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상무부의 공고에 따르면, 15일부터 자국의 기술이 조금이라도 적용된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하려면, 미국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제재안을 발표했다.
스마트폰에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통신용 모뎀칩, D램, 낸드플래시 등 다양한 반도체가 들어가게 된다. 화웨이가 자체 기술로 반도체를 생산해내지 않는 이상,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가 시행되기 전날(14일)까지 재고를 최대한으로 늘리기 위해,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주문량을 급격하게 늘렸다. 재고를 최대한으로 비축해둔 뒤 제재안이 완화되기 전까지 버티겠다는 전략이다.
업계는 미국의 제재가 장기화되면, 화웨이의 스마트폰 시장 퇴출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화웨이의 내년 스마트폰 생산량이 5900만대로, 올해 1억9200만대보다 급격하게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으로 내다본다면, 삼성전자와 애플이 화웨이의 공백을 채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삼성전자의 중저가 스마트폰인 '갤럭시A' 시리즈의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수요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가져가고, 중국 내 수요는 오포, 비보, 샤오미 등이 차지할 것”이라며, “특히 이번 화웨이 제재로 삼성전자는 올해 스마트폰 판매량 2억6000대에서 내년에는 3억대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라고 내다봤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올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21%, 애플이 15.3%, 화웨이 15.1%로 추정했다. 그러나 이번 제재로 화웨이의 내년 점유율은 4.3%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 대상은 반도체를 넘어 운영체제까지 확대돼,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화웨이는 지난 10일(현지 시각) 내년에 출시되는 스마트폰부터 자체 운영체제(OS) ‘훙멍 2.0’이 탑재될 것이라고 밝혔다. 화웨이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대신 자체 OS인 ‘훙멍 2.0’을 탑재하겠다 했지만, 업계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와 블랙베리의 경우, 자체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하려 했으나 실패한 전례가 있다.
김지산·장민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은 하드웨어보다 앱 개발자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 싸움이고,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 외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라며, “화웨이는 중국 내수 기업으로 전락하고 내수 시장에서도 지배적 지위를 상실할 것”으로 내다봤다.
통신장비 시장에서 선두를 지키기는 일도 어려워졌다.
지난 10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델오로 그룹(이하 델오로)에 따르면, 화웨이는 올해 상반기 전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31%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델오로는 화웨이가 중국의 대규모 5G 투자 수혜를 본 것으로 분석했다.
2위인 노키아와 2배 이상이 격차를 벌렸지만, 이번 제재로 하반기 점유율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삼성전자도 미국의 최대 통신사 버라이즌과 7.8조원 규모의 통신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의 점유율을 더욱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내년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 싸움은 에릭슨·노키아·삼성전자의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그럼에도 화웨이와 중국 정부는 미국의 추가 제재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올 11월 미국 대선을 기점으로 화웨이 제재 완화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선 결과에 따라 미국 행정부의 대 중국 정책이 변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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