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은행이 한 점포를 나눠쓰는 공동점포나 자동화 기기로만 구성한 무인점포 등 새로운 형태의 점포를 만드는 식이다. 금융소외계층의 접근성을 높이면서 영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거래가 늘어나고 있는 데다 은행권 점포 효율화의 영향을 받아 점포 감소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은 “은행의 점포 운영 자율성은 존중하되 노령층 등 이용자의 불편이 최소화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금융 이용자의 금융 접근성 보호를 위해 은행권이 추진 중인 우체국 창구제휴, 은행 공동점포 추진 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나은행과 산업은행은 최근 ‘점포망 공동이용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 고객은 앞으로 하나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영업점과 자동화기기(ATM)를 산업은행 채널처럼 이용할 수 있다.
기존에 산업은행에서 취급하지 않는 청약상품, 개인신용대출 상품, 정부 연계 상생협약 상품 등 개인금융상품 상담뿐 아니라 전문 PB(Private Banker)를 통해 상속‧증여, 리빙트러스트 등의 차별화된 WM(자산관리) 금융서비스도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하나은행은 현재 영업점 612곳, 자동화기기(ATM) 3576개를 보유하고 있다.
각각 기업금융과 개인금융에 강점이 있는 산업은행과 하나은행이 각자의 역량을 공유해 시너지를 내기 위해 생겨난 실험적 ‘하이브리드’ 점포다. 앞서 두 은행은 지난해 8월 ‘정책금융·상업금융 성공적 협업모델 구축’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하나은행과 산업은행은 ‘윈윈’ 효과를 노리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점이 적다는 한계를 극복하고, 하나은행은 지점 방문객을 늘려 자사 금융상품을 홍보할 수 있다. 특히 모바일·인터넷 뱅킹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고객의 은행 서비스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양측은 기대 중이다.
경기 용인시 신봉동에 우리은행과 공동점포를 열 예정이다. 해당 점포에는 두 은행 직원들이 각사의 고객을 응대할 예정이다. 두 은행은 지난해 신봉동 지점을 폐쇄했으나 공동으로 점포를 다시 여는 것이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올 상반기 중에 경북 영주의 공동점포 개점을 준비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달 중순부터는 우리은행과 경기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에 공동점포를 열 예정이다. 두 은행은 옛 우리은행 신봉지점 자리에 165㎡(50평) 규모의 영업 공간을 확보하고 각 은행이 절반의 공간을 사용하기로 했다. 임차료도 절반씩 부담한다.
해당 공동점포는 입·출금, 통장 재발행 같은 단순 업무 위주로 취급하고 대출·예금 상품은 판매하지 않을 계획이다. 현재 이 지역에는 두 은행의 지점이 없다.
하나은행이 지난해 9월 13일 수지신봉지점의 문을 닫은 데 이어 우리은행도 같은해 12월 30일자로 신봉지점을 폐쇄했다.
두 은행 역시 이번 공동점포 운영으로 뱅킹 앱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 등의 불편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동점포 운영 시도는 시중은행 전반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올 상반기 중 경북 영주 등에 공동점포를 설치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영주 이외 지역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는 것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점포 폐쇄의 대안으로 화상상담과 셀프(Self) 거래 등으로 대부분의 업무처리가 가능한 ‘초소형 점포’를 꺼내들었다.
초소형 점포인 ‘디지털 익스프레스(EXPRESS)점’은 디지털데스크, 스마트키오스크, 현금자동인출기(ATM) 등 디지털기기 3종으로 구성된 무인점포로 지난해 말 폐쇄된 문산, 우이동, 구일지점 위치에 오픈했다.
고객은 디지털데스크에서 화상상담 직원을 통해 상품상담을 비롯해 지점 창구 수준의 업무를 볼 수 있다.
또 스마트키오스크를 이용해 예금신규, 카드발급, 각종 신고 등 셀프 거래가 가능하고 ATM으로는 현금 입·출금과 이체 등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디지털 익스프레스점은 디지털 기기 기반의 무인채널이지만 우리은행은 지역 특성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해 점포 폐쇄 지역의 금융접근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일례로 문산점의 경우 점포 폐쇄 전 방문고객이 적었고 거래량 또한 많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완전 무인화할 예정이다.
우이동점은 방문고객 수를 고려해 혼잡이 예상되는 특정일에만 상담직원이 배치되는 ‘팝업(Pop-up)’ 창구가 마련된다.
구일점은 인근에 시중은행이 전무하다는 점을 감안해 상시 영업창구를 한시적으로 운영하되 신속한 업무처리를 위해 창구에서는 현금 입·출금 등 단순 은행 업무는 제공하지 않는다.
우이동점은 방문고객 수를 고려해 혼잡이 예상되는 특정일에만 상담직원이 배치되는 팝업(Pop-up)창구를 운영하고, 구일점은 인근에 시중은행이 전무해 상시 영업창구를 한시적으로 운영한다.
지역 특성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해 점포 폐쇄지역의 금융접근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은행권은 비(非)은행권 점포까지 활용하며 고객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신한은행은 GS25 편의점과 손잡고 지난해 11월 강원도 정선군에 ‘편의점 혁신점포’를 오픈했다. 지점이 없는 시골 편의점 안에 은행 키오스크를 설치해 송금과 공과금 납부 등 80여 가지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했다.
KB국민은행은 이마트와 손잡고 이달 중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에 디지털 제휴 점포인 ‘KB디지털뱅크NB강남터미널점’을 개설할 계획이다.
KB디지털뱅크는 유동인구가 많은 고속터미널역 내에 위치한 이마트 노브랜드 강남터미널점에 신설되며 운영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국민은행은 스마트텔러머신(STM), 화상상담 전용창구 등 KB국민은행의 혁신적인 고객 접점 채널을 활용해 영업점 창구 수준의 업무처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은행들은 우체국과도 힘을 합치기로 했다. 전국 우체국 점포 2600여곳을 은행 창구로 쓸 계획이다.
은행들과 우정사업본부, 금융위는 최근 국내 우체국 전 지점이 은행의 단순 업무를 대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4대 시중은행과 은행연합회,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우체국에 은행의 업무 일부를 위탁하는 사안을 논의해왔다.
은행과 우정사업본부가 위탁 업무 범위와 일정 등을 최종 합의하면 올해 안에 우체국에서 은행의 업무를 시작할 수 있도록 시스템 연계 등 작업에 돌입한다.
오프라인 점포의 영업시간을 늘리는 대면 영업 혁신 실험도 이뤄지고 있다. 지점이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대응해 차별화하려는 전략이다.
지난 14일부터 국민은행이 전국 72곳에 설치한 ‘나인투식스(9to6) 뱅크’가 대표적이다.
이 지점들은 자산 관리나 대출 상담 등 대면 서비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오후 4시까지인 폐점 시간을 오후 6시까지 연장한 특화 지점이다.
직원은 오전조와 오후조로 구성돼 근무한다. 오전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오후조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는 식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9To6 뱅크’는 전문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존 대면 채널을 고객 지향적으로 한 단계 더 발전시킨 것으로 영업점 운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며 “아이들을 등원시키는 워킹 맘, 자기 계발을 원하는 직원 등 본인의 라이프사이클을 고려해 원하는 근무 시간에 일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넓혔다”고 밝혔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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