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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과 메타의 실적 희비는 ‘애플’에 있다

기사입력 : 2022-02-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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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vs 메타, 광고 부문서 실적 갈려
ATT 도입 이후 아이폰 사용자 95%가 추적 반대
자체 OS 보유한 구글, 메타 대비 매출 타격 적어
메타 주가 하루 만에 26% 폭락…시총 300조원 증발
“구글·애플 벗어나 메타만의 규칙 세워야”

사진=메타 페이스북이미지 확대보기
사진=메타 페이스북
[한국금융신문=정은경 기자] 구글, 애플,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연일 호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메타가 시장치를 하회하는 실적을 거뒀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지난해 도입한 ‘앱 추적 투명성(ATT)’이 메타의 실적 부진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메타는 최근 지난해 4분기 매출액 336억7000만 달러(약 40조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수준이다. 반면, 순이익은 102억9000만 달러(약 12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다.

일일 활성 사용자 수(DAU)도 사상 처음으로 전 분기보다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메타의 일일 활성 사용자 수는 19억2900만 명으로 집계됐다. 전 분기 대비 100만 명이나 줄은 것이다.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도 29억1000만 명으로 시장 예상치인 29억5000만 명을 밑돌았다.

업계에서는 플랫폼에 최적화된 젊은 층의 사용자들이 틱톡·유튜브 등 ‘숏폼(short form, 짧은 동영상)’ 플랫폼으로 이동하면서 페이스북의 영향력이 떨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도 컨퍼런스콜에서 “틱톡은 이미 강력한 경쟁자로 커졌다”라며 숏폼 플랫폼의 성장세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메타의 부진한 실적은 곧바로 주가로 이어졌다. 이날 메타의 주가는 26%가량 급락하며, 2020년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2012년 메타 상장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 2500억 달러(약 300조원)가 넘는 돈이 증발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증시 역사상 하루 시총 손실액으로는 최대 규모”라고 보도했다.

반면,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4% 증가한 753억2500만 달러(약 90조원)로 깜짝실적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206억4200만달러(약 25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35.6% 증가했다.

알파벳과 메타 순이익 추이. 자료= 각 사. 이미지 확대보기
알파벳과 메타 순이익 추이. 자료= 각 사.
두 회사의 매출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난 곳은 광고 사업이다. 알파벳의 광고 매출은 33% 늘었지만, 페이스북의 광고 매출은 20% 성장에 그쳤다.

데이비드 웨너 메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애플의 사생활 보호 정책 변경에 따른 매출 손실액이 100억 달러(약 12조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날 언급된 애플의 사생활 보호 정책은 지난해 4월 애플이 도입한 ‘앱 추적 투명성(ATT)’이다. 해당 정책은 앱에서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추적하려면 반드시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전 세계 10억 명이 넘는 아이폰 및 아이패드 사용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반대로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들은 “애플의 권력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그간 애플의 운영체제인 iOS에는 광고주식별자(IDFA)가 활성화돼 있어 사용자가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말라는 적극적인 의사를 표현하지 않으면, 광고주들은 사용자들의 활동을 추적한 뒤 맞춤형 광고를 제공해왔다.

그러나 ATT 도입으로 IDFA가 비활성화되면서 광고를 제공하지 못하자,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들은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실제로 메타 전체 매출에서 광고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95%에 달한다.

특히 메타의 경우 자체 디바이스와 플랫폼이 없어 그간 구글과 애플에 의존해왔다. 반면, 알파벳은 자체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보유하고 있다. 사용자 동의 없이도 구글 홈페이지를 통해 얻은 데이터로 고객에 맞춤형 광고를 제공할 수 있다. ATT 도입에도 알파벳이 메타보다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던 이유다.

CNBC는 “5년간 동행했던 구글과 페이스북의 주가는 애플의 사생활 보호 정책이 바뀐 작년부터 갈리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ATT 도입 이후 아이폰 사용자의 95% 이상이 ‘광고 추적을 허용하지 않음’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과 메타에 대한 증권사의 전망도 엇갈린다. 구글은 올해 1분기 광고 부문에서 23%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봤지만, 페이스북은 3~11%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메타가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메타버스의 사업을 담당하는 ‘리얼리티랩스’의 적자 폭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리얼리티랩스의 영업적자는 33억달러(약 4조원)를 기록했다. 연간 영업적자도 102억 달러(약 12조원)에 달한다. 전년도 영업적자인 66억 달러보다도 폭이 커진 것이다.

앞서 저커버그 CEO는 지난해 10월 회사 이름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변경했다. 당시 그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선점하고 다양한 사업을 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메타버스 사업 개발과 인재 영입에 100억달러(약 12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요 수익창출원인 광고 부문의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미래 성장동력인 메타버스 관련 사업이 본격적으로 메타의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지는 미지수다.

JP모건은 보고서를 통해 “페이스북 광고 성장세가 크게 둔화하는 데 반해 비용은 커지고 있으며 불확실한 메타버스로의 전환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CNBC는 메타의 실적발표 이후 “저커버그 CEO는 현실 세계의 문제를 가상세계로 풀 수 있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그가 원하는 건 애플과 구글로부터 자유로워져 메타만의 규칙을 세우는 것”이라고 전했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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