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선위는 지난 2월부터 한 달간 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3월에 법령해석심의위원회를 열어 검토 절차를 밟았다. 판단 결과 뮤직카우의 조각 투자 방식은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하는 것으로 결론났다.
원래는 뮤직카우의 경우 증권 신고서와 소액공모 공시서류를 제출하지 않고 증권을 모집‧매출했기 때문에 금융감독원(원장 정은보닫기정은보기사 모아보기)의 조사 과정을 거쳐 증권 발행제한, 과징금‧과태료 부과 등 제재 대상에 해당할 수 있다. ‘자본시장법상 공시 규제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선위는 뮤직카우가 ▲투자계약증권의 첫 적용 사례로 위법에 대한 인식이 낮았던 점 ▲지난 5년여간 영업으로 17만여명 투자자의 사업 지속에 대한 기대가 형성돼 있는 점 ▲문화콘텐츠에 대한 저변 확대 등 관련 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여지가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제재 절차는 보류했다. 그 대신 투자자들이 인식하고 있는 사업내용에 부합하는 투자자 보호장치 마련을 조건으로 걸었다.
‘뮤직카우’에 제기된 문제 뭐가 있었나
뮤직카우는 현재 특정 음원의 ‘저작재산권 또는 저작인접권’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분배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주’ 단위로 분할한 ‘청구권’을 투자자에게 판매하고 있으며, 이를 투자자 간 매매할 수 있는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투자자 지분 비율에 따라 매달 저작권 수익을 받는 구조로, 최근 회원 수는 2019년 4만명에서 지난해 91만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실제 투자에 참여한 회원도 약 17만명에 이르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누적 거래액은 지난해 기준으로 2742억원에 달한다.
‘청구권’이 증권과 유사하게 발행‧유통되고 있음에도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자본시장법상 증권 규제를 적용받고 있지 않다는 것에 기인한 것이었다. 자본시장법상 증권 규제는 △무인가 영업행위 금지 △무허가 시장 개설 금지 △증권 신고서 제출 △부정 거래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한다.
다만, ‘청구권’은 뮤직카우가 만든 새로운 형태 권리로 자본시장법상 증권에 해당하는지 불확실한 측면이 있었다. 이에 증선위는 ‘청구권’의 증권성 여부를 판단한 뒤 이번 조치를 시행했다.
뮤직카우에 제기된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저작권에 직접 투자한다는 일반적 인식과 달리 투자자가 취득하는 권리는 뮤직카우에 대한 청구권에 불가해 뮤직카우가 도산할 경우 청구권도 온전히 보장되기 곤란하다는 점이다.
둘째는 회사에 대한 제3자 감시가 부재해 투자자 권리와 대금이 안전하게 보관‧관리‧결제되는지 투명하게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셋째는 투자자 공시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뮤직카우 재무 상태와 ‘청구권’의 설계구조, 발행(옥션) 가격산정 등이 투자 판단 핵심 요소지만, 이와 같은 공시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넷째는 청구권 유통시장(마켓)에서의 시장감시체계가 없어 시세조종 등 불공정 거래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는 점이다.
“뮤직카우가 만든 ‘청구권’, 투자계약증권에 해당”
증선위는 이러한 문제점을 파악해 이번 조치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특히 논란의 핵심이었던 ‘청구권’은 자본시장법에서 분류하는 6개 증권 종류 중 투자계약증권의 법령상 요건에 해당한다고 봤다.
해당 법의 요건은 ‘특정 투자자가 그 투자자와 다른 투자자 간 공동사업에 금전 등을 투자하고, 주로 타인이 수행한 공동사업의 결과에 따른 손익을 귀속 받는 계약상 권리가 표시된 것으로서 이익을 얻거나 손실 회피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뮤직카우는 해당 법의 개념이 도입된 2009년 2월 이후 13년 만에 첫 사례가 됐다.
