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DL케미칼은 지난 27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의 석유화학회사인 크레이튼(Kraton) 지분 100%를 주당 46.5달러, 총액 16억 달러(약 1조8800억원)에 인수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지분 매입에 따라 크레이튼은 DL케미칼의 100% 자회사로 편입된다.
DL케미칼이 인수한 크레이튼은 작년 기준 매출액이 DL케미칼의 2배가 넘는다. DL케미칼은 이번 인수로 단숨에 미국과 유럽의 1위 SBC 제조 및 최대 규모의 바이오 케미칼 회사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외형 확장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서 전통적인 석유화학기업에서 고부가가치 스페셜티(Specialty) 및 바이오 케미칼 시장의 글로벌 석유화학 선도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또한 스페셜티 합성고무·점접착제 시장 진출이라는 중기 전략 목표에도 한걸음 더 다가서게 되었다. DL케미칼은 중기 전략 실행의 첫 번째 단추로서 지난해 크레이튼 수술장갑용 합성고무 사업부문인 카리플렉스(Cariflex)를 인수했다. 지난 6월 카리플렉스 브라질 공장 증설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으며 인수 1년만인 올해 기대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DL케미칼이 주목한 것은 800여 개 이상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크레이튼의 독보적인 기술력이다. 이 회사는 지난 1965년 세계 최초로 SBC 상업 개발에 성공했다. 이어서 1972년 SBC에 수소를 첨가해 내열성·내화학성이 우수한 수소첨가 SBC(HSBC)를 최초로 개발하며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제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크레이튼이 생산하는 SBC는 높은 품질로 합성고무 중에서도 부가가치가 높다. DL케미칼은 이번 인수로 확보한 특허를 활용해 핵심 소재의 국산화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그동안 석유화학 신소재 분야는 소수의 선진국들이 주도해 해외 기술 및 수입 의존도가 높았다. DL케미칼은 기술개발을 통해 원천기술을 추가로 확보하고 투자 확대를 통해서 신소재 산업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DL케미칼은 혁신 제품 조기 상업화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크레이튼은 R&D 역량을 바탕으로 혁신 제품을 끊임없이 개발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플라스틱 재활용을 높여 ESG 경영을 실천할 수 있는 제품 개발도 성공했다. 재질이 다른 재활용 플라스틱의 혼합을 용이하게 하고 재활용 제품의 단점인 물성 및 가공성도 개선한 제품인 서큘러(CirKular)를 출시했다. 이 제품을 사용하면 PET, HDPE 등 다른 재질의 플라스틱을 별도 분류 작업 없이 한꺼번에 재활용 작업이 가능하다. 이어 바이러스를 포함한 미생물을 99.99%까지 살균할 수 있는 바이액삼(BiaXam)을 선보였다. 바이액삼은 미국 환경보호국으로부터 임시 사용 승인을 받아 델타항공 키오스크 등에 적용되고 있으며 추후 최종 사용 승인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외에도 고기능성 침대 매트리스 소재 등 혁신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김상우 DL케미칼 부회장은 “DL케미칼은 크레이튼이 현재 개발하고 있는 혁신 제품들을 조기에 상업화하는 한편, DL케미칼의 공정운영 및 설비관리 역량을 접목해 크레이튼의 수익성을 한 단계 향상 시킬 것”이라며 “이번 인수로 미국과 일본, 독일 등 소수의 기술선진국이 글로벌 공급망을 독점해온 핵심 기술의 국산화와 함께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아시아 시장에 대한 투자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앞서 DL케미칼은 올 초 DL에서 물적분할한 후 ‘세계 톱20 석유화학사’로 도약한다는 목표 하에 대규모 인수합병(M&A)을 물색해 왔다. 회사는 올 초 향후 5년간 석유화학 사업에 2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김관주 기자 gj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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