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 미래에셋증권이 수장 연임으로 연속성 있는 안정 체제에서 글로벌IB 목표에 힘을 싣고 있다.
◇ 복수 IB총괄 배치한 미래에셋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22년을 앞두고 국내 대형 증권사들의 경우 ‘동학개미’가 이끈 호실적에 힘입어 승진 및 연임 인사가 잇따라 나왔다.
지난 11월 미래에셋그룹은 창업 멤버인 최현만닫기최현만기사 모아보기 수석부회장을 대표이사 회장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금융투자업계 최초로 전문경영인 회장 체제 포문을 열었다.
최 회장은 1961년생으로 전남대를 졸업하고 동원증권을 거쳐 미래에셋 창립에 참여한 멤버다. 미래에셋 주요 계열인 증권, 운용, 생명, 캐피탈 등 CEO를 폭넓게 역임했다.
이번 승진 인사는 전문 경영자들이 회사를 이끌어가는 역동적인 문화의 미래에셋을 만들어 가겠다는 창업주 박현주닫기박현주기사 모아보기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정으로 전해졌다.
미래에셋증권은 연말 조직개편에서 IB 등 주력 비즈니스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IB총괄을 IB1와 IB2 복수로 운영해서 사업영역 별 전문 역량을 강화한 점이 특징적이다.
미래에셋증권은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에 이은 네 번째 발행어음 사업자다. 자기자본을 고려하면 미래에셋증권은 IMA(종합투자계좌) 사업 진출까지도 점쳐볼 수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한국 자본시장을 넘어 글로벌IB를 겨누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15개국 34개의 해외법인 및 현지 사무소의 업계 최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미래에셋그룹 측은 “미래에셋은 각 계열사 별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해 독립경영을 강화해가고 있다”며 “고객과 주주가치를 우선한 책임경영을 통해 글로벌 사업환경 변화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고 글로벌IB와 경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9년 1월부터 한국금융지주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을 이끈 정일문닫기정일문기사 모아보기 대표이사 사장(1964년생)도 이번 연말 인사에서 다시 신임을 받았다.
한국투자증권은 2021년 3분기 만에 누적으로 증권업계 첫 당기순이익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려 주목받았다. 2분기에 사모펀드 투자자에 대한 전액 보상을 단행하며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지만, 3분기에 카카오뱅크 IPO(기업공개)에 따른 지분법 이익이 실적을 뒷받침했다.
한국투자증권은 IB 경쟁력에 힘을 싣고 있다. 2021년 1월 미국 뉴욕 IB 전담법인을 새로 설립해서 국내와 시너지를 도모하고 현지 핵심 거점으로 삼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뉴욕 IB법인 대상으로 2억5000만달러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실탄을 마련해 트랙레코드(실적) 쌓기에 주력하고 있다.
KB증권의 경우 1963년생 박정림닫기박정림기사 모아보기(WM)·김성현(IB) 각자대표 ‘투톱 체제’가 재신임을 받았다.
특히 박 대표의 경우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 문책경고 중징계를 받은 점이 변수로 거론됐지만 금융위원회 의결이 내년으로 넘어가면서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KB증권의 2021년 3분기 누적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7295억원으로, 영업이익 기준 연간 ‘1조 클럽’ 가시권에 들게 됐다. 2016년 12월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 합병으로 통합 출범한 KB증권이 이제 걸맞은 기여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초대형IB로서 KB증권은 IB 부문 중에서 특히 DCM(채권발행시장) 전통 강자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정영채닫기정영채기사 모아보기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1964년생)도 내년 3월로 임기가 마무리돼서 연장 여부에 관심이 높다. 역시 옵티머스 펀드 사태로 금융감독당국의 문책경고를 받은 점이 불확실성 요소로 잠재돼 있다. NH투자증권은 2021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 1조601억원으로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6조원 시대를 연 NH투자증권은 재무구조의 개선, 초대형IB 경쟁력 강화, 사업 영역 확장에 힘을 싣고 있다.
