 지출 중심으로 소비 급증이 확인됐으나, 이후 리오프닝과 높아진 가격 부담에 서비스 지출로 소비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품 가격 상승세는 이미 임금 소득 증가율을 따라잡으면서 실질 상품 소비 지출 확대가 쉽지 않아졌다”며 “서비스 가격 상승세는 여전히 임금 소득 증가율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전망에 비춰 보자면, 당장 리오프닝 환경과 드라이빙 시즌(Driving Season·5월 말~9월 초)에 서비스 지출 중심으로 견조한 소비 경기가 유지될 전망이지만, 서비스 가격 상승도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상품 가격 둔화가 빠르지 않다면 하반기 전체 소비 경기 둔화 가능성과 함께 시장금리 하방 압력이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오는 17일 소비 경기 일부를 확인할 수 있는 4월 소매판매 발표가 대기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지난 3월 대비 0.7% 4월 대비 1.0%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3월보다 4월 에너지 가격은 안정된 흐름을 보였기에 주유소 확대는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리오프닝 환경에 일반 점포 및 외식 등 지출은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3월 지표 기준으로 상품 물가 상승률이 임금 소득 증가율을 따라잡았고 서비스 중심으로 소비 비중이 바뀌고 있다. 상품 소비 환경도 약화하고 있다. 미국 소비 중심으로 성장 둔화 우려가 커져 시장금리 상승세를 제한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도 현 물가 상승 국면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추경호닫기추경호기사 모아보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닫기이창용기사 모아보기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첫 단독 회동을 갖고 경제 상황이 엄중하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다만 아직 구체적 정책 방안은 내놓지 못한 상태다. 최근 문제가 된 인플레이션이나 미 연준의 긴축 등 모두 외부 요인인 만큼 대응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양 기관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최적의 정책조합(Policy Mix)을 만들어 가기로 약속한 만큼 새로 들어선 윤석열닫기윤석열기사 모아보기 정부와 중앙은행 간 원활한 소통이 필요한 때”라며 “정책 공조를 통한 신뢰성 제고가 거시경제와 금융시장 안정 초석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한국금융연구원(원장 박종규)은 ‘2022 수정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 경제는 호조를 보이던 수출은 둔화하겠지만, 민간 소비의 빠른 회복으로 전년 대비 2.6%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금융연 역시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1%의 매우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 측 소비자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미뤘던 가격 인상 움직임까지 늘면서 물가 상승세가 가팔라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아울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제로(0) 코로나 정책’ 등에 따른 공급 차질 현상 심화, 국내 방역조치 해제 등으로 하반기에도 3%대 후반의 높은 물가 상승세를 추정했다.
금융연 관계자는 “향후 물가 흐름은 우크라이나 전쟁 전개 양상,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 인플레이션에 대응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속도와 이에 따른 경기 침체 가능성 등에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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