전문가 자문 기구인 ‘법령해석심의위원회’ 논의에서도 위원 10명 모두 ‘청구권’이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일부(3명) 위원은 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할 경우 ‘청구권’이 ‘파생결합증권’에도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증선위는 향후 뮤직카우에 과징금‧과태료 부과 등의 제재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내비쳤다. ‘청구권’이 증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지만, 이를 모집‧매출하면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증권 신고서나 소액공모 공시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바라봤기 때문이다.
여기서 ‘모집’이란 50인 이상 투자자에게 새로 발행되는 증권 취득의 청약을 권유하는 것이며 ‘매출’은 50인 이상 투자자에게 이미 발행된 증권 매도 청약을 하거나 매수 청약을 권유하는 것을 말한다.
금감원 조사‧제재 절차는 보류하기로
증선위는 앞서 언급한 대로 투자자 보호 장치 구비, 사업구조 개편을 조건으로 뮤직카우에 대한 금감원 조사 및 제재 절차 개시는 보류하기로 했다.
아울러 증선위 의결일인 이날로부터 6개월(10월 19일) 내에 현행 사업구조를 변경해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고, 그 결과를 금감원에 보고해야 한다고 지침을 보냈다.
특히 뮤직카우 사업에 대한 투자자 인식(저작권 수익 획득)에 최대한 부합하면서 투자자의 청구권과 예탁금 등의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핵심 투자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내용을 사업구조 재편에 포함할 것을 요구했다.
추후 금감원이 이에 관한 사업구조 재편과 관계 법령 합법성을 확인해 증선위에 보고하고, 증선위가 이를 승인하면 제재가 면제될 예정이다.
증선위 관계자는 “뮤직카우에 관해서는 제재 절차 보류 시 부과된 조건 이행 여부, 사업 재편 경과를 지속적으로 관리 감독해 나갈 예정”이라며 “사업 재편 기간 중에도 기존 투자자 권리 보호를 위해 이미 발행된 ‘청구권’ 유통시장은 이전과 동일하게 운영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어 “금융당국은 혁신 서비스가 투자자 보호와 조화를 이루면서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유사한 사업에 대한 향후 처리 방안도 신속하게 마련할 것”이라며 “최근 음악‧미술 등 여러 분야에서 소위 ‘조각 투자’라는 이름으로 관련 상품을 발행하고 유통하는 사업화 행위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시장에 자본시장 법규 적용 가능성을 안내해 법령해석과 관련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투자자를 보다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조각 투자 등 신종증권 사업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조각 투자’는 2인 이상 투자자가 실물, 그 밖에 재산적 가치가 있는 권리를 분할한 청구권에 투자‧거래하는 등의 신종 투자 형태를 지칭하는 신조어다. 최근 몇 년 사이 부동산, 예술품, 가축, 지식 재산권 등 다양한 자산 분야에서 등장했다.
소액 투자나 관리가 어려운 자산의 투자 기회를 개인에게 제공한다는 면에서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공시 의무 등 소비자 보호장치가 마련된 각종 자본시장과 달리 운용구조나 투자위험에 관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증선위 관계자는 “조각투자 투자자 여러분께서도 본인이 투자한 자산의 법적 구조와 관련 위험 등을 충분히 검토한 뒤 신중한 투자 결정을 내리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금감원 또한 이날 ‘조각투자’ 서비스와 관련해 ‘주의’ 등급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고 투자자 주의를 환기했다.
뮤직카우 “서비스 개편 완료 이후 신규 옥션 재개”
뮤직카우는 이번 증선위 판단과 관련해 반기는 한편 유예기간 내에 건강한 거래 환경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건을 완비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새로운 정책에 적합한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신규 옥션을 오는 21일부터는 진행하지 않으며,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 옥션을 서비스 개편 완료 시 재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존에 거래되고 있던 곡은 종전과 같이 시장에서 매매를 원활히 지원하는 등 이용 고객을 위한 안정적 서비스 환경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뮤직카우 관계자는 “새로운 정책과 제도에 맞는 옷으로 빠르게 갈아입고 투자자 보호와 함께 음악 지적재산권(IP‧Intellectual Property rights) 산업 활성화에 힘을 더할 수 있는 서비스로 더욱 건실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제2막을 준비하게 될 기회를 마련해 주신 금융당국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관련기사]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