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디지털 경쟁 환경 속 ‘카카오’라는 브랜드 인지도와 편리한 플랫폼을 주축으로 고객을 대거 확보한 카카오뱅크가 그 주인공이다.
금융권 전체를 디지털 경쟁의 소용돌이로 이끈 ‘메기’ 카카오뱅크가 역대급 투자금을 확보하며 ‘날개’까지 단 것이다.
◇ ‘자이낸스(Z+finance)’의 힘
물론 시장가치는 더 부풀려졌을 수도 있지만, 카카오뱅크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투자를 서슴지 않는 이들은 카카오뱅크의 ‘미래 가능성’에 주목한다. 그 첫 번째가 ‘자이낸스(Z+finance)’의 힘이다.
‘자이낸스’는 모바일 플랫폼에 익숙한 ‘Z세대(1994~2010년생)’과 ‘금융(Finance)’을 합한 신조어다. Z세대는 최근 적은 자산과 소득에도 과감한 대출로 소비와 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영혼을 끌어모은(영끌) 대출’로 주식과 암호화폐 상승장을 주도했고, 최근 ‘메타버스’라는 가상 공간 플랫폼을 종횡무진하는 이들도 ‘Z세대’다. 금융시장의 떠오르는 ‘샛별’이라 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처음부터 ‘비대면 은행’으로 탄생한 곳이다. 시작부터 기존 은행과는 다른 환경에서 다른 경쟁력으로 승부를 볼 수밖에 없었다. 시작부터 많은 직원을 채용해 영업점을 늘릴 수도 없었고, 충성고객으로 자리 잡은 각 은행 고객의 눈을 돌리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어쩌면 디지털 환경으로 시대가 변했기에 주목받을 수 있었던 ‘카카오뱅크’는 같은 입장인 ‘Z세대’와의 소통은 필연이었던 것이다.
현재 전통 금융사들도 Z세대 위주로 생존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현재 가치를 이어가려면 미래 고객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각 금융지주 회장들은 최근 하반기 경영전략으로 ‘MZ세대’를 화두에 올리고 소통을 강조했다. 아바타로 ‘메타버스’에 입장해 신입행원과 셀카를 찍고 춤을 추며 게임을 한다. 기존 정장 중심 문화에서 청바지를 허용하기도 하고, 적으로 간주될 수 있는 핀테크‧빅테크 기업과 적극적으로 손잡기도 한다. ‘자이낸스’가 바꾼 모습이다.
◇ 혁신의 중심 ‘카카오뱅크’
혁신의 중심에는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있다.
윤호영닫기윤호영기사 모아보기 카카오뱅크 대표는 20일 기업공개 전 기자간담회를 통해 “‘잠재 고객’인 10대들의 카카오뱅크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로 범위를 확장하면 카카오뱅크 전체 이용자 중 이들의 비중이 63%를 차지한다.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고객 연령대는 ▲10대 7% ▲20~30대 56% ▲40대 22% ▲50대 이상 15%로 나타났다.
쉽게 말해서 카카오뱅크를 지금의 성공으로 이끈 것은 청소년‧청년 세대인 것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만 14~19세 전용 상품으로 시장에 내놓은 ‘카카오뱅크 미니(mini)’는 10대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부모님 도움 없이는 금융을 접하기 어려웠던 이들에게 일종의 가상 계좌를 발급하며 다가간 게 유효하게 작용한 것이다. 지난달 말 기준 카카오뱅크 미니 가입 청소년은 85만명이다. 국내 만 14~19세 인구의 39%에 달하는 수준이다. 스마트폰에 익숙하지만 비대면 금융에서 소외됐던 Z세대를 제대로 파고든 ‘틈새 전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26주 적금’ 또한 재테크 출발점에 서있는 Z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부담 없이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26주 적금은 1000원‧2000원‧3000원‧5000원‧1만원 가운데 하나를 첫 주 납입금액으로 선택하면, 매주 그 금액만큼 증액해 적금하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첫 주 1000원을 납입금으로 설정하면, 다음 주에는 2000원, 셋째 주에는 3000원, 마지막 주인 26주차에는 2만6000원을 납입하는 구조다. 26주 적금을 성공한 이들이 소셜네트워크(SNS)에 ‘인증샷’을 공유하며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 잡았었다. 재테크에 관심이 많지만, 여윳돈이 부족해 작은 금액으로 편리한 방식의 금융 경험을 원하는 Z세대 욕구를 간파한 것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미니의 경우 비대면 계좌개설이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금융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선불 전자 지급수단’을 활용해 서비스를 개발했다”며 “26주 적금은 일반적으로 ‘적금’은 재미없고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데, 부담 없는 액수로 재미와 만기 성취감을 경험할 수 있게 하고자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와 단계별 우대 금리 혜택을 가미했다”고 설명했다.