장석훈닫기장석훈기사 모아보기 삼성증권 대표이사 사장(1963년생)은 유임돼 성장시대를 이어가게 됐다. 장석훈 대표는 2018년 ‘유령주식 배당사고’ 수습을 위해 투입돼 이후 재신임을 받고 임기가 오는 2024년 3월까지다. ‘뉴 삼성’ 선언 가운데서도 금융계열사 수장 중 자리를 지켰다. ‘구원투수’에서 이제 WM(자산관리)와 IB 균형을 바탕으로 매년 호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2021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2020년 3월 사모펀드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소방수’로 영입됐던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1961년생)도 이번에 연임돼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 임무를 받았다.
아울러 대표적인 ‘동학개미’ 투자 창구로 분류되는 키움증권에서는 연말 승진 인사가 나왔다. 다우키움그룹은 창립 멤버로 4년간 호실적을 견인한 이현 키움증권 대표이사 사장을 그룹 총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키움증권은 브로커리지(위탁매매) 호조에 힘입어 2021년 연간 기준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을 바라보고 있다. 2022년부터 키움증권을 이끌 신임 대표이사는 1967년생 황현순 부사장이 내부 발탁됐다.
DGB금융지주 계열 하이투자증권의 경우 ‘새 얼굴’인 홍원식 신임 대표이사를 맞이한다. 홍 신임 대표는 1964년생으로 이베스트투자증권 대표이사 등을 역임한 인사다.
또 국내 1호 테크핀 증권사 카카오페이증권은 김대홍(1967년생)·이승효(1979년생) 신임 공동대표가 내년 3월 공식 선임돼 손발을 맞춘다.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부회장)(1964년생)의 경우 유임되면서 증권업계 ‘장수 CEO’를 이어간다.
이 밖에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1963년생), 박봉권 교보증권 대표(1961년생), 김원규 이베스트투자증권 대표(1960년생), 궈밍쩡 유안타증권 대표(1965년생), 고경모 유진투자증권 대표(1966년생), 서병기 IBK투자증권 대표(1963년생),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1958년생) 등도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 IB 수익처 다변화는 핵심 과제
증권사 대표들은 역대급 실적 바통을 이어나갈 사업 포트폴리오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에는 ECM(주식자본시장) 중 IPO(기업공개) 부문 관련 공모주 시장 열기가 올해 대비해서는 한 풀 꺾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IB도 다양한 수익처를 발굴할 필요가 커졌다. 자본요건을 갖춘 추가적인 초대형IB 출현 여부, 발행어음 사업 확대, IMA(종합투자계좌) 사업 진출 여부 등이 주목할 만한 이슈로 꼽힌다.
해외주식, 연금 등을 키우면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중심 수익 구조를 넘는 수수료 기반 수익 창출도 화두가 될 수 있다. 마이데이터(MyData)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빅데이터를 활용한 초(超)개인화 개인종합자산관리(PFM) 플랫폼 경쟁도 예상되고 있다. 모회사인 테크 기업 기반 기존 사용자층이 두터운 테크핀(IT+금융) 증권사들이 브로커리지 서비스를 본격화하면 상당한 파급효과를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증권회사들이 비대면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확대하고 혁신 스타트업을 발굴해 지분투자와 대출 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할 것”이라며 “AI(인공지능), 빅데이터 기반 ICT(정보통신기술) 플랫폼을 활용해 중개 대상 금융투자상품을 전통적 자산에서 비상장 주식, 회사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금투상품으로 확대하는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아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국내 증권업 IB 수익구조 및 현황’ 리포트에서 “초대형 IB는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가능한 신용공여, 발행어음 및 IMA(종합투자계좌) 업무 등을 활용해 M&A(인수합병)를 자문·중개하면서 기업금융을 동시에 제공해서 상호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심예린 기자 yr040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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