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은행들이 동남아시아를 거점으로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은행들은 디지털 전략을 중심으로 현지 중심 영업 방식을 새로 짜고 있다. 본 기획기사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4대 시중은행의 글로벌 진출 현황과 계획을 조명하고 총괄 임원 인터뷰를 통해 세부 전략도 함께 짚어본다. 〈 편집자주 〉
권광석닫기권광석기사 모아보기 우리은행장이 동남아시아 시장을 거점 삼아 ‘디지털 금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성장기반 강화를 위해 자본금 증액에도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확대된 비대면 거래 비중에 발맞춰 현지 수요에 적합한 상품·서비스를 내놓겠다는 전략이다.
우리은행의 올 1분기 글로벌 법인 당기순이익은 약 407억원이다. 지난해 1분기보다 41.8% 증가했다. 해외법인 순이익 중 61.4% 비중을 차지하는 동남아 법인의 순이익이 1년 만에 28.2% 올라 1분기에만 약 250억원을 거둬들였다.
특히 유럽우리은행을 제외하면 해외법인 중 손실을 기록한 곳은 한곳도 없었다. 지난해 코로나19 악재로 해외법인 순이익(1074억원)이 전년 대비 6.9% 줄어들며 주춤했지만, 부실을 털어내고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 권광석 행장의 글로벌 사업 전략 4가지
이와 같은 성과는 권광석 행장이 자신의 전문 분야로 손꼽히는 ‘해외 영업’ 분야에 집중하며, 4가지 전략을 세운 영향으로 풀이된다.
권 행장은 1988년 우리은행 전신인 상업은행에 입사한 뒤 2008년 우리아메리카은행 위싱턴 영업본부장, 2017년 대외협력단 상무 등을 거쳐왔다. 대외협력단을 이끌 때는 우리은행 주식 외국인 지분율을 17%에서 25%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국내외 해외영업점을 모두 이끌어 본 데다 전략, 홍보, 투자은행 등의 업무를 맡아온 역량이 다시 발휘되고 있다.
권 행장 주도 하에 우리은행이 현재 추진 중인 첫 번째 전략은 ‘투 웨이(2-Way)’다. 동남아와 같은 신흥시장에서는 리테일·현지 기업 고객 기반으로,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는 글로벌 투자은행(IB)와 지상사·글로벌 기업 등 기업금융 중심으로 영업을 다르게 펼치는 방식이다.
두 번째 전략은 국내 최대 글로벌 네트워크를 중요한 원동력으로 삼고 국가별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올 6월 기준으로 23개국에서 448개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두 번째로 많은 네트워크를 보유한 신한은행(161개)보다 3배 가까이 되는 수준이다.
세 번째 전략은 성장률이 높고 수익성이 좋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자본금을 늘리는 것이다. 우리은행 인도네시아법인 우리소다라은행은 지난 14일 주주총회를 통해 유사증자 안건을 의결했다. 규모는 1억달러(약 1100억원)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금융당국(OJK) 승인을 거쳐 오는 9월 유상증자가 진행된다. 규모를 키운 상태에서 현지에서 국내 수준의 디지털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신규 고객이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캄보디아에서는 이미 지난해 유상증자 방식으로 1000억원 이상 투자를 마쳤다.
마지막 전략은 IB 전문역량을 강화해 IB여신을 확대하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글로벌 IB 데스크를 중심으로 국외 IB 네트워크를 강화해 둘 이상의 은행이 해외 기업체에 공동으로 자금을 대출하는 ‘우량 신디케이티드론’ 취급을 늘리고 있다.
아울러 다양한 IB 거래 취급 경험과 높아진 이해도를 바탕으로 IB 금융주선을 지속 발굴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에도 유망산업에 관한 선별 접근으로 수익성과 건전성 모두 높일 계획이다.
◇ 포스트 코로나, ‘디지털 뱅킹’으로 대비
우리은행은 코로나 이후 비대면 거래가 계속될 것을 예상하고, 현지 핀테크사와 제휴 맺는 등 ‘디지털 뱅킹’으로 현지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베트남 법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우리원(WON) 뱅킹’ 베트남 버전을 출시했다. 현재 ‘이모이(E-moi) 예·적금’과 ‘이모이 파킹통장’으로 신규 고객을 확보 중이다. 한 달 뒤인 4월 인도 등 8개국 11개 국외 지점 모바일뱅킹 ‘우리원뱅킹’ 글로벌 버전도 내놨다.
올해 들어 중국과 브라질 모바일뱅킹 신규 구축을 완료했으며, 캄보디아 모바일뱅킹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4월 베트남 중앙은행 주도 신규 금융 결제망 추진 사업에 외국계 은행 중 유일하게 선정돼 ‘차세대 금융결제 공동망(ACH·Automated Clearing House)’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번에 구축된 시스템을 통해 공과금이나 카드대금 등을 납부할 경우 베트남 우리은행 고객의 계좌뿐만 아니라 공동망 시스템에 참여 중인 다른 은행 계좌로도 결제가 가능해 신규 고객 유치가 쉬워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지 중앙은행에서 주관하는 사업에 외국계 은행이 선정된 것만으로도 우리 은행 브랜드 이미지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며 “차세대 금융 결제 공동망 구축으로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현지 정부 정책에 부응한 맞춤형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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