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기업이 단순히 유망한 신사업에 뛰어든다는 선언 자체로 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사업 역량이 신사업과 어떻게 결합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1일 총 8억8000만달러(약 9600억원)을 들여 미국 로봇개발사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인수했다. 이는 정의선닫기정의선기사 모아보기 현대차그룹 회장의 회장 취임 이후 첫 대규모 인수합병(M&A) 사례다.
1조원에 가까운 거액을 투입해 경영권을 직접 인수했다는 점에서 1998년 기아차 인수(약 1조2000억원)에 비견되는 승부수로 평가된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효과에 대해 △계열사간 시너지(물류) △기존 사업간 시너지(자율주행 UAM 스마트팩토리) △신사업 진출(인간형 로봇) 등 3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당장 현대차는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로 산업용 물류 로봇을 주목하고 있다. 물류 로봇은 창고에서 물건을 집어 나르는 작업을 사람을 대신해 수행한다. 현대글로비스가 이번 인수에 공동 참여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개발을 통한 서비스 시장 진출을 염두해 두고 있다.
현대차가 구상하고 있는 또 다른 미래 핵심사업인 UAM은 일종의 도심 재설계 계획과 관련이 있다. 현대차 UAM사업을 이끌고 있는 신재원 사장은 “UAM은 교통 혼잡으로부터 해방하자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반백년 지상의 자동차를 만들어 온 현대차가 새로운 하늘길을 개척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2026년 석유와 전기로 움직이는 하이브리드 비행체를 출시하고, 2028년 도심을 비행하는 완전 전동화 모델을 내놓기로 했다. 2030년에는 인근 도시까지 날 수 있을 정도로 거리를 늘린 새 모델도 선보인다.
모건스탠리는 UAM 시장이 2030년 3200억달러에서 2040년 이후 1조5000억달러까지 10년 사이 5배 가까이 급성장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미 글로벌 완성차·스타트업 등 250여개 기업이 뛰어들 정도로 유망한 사업으로 꼽힌다. 토요타 ‘스카이드라이브’, 다임러 ‘볼로시티’, 아우디·에어버스 공동 프로젝트 ‘팝업넥스트’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자동차 산업에서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한 기술과 경험이 UAM 사업에서 신생기업과 차별화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자신했다. 또한 다양한 부품 기술과 요금체계와 연계할 수 있는 금융사를 보유한 그룹 역량도 강점으로 꼽았다.
독자기술을 보유한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도 적용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김세훈 현대차 연료전지사업부장 부사장은 “UAM은 당장 전기 배터리로 만들지만, 장거리 운용에는 수소 연료전지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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