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최근 신세계인터내셔날 출신 조형주 럭셔리 부문장(상무보)을 롯데백화점으로 영입했다. 조 상무보는 지난 14일부터 근무를 시작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부터 경쟁사인 신세계 출신 임원을 연이어 영입하고 있다. 시작은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1월 롯데GFR 대표로 있던 정준호 대표를 롯데백화점 대표로 선임하며 화제를 모았다. 정 대표는 1987년 신세계백화점에서 입사해 신세계그룹에서 30여년을 근무한 신세계 출신 외부 인사다. 보수적 문화로 유명한 롯데가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 인사이자 경쟁사 출신을 주력 계열사 대표로 앉히자 업계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난달에는 신세계 출신 이승희 상무와 안성호 상무보를 영입했다. 이 상무는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장 출신으로 오퍼레이션 태스크포스(TF)팀장을 맡아 강남점 리뉴얼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디자인 담당 임원이었던 안 상무보는 롯데백화점에서 스토어 디자인 부문장으로 백화점 점포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 여기에 이 달 조 상부모까지 롯데백화점에서 근무를 시작하면서 신세계 출신 임원은 4명으로 늘어났다.
롯데가 이처럼 경쟁사 임원을 연달아 영입하는 배경에는 롯데백화점 위상이 과거와 같이 않은데 있다. 롯데백화점은 국내 백화점 업계 중 매출·규모 부문에서는 여전히 압도적 1위 업체다. 다만 세부적인 내용을 따져보면 상황이 다르다.
지난해 롯데백화점 매출은 전년 대비 8.8% 증가한 2조 8880억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6.4 % 늘어난 349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성장했지만 경쟁사와 비교하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매출은 2조 3165억원으로 전년대비 20%, 영업이익은 3622원으로 무려 101.6% 올랐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은 매출 2조 1032억원, 영업이익 3048억원으로 각각 20.2%, 53.3% 늘었다.
롯데백화점은 외부 인사 영입으로 분위기 전환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백화점 트렌드는 명품을 중심으로 한 고급화와 휴식·체험 공간”이라며 “롯데백화점이 이런 변화를 제대로 수행해 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실제 롯데백화점이 최근 리뉴얼을 위해 힘쓰고 있는 강남점은 1986년 준공한 백화점이다. 건물만 놓고 보면 이미 40여년도 더 됐다. 면적도 영업 면적만 3만 1000평에 달하는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비교하면 협소하다.
이 정도 규모 백화점에 고급 명품 브랜드 입점과 휴식·체험 공간까지 마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강남점 리뉴얼에 대해 “지역 상권을 고려해서 롯데가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부문을 다양한 방법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MD구성이라는게 단기간에 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보복소비 영향 등으로 롯데백화점이 외형을 키웠지만 장기적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많다”며 “최근 파격적 인사로 변화 의지를 나타냈는데, 이들이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라고 설명했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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