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가 23년 만에 사실상 완전 민영화를 이뤘다. 예금보험공사가 우리금융지주 잔여지분에 대한 매각 대금 수령과 주식 양도 절차를 마무리하면서다. 이로써 정부는 우리금융에 투입한 공적자금 중 12조3000억원을 회수했다. 우리금융은 안정화되는 지배구조와 경영 자율성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성장 전략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내년부터 민간 주주 중심의 자율경영과 증권·보험사 인수합병(M&A)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몸집 불리기에 나선다.
예보는 이번 거래로 매각 대금 총 8977억원을 수령했다. 주당 평균 1만3213원에 매각한 셈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우리금융에 투입했던 12조8000억원 중 96.6%에 해당하는 12조3000억원을 회수했다. 향후 잔여지분 5.8%를 1만193원 이상으로만 매각하면 우리금융에 투입된 공적자금을 전액 회수할 수 있게 된다. 예보는 남은 지분 5%에 대해서도 향후 주가 추이, 매각 시점의 수급 상황 등을 감안해 매각 적기를 살핀다는 방침이다.
이번 매각으로 예보의 지분율은 기존 15.13%에서 5.80%로 축소돼 우리사주조합(9.80%), 국민연금(9.42%)에 이어 3대 주주로 내려가게 된다. 예보가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하면서 우리금융은 사실상 완전 민영화를 달성했다. 1998년 우리은행 전신인 옛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에 공적자금이 투입된지 23년 만이다.
유진PE가 추천하는 사외이사는 내년 1월 임시 주주총회 이후 선임된다. 예보는 비상임이사 선임권을 잃으면서 내년 3월 이후 우리금융 이사회는 6명의 사외이사와 손 회장을 포함한 사내이사 2명으로 꾸려진다. 정부의 손길을 완전히 벗어나 과점주주 중심의 지배구조가 확보된 것이다.
앞서 정부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금융회사 구조조정 과정에서 우리금융에 12조8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고, 지분매각 등으로 총 11조1000억원을 회수했다. 나머지 지분은 지난해부터 매각할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주가 급락과 국내외 투자자 대상 투자 설명회 개최 곤란 등 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매각을 개시하지 못했다. 이후 올해 들어 우리금융 주가가 회복세를 보이는 등 우호적인 매각 여건이 조성되자 정부는 잔여 지분매각 작업에 나서왔다.
우리금융은 이달 초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내부등급법 최종 승인을 획득해 자금 여력도 생긴 상황이다. 우리금융의 M&A 최우선 순위는 증권사다. 우리금융은 그간 증권사 인수를 위한 물밑 작업에 나서왔다. 시장에 대형 증권사 매물이 없는 만큼 중소형 증권사를 인수해 우리종합금융과 합병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금융이 인수할 만한 잠재 매물로는 유안타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 SK증권 등이 꼽힌다. 우리금융은 현재 중형 증권사 정도는 무리 없이 인수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금융은 벤처캐피탈(VC), 부실채권(NPL) 전문회사 설립 등도 검토 중이다. 중장기적으로 보험사 인수도 노리고 있다. 보험사 매물로는 동양생명과 ABL생명 등이 거론된다.
손 회장은 지난 6일 자사주 5000주를 추가로 사들이면서 완전 민영화를 토대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손 회장은 2018년 3월 우리은행장 취임 이후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해왔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8월과 9월 각각 자사주 5000주를 장내 매수한 바 있다. 이번 매입까지 총 16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매입하며 기업가치 제고 의지를 드러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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