◇ 색다른 조직문화, 금융권 취업 선호도 ‘1위’
Z세대는 새롭고 신선하면서 재미있는 금융 경험을 기대한다. 동시에 편의성과 간편성을 우선으로 추구한다. 물론 자산 관리는 기본이다. 어쩌면 공급자 위치에 있는 기업들의 ‘할 일’은 Z세대가 떠오르며 훨씬 많아진 것이다.
Z세대에게는 단순히 상품을 진열하고 광고를 나열하는 것으로는 마케팅이 통하지 않는다. 실제로 ‘얼마나 진정성 있게 소통에 임하느냐’가 중요하다. 보수적인 문화로 알려진 은행권이 디지털 문화를 기반으로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Z세대와 어떻게 하면 친숙해질 수 있을까?
카카오뱅크의 소통 방식에서 그 비결을 찾을 수 있다.
소통은 내부에서부터 출발한다. 조직 기반이나 문화가 Z세대와 동떨어져 있으면 아무리 트렌드를 따라가려 해도 뒤처질 수밖에 없다.
카카오뱅크는 윤호영 대표부터 ‘다니엘(Daniel)’이라는 영어 이름을 쓴다. 직원 모두 한국 이름과 직급을 떼고 영어 이름으로 수평적 소통을 한다. 직원 80% 이상을 40대 이하로 구성돼 있어 가능한 일일 수도 있지만, 그 안에는 디지털 혁신 속도에 발맞추기 위한 전략이 내재돼 있다.
카카오뱅크에는 ‘보고한다’는 말이 없다. 대신 ‘공유한다’고 표현한다. ‘보고’는 보통 아랫사람이 윗 사람에게 하는 말이기 때문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교환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회의에 참여하는 이들 전원이 동의해야만 아이디어가 채택된다. 그 과정에 있어서 직급과 부서, 나이, 성별 등은 상관없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다른 기업에서는 전혀 볼 수 없을 정도로 직급과 나이를 뛰어넘어 소통하는 모습에 처음에 자신도 깜짝 놀랐다”며 “최근에 금융권에서 이 같은 혁신을 꾀한다고 하는데, 조직 관리자들이 본질적인 사고방식에서부터 사람 사이에 직급 등으로 우열을 나누는 사고를 갖고 있다면 혁신은 무늬에 불과한 채로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디어가 채택되면 상품 기획과 개발, 디자인, 마케팅 등 각 부서에서 1~2명씩 모여 태스크포스(TF)를 꾸린다. 상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카카오뱅크 사내 인트라넷 ‘아지트’ 게시판에 모두 투명하게 공개된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보다 나이, 성별, 직급 등을 뛰어넘어 자유롭게 소통하는 외국 문화를 받아들인 것이다.
또한 ‘성과’를 중시한다. 개발이나 정보기술(IT) 인력을 ‘비용’ 이 아닌 ‘미래 투자’로 보고 큰돈을 들여서 데리고 온다. 성과에 따라 연봉을 다르게 적용하기 때문에 호봉제를 시행 중인 시중은행에 비해 능력 있는 개발자를 데려오기 쉽다. 2~3년에 한 번씩 부서가 바뀌는 점도 개발자들이 기존 금융사를 꺼리는 이유다.
내부에서부터 끊임없는 혁신을 거듭하고 있는 카카오뱅크는 청년들의 취업 선호도로 이어지고 있다.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올해 신입 채용을 준비하는 4년제 대학 졸업 학력 ‘취업 준비생(취준생)’ 598명을 대상으로 ‘금융권 취업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취준생이 가장 취업하고 싶어 하는 금융사 1위는 ‘카카오뱅크(30.2%)’였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5위였던 카카오뱅크가 1년 만에 1위로 올라선 것이다. 취업하고 싶은 기업을 꼽은 이유에 관해 “평소 기업에 관한 이미지, 연봉, 복지제도에 관한 사전 정보와 기업 제품 이용 경험이 취업선호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정식으로 계좌를 발급받기 전부터 카카오뱅크 충성고객으로 자리 잡고 있는 ‘Z세대’.
알 수 없는 미래에 새로운 환경 속 도전을 즐겨야만 하는 ‘자이낸스’가 카카오뱅크에 청약이 역대급으로 몰리는 가장 큰 이유 아닐까?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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