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를 넘어서는 등 대출금리가 치솟으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영향뿐 아니라 가계부채 총량 관리를 위한 은행 차원의 가산금리 조정으로 대출금리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은행의 폭리를 막아달라’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빠르게 오르는 대출금리와 달리 예금금리는 여전히 1%대에 머무르면서 은행들이 손쉬운 ‘이자 장사’로 수조원의 이익을 챙기는 구조만 공고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가산금리를 높이고 우대금리를 없애면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해당 청원은 이날 오후 현재 1만20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은행이 ‘갑’이 돼 대출이 필요한 국민들에게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이미 받은 대출을 연장할때도 가산금리를 1%씩 높여서 연장해주곤 해 당장 갚을 돈이 없는 서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고금리 연장을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리인상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된다고 가계대출 관리를 하면서 정작 서민들의 가장 접점에 있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일선에서 금리를 크게 인상하는 것을 '좌시하고'있는 것이 이해가 안간다”면서 “지금 예대마진이 엄청나다. 누구를 위한 대출규제인가”라고 토로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국내 은행 예금금리는 평균 연 1.16%로 1년 전에 비해 0.29%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신용대출금리는 같은 기간 평균 연 2.89%에서 연 4.15%로 1.26%포인트 올랐다. 주택담보대출금리도 평균 연 2.44%에서 연 3.01%로 뛰었다.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하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내 6%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출금리의 급격한 상승세는 기준금리 인상과 물가상승 등의 영향으로 지표금리(시장금리)가 오른 영향도 있지만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총량 규제로 은행들이 지표금리에 자체 판단으로 더하는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우대금리를 축소하면서 금리 상승 폭이 더 커진 측면이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신용협동조합·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의 금리를 초월하는 '금리 역전'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가계대출 급증으로 금융그룹과 은행들의 이자이익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점도 금융소비자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여신 규모 확대뿐만 아니라 예대 마진이 커지면서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그룹은 올해 3분기까지 역대 최대 규모의 누적 순이익을 거뒀다.
은행권 대출 관련 민원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소비자 민원 현황을 보면 올 3분기(6~9월) 국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에 접수된 민원 건수는 622건으로 전분기(573건)대비 8.55% 늘었다. 특히 여신(대출) 관련 민원이 268건으로 지난 2016년 2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기본적으로 “시장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정은보닫기정은보기사 모아보기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은행과 2금융의 금리 역전 현상과 관련해 “금리라는 것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으로 시장 자율 결정 과정에 대해서는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감독 차원에서는 계속해서 아주 신중하게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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