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의 매각 작업이 나날이 속도를 더하고 있다.
여기에 내년 3월 치러질 제 20대 대통령선거 이후 산업은행 인사 변동이 있을 가능성을 고려하면, 매각 시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 대우건설,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주택사업 집중 결실…6월 각자대표 체제 예고
올해 대우건설의 1분기 실적은 매출 1조 9390억 원, 영업이익 2294억 원, 당기순이익 1479억 원 순이었다.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소폭(2.4%)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지난해 기록한 1209억 원 대비 89.7%나 늘며 시장 전망치를 대폭 상회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주택건축 현장의 일시적 원가율 개선 요인과 해외 플랜트 현장 준공PJ 실적 개선 등의 영향”이라며 “매출액에서 원가를 뺀 매출총이익도 3400억 원으로 작년 1분기 실적(2170억 원)을 크게 웃돌았고, 주택을 비롯한 대부분 사업 부문의 매출총이익률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기대감 속에서 대우건설의 주가 역시 지난해 말 주당 3980원 대에 거래되던 것이 실적발표 후인 5월 현재 7390원 대까지 크게 올랐다. 시장 일각에서는 주당 가격이 올라가면 매각 시에 매각 주간사에 인센티브가 주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리스크/원가 관리 시스템 등이 안정적으로 정착되면서 입찰 및 사업 관리 역량이 크게 개선됐다”면서 “대내외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이지만, 시스템을 기반으로 양질의 수주를 통해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에 주력한다면 올해 초 공시한 향후 3개년간 수주 및 매출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호실적을 거둔 대우건설은 실적 개선의 선봉장이었던 김형닫기김형기사 모아보기 대표를 사업대표로 재선임하는 이례적인 행보를 선택했다. 여기에 정항기 CFO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관리대표’로 신규선임하는 내용의 인사를 발표함으로써 각자대표 체제를 예고했다. 대우건설의 각자대표 체계는 오는 6월 7일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 결의 등을 거쳐 본격 돌입할 예정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매각이 본격화될 경우, 관련 기능을 재무통인 정항기 CFO에 집중함으로써 매각 프로세스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며, “매각 관련 업무에 대한 부담을 던 김형 사장은 안정적 사업 운영에 전념하기 수월해졌다”고 밝혔다.
◇ 대통령선거 이후 산업은 인사변동 여부도 중요 변수로
내년 예정된 제 20대 대통령선거와 그에 따른 산업은행 인사변동 여부 역시 중요한 변수로 지목된다.
이동걸닫기이동걸기사 모아보기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해 산업은행 회장으로는 네 번째로 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2017년 9월 취임 이후 앞서 산업은행이 끌어안고 있던 구조조정 현안을 해결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년간 자회사로 품고 있던 대우조선해양 매각 개시를 비롯, 금호타이어, 한국GM, STX조선, 동부제철 등에 대한 매각 및 구조조정에서 추진력을 발휘했다는 평도 나왔다.
이 회장은 2019년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2년 정도 기업 가치를 높인 후에 대우건설 재매각을 진행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의 복안대로 대우건설은 현재 주택사업 집중의 결실을 맺으며 기업 가치를 상당 부분 개선한 상태다.
그러나 계획대로 매각이 수월하게 이뤄지지 않고 시간을 보내게 되면, 정국은 빠르게 대선 분위기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남는다. 대선까지 불과 10개월여를 앞둔 지금, 여야 당대표가 새로 선출되고 나면 하반기부터는 이미 대선 분위기가 만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대선 분위기에 휩쓸리게 되면 매각 작업이 상대적으로 관심의 중심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는 한편, “여야를 막론하고 정권이 바뀐다면 내각부터 개편할 텐데,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에도 변화가 생긴다면 매각 동력이 떨어질 수 있지 않겠나”라고 짚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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