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운용수익률이 부진한 데다 기업들이 퇴직연금 사외적립 의무를 소홀히 하면서 국내 상장사들의 퇴직연금 순부채가 1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확정기여(DB)형 퇴직연금에 가입된 상장사 1995곳 중 1386곳의 확정급여부채는 72조원, 사외적립자산은 59조원으로 집계됐다.
확정급여부채에서 사외적립자산을 뺀 퇴직연금 순부채는 13조원이다. 앞으로 기업이 근로자에게 퇴직급여로 지급해야 할 돈에 비해 외부 금융기관에 쌓아놓은 퇴직급여가 13조원 부족하다는 뜻이다. 한 회사당 순부채 평균액은 약 94억원이다.
이 같은 현상은 그동안 퇴직연금이 원리금 보장 상품에 편중된 운용 등으로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한 데 더해 기업들이 사외적립자산을 외부 금융기관에 적립해야 하는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퇴직연금 순부채 가운데 수익률 저조로 인한 규모가 3조3000억원, 기업이 사외적립을 제대로 하지 않아 발생한 규모가 9조7000억원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DB형 퇴직연금은 근로자 퇴직 시 사전에 확정된 퇴직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퇴직연금 수익률이 임금상승률보다 낮으면 기업이 그 차이를 보전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이는 그해 말의 부채 증가로 이어진다.
현대자동차는 근로자 퇴직급여가 작년 말 현재 5조1080억원으로 추정되지만, 사외적립금은 4조7781억원이어서 퇴직연금 순부채가 3299억원이다. 기대 임금 상승률보다 수익률이 부진한 영향이다. 지난해 DB형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수익률은 1.44%에 불과하다.
박혜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퇴직연금 부채 및 자산 규모가 증가하는 가운데 적립금 운용수익률 개선을 통한 기업 부담금 절감 노력이 필요하다”며 “향후 5개년간 운용수익률이 1%포인트 오르면 기업 부담금을 3조7000억원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퇴직연금 재정관리는 기업 재무활동의 중요한 요소이며 개별 기업은 적립금 운용에 보다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며 “퇴직연금 적립률이 높은 기업일수록 신용등급이 우수하다”고 덧붙였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관련기사]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