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2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연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됐다"고 규정하고 국제법에 대한 노골적 위반이라며 첫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러시아 고위층 엘리트 및 가족에 대한 금융제재도 발표했다. 독일-러시아간 천연가스 수송관 산업 중단도 제시됐다.
러시아군의 추가 공격 가능성에 따라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국가인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발틱3국에 미군 추가 배치 명령을 지시하기도 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는 완전한 방어적 조치이며 러시아와의 외교적 대화는 열려있다고 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 연설 직후 뉴욕 3대 지수는 하락폭을 축소했다. 시장이 우려했던 러시아의 국제 결제망 배제 및 수출 차단 등의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는 점에서 낙폭 일부을 만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는 상존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 독립해서 러시아 영토로 합병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개별 국가로 독립시키고 러시아 영토로 합병하려는 추가 움직임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글로벌 패권 경쟁 격화로 이른바 '신냉전' 시대 본격화 여부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글로벌 역학관계, 즉 신냉전 시대가 본격화된다면 글로벌 공급망 혼란이 더욱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라며 "미국-중국-러시아 갈등 구도로 변화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박상현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또다른 신냉전 시대를 여는 빌미가 될 경우 글로벌 경제에도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다만 최악 시나리오도 있지만 협상을 통해 해소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제시했다.
원자재 시장은 들썩거리고 있다. 우선 러시아-우크라이나 긴장 속에서 석유, 천연가스 등 전 세계 에너지 공급 차질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는 사우디라아비아에 이은 세계 2위 산유국이다. 동시에 러시아산 비중이 약 45%에 달하는 유럽 천연가스 공급 차질 우려는 글로벌 가스 가격 상승세까지 동반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강력할 경우 극도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발생하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 리스크에 직면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현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동유럽이라는 지리적 위치까지 감안하면 분명 국지전의 성격이 강하다"면서도 "가장 큰 문제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센 상황에서 불거진 원자재 공급 차질 이슈이며, 현 시점에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국-중국 무역분쟁 못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긴장 고조, 서방국들의 강력한 제재 예고가 단기적으로 원자재 가격 상방 압력을 높일 수 있다"며 "반면 수입규제, 스위프트(SWIFT) 제재 등 러시아산 원자재 공급 중단까지 초래하는 서방국들의 전면적인 대응이 아닌 이상 장기적인 가격 상승 추세로 전개되지는 않을 전망으로, 단순 리스크 고조보다 UN(국제연합) 안보리 등 서방국들의 러시아 제재 강도를 주목할 것을 권고한다"고 제시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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