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지난해 순이익은 각각 3조4552억원, 3조4146억원으로 전년 대비 4.3%, 0.3% 늘었다. 두 금융지주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썼지만 KB금융이 신한금융을 400억원가량 앞섰다. 이에 따라 KB금융은 3년 만에 리딩금융 자리를 되찾게 됐다. KB금융은 2017년 신한금융이 9년 동안 지켰던 순이익 1위 자리를 탈환했다가 2018년부터는 다시 신한금융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지난해 실적 순위는 시장의 예상을 깬 결과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에 따르면 당초 신한금융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3조5084억원으로 KB금융의 3조4856억원보다 소폭 많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들 금융지주의 실적을 가른 건 라임 펀드 등 사모펀드 사태 관련 비용이다. 신한금융은 작년 라임 펀드 관련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총 4725억원의 손실을 인식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만 외부실사 평가를 통해 손실액으로 2675억원을 반영했다. 신한은행이 라임CI펀드 등과 관련해 692억원을, 신한금융투자가 라임 총수익스왑(TSR) 관련 손실로 1153억원을 적립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해외투자자산 696억원 평가손실도 반영했다.
KB금융도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이 전년(6703억원)보다 55.7% 늘었지만 신한금융보다 3500억원 적은 1조434억원에 그쳤다. KB금융은 KB증권의 사모펀드 TRS 관련 평가손실 290억원과 무역금융펀드 충당부채 230억원, 사모펀드 충당부채 210억원을 반영했다. 코로나19 관련 추가 충당금으로는 3770억원을 적립했다.
지난해 주요 금융지주들은 코로나19에 따른 대출 증가와 주식투자 열풍에 따른 비은행 부문 수수료 이익 급증에 힘입어 줄줄이 최대 실적을 썼다.
신한금융도 지난해 수수료이익으로 전년보다 11.3% 증가한 2조3830억원을 기록했다. 증권수탁수수료가 125.0% 늘었고 리스금융수수료도 72.6% 증가했다. 신한은행의 원화대출금은 248조808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0.6% 불었다.
하나금융 역시 비은행 부문의 약진으로 최대 실적을 올렸다. 하나금융의 지난해 순이익은 2조6372원으로 전년보다 10.27% 증가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증시 거래량이 급증한 우호적 환경 속에서 증권중개 및 인수주선·자문수수료 등 전반적인 이익창출 능력이 향상되면서 전년보다 46.6% 증가한 4109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하나캐피탈도 우량 리테일 자산 증대에 따른 이자이익 성장에 힘입어 64.5% 늘어난 1772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하나카드의 순이익은 결제성 수수료 증대와 디지털 혁신에 따른 비용 효율화 등으로 174.4% 급증한 1545억원을 기록했다. 하나자산신탁(808억원)과 하나생명(266억원)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면서 하나금융의 작년 비은행 부문 이익 비중은 34.3%로 전년 대비 10.3%포인트 증가했다.
다만 우리금융은 지난해 4대 금융 가운데 유일하게 역성장을 기록했다. 우리금융의 작년 순이익은 1조3073억원으로 전년 대비 30.18% 감소했다. 증권 자회사를 둔 다른 금융지주들과 달리 증권사가 없는 우리금융은 주식 시장 호황 덕을 보지 못했다. 우리금융의 지난해 이자이익은 5조9985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늘었으나 비이자이익은 8224억원으로 21.4% 감소했다. 비이자이익 가운데 수수료이익은 1조140억원으로 8.1%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한 충당금과 사모펀드 관련 비용도 실적을 끌어내렸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미래전망 충당금 3230억원, 사모펀드 관련 비용 2180억원을 적립했다. 우리금융의 작년 대손충당금은 7844억원으로 전년 대비 109.6% 급증했다. 우리금융 실적이 뒷걸음질 치면서 4개 금융지주 합산 순이익도 줄었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총 10조8143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인 2019년 11조278억원에 비해 1.9% 감소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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