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3년차를 맞이한 구현모닫기구현모기사 모아보기 KT 대표가 올해도 ‘디지코(DIGICO, 디지털플랫폼기업)’ 변모에 속도를 낸다. B2C 사업을 이끌던 강국현 사장이 물러나고 디지코 사업을 이끄는 윤경림 사장이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되면서 KT의 ‘디지코’ 사업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내이사 후보에는 박종욱 안전보건총괄(CSO)·경영기획부문장(사장)과 윤경림 트렌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 올랐다. 윤 사장은 임기 만료로 떠나는 강국현 커스터머부문장(사장)의 공석을 채울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은 올해 임기가 만료돼 이번 주총에서 재선임될 예정이다.
윤 사장은 올해 처음으로 사내이사에 오르게 된다. 구현모·박종욱·강국현 등 다른 사내이사들과 같이 사장직이었지만, 그간 미등기 임원으로 이사회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윤 사장은 현재 KT에서 M&A(인수합병)·신사업 투자를 담당하는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을 맡고 있다. 그는 KT에서 미디어본부장, 미래융합사업추진실장, 글로벌사업부문장 등을 역임한 ‘신사업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업계에서는 윤 사장의 사내이사 합류로 KT가 추진하고 있는 디지코 사업인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B2B 사업 확장에 속도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그가 CJ, 현대자동차에서도 근무한 경험이 있어 이를 토대로 콘텐츠·자율주행 등 관련 분야에서 사업을 확대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박 사장은 지난 2021년 3월부터 사내이사로 근무해왔다. 그는 안전보건총괄(CSO)과 경영기획부문장을 겸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구현모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로 선임됐다. KT가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사장의 대표이사 임기는 올해 주총이 열리는 오는 3월 31일까지다.
KT가 공동대표 체제를 선언한 날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첫날이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 현장에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지키지 않아 근로자 등에게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 1년 이상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형을 부과한다.
당시 KT 이사회는 “안전보건 분야의 독립적이고 전문화된 경영체계 마련을 위해 안전보건 업무를 총괄하는 대표이사를 추가 선임했다”라고 설명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라 통신망 구축 및 운영 등의 과정에서 안전보건 의무와 책임을 강화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사외이사 후보에는 유희열, 김용헌 전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벤자민 홍(Hong Benjamin) 라이나생명 이사회 의장이 올랐다. 유 이사는 올해 임기가 만료되지만, 재선임되면서 이사회 의장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수 출신인 성태윤 이사(중앙대 교수)와 박찬희 이사(연세대 교수)는 임기 만료로 올해 주총에서 물러난다.
김 이사는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을 역임한 법률 전문가다. 현재 법무법인 대륙아주 소속 파트너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KT 전반에서 준법경영뿐만 아니라 연말 예정된 이사회의 대표이사 선임 절차 등을 공정하게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
벤자민 홍(Hong Benjamin, 홍봉성) 이사는 11년간 라이나생명보험 대표직을 맡은 인물로, 현재 라이나생명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보험업계 최초로 텔레마케팅 채널 마케팅 도입, 최초 무진단·무심사 보험과 치아보험 출시 등을 이끄는 혁신 상품을 도입했다. KT와 계열사의 스마트 금융 사업 방향을 설정하고 혁신을 강화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구 대표의 연임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구현모 사장의 대표이사 임기는 오는 2023년으로, 사실상 올해가 임기 마지막 해다. KT가 구 대표 체제 이후 성장세가 두드러졌다고 보기 어렵지만, ‘디지코’라는 KT의 미래를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업계 안팎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구 대표의 연임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사법리스크가 연임의 걸림돌이 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앞서 구 대표는 지난 2016년 9월 국회의원 13명의 후원회에 총 1400만원의 정치자금을 불법 기부하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 됐다. 당시 대관 담당 임원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자신의 명의로 국회의원을 불법 후원한 혐의를 받는다.
이에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은 구 대표에 벌금 10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고, 업무상횡령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추가로 선고했다. 또 같은 혐의로 함께 구속된 임직원 9명도 각각 벌금 400만~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이후 구 대표와 함께 약식기소된 임원 9명은 최근 벌금형을 내린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KT의 CEO 경영계약에 따르면, 대표이사가 임기 중 직무와 관련된 불법적 요구를 수용해 회사 재산에 손해를 입히고 그 행위로 1심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된 경우에 한 해 사임을 권고할 수 있다. 그러나 벌금형이 구형되면서, 사임을 권고할 수 있는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될 가능성은 낮아졌다.
그러나 올해 초 공동대표로 선임된 박종욱 사장도 쪼개기 후원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현재 KT 사내이사 3인 모두 관련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것이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도 KT에 630만달러(약 75억 원)규모의 과태료와 추징금을 부과했다. SEC 감독 대상인 KT가 충분한 회계 통제 시스템을 갖추지 않아 임직원들이 비자금을 마련했다고 지적한 것이다.
SEC는 “KT가 한국과 베트남에서 공무원의 이익을 위해 부당한 대가를 제공한 해외부패방지법(FCPA)을 위반했다”라며 “KT 임직원들은 비자금으로 한국 공무원들에게 선물과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라고 설명했다.
내부에서는 이사회의 준법경영이 무너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KT새노조 측은 “새로 공동대표에 선임된 박종욱 사장 역시 구현모 사장과 함께 쪼개기 후원 사건으로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횡령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라며 “경영진의 견제 역할을 해야 할 이사회가 오히려 횡령 사범으로 유죄판결이 내려진 사건에 대한 입장 표명을 미루고 더 나아가 이에 관련된 자들을 더욱더 중요 보직에 발탁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사회가 업무상횡령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구, 박 공동대표 체제를 출범시킨 것은 스스로 ESG 경영을 무너뜨린 처사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이사회에 지금이라도 유독 횡령 유죄판결자들로만 대표를 선임한 경위에 대해 공개적으로 밝힐 것을 요구한다”라고 주장했다.
KT새노조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에 △이번 미SEC 과징금 630만달러를 관련임원에게 구상권 청구 할 것 △이사회에 횡령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내이사 3인 자격정지를 요구할 것 △주주총회 긴급안건으로 KT대표이사 해임안을 제출 등을 요구했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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