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까지 쿠팡의 성장 속도는 눈에 띄게 가팔라졌다. 애플리케이션 분석업체 와이즈앱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쿠팡의 결제액은 7조84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견줘 64%나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11번가 등 주요 경쟁사들의 거래액이 줄어든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시장에서는 쿠팡을 '좀비기업' 보는 시각과 '계획된 적자'라고 평가하는 시각이 갈라져 있다. '계획된 적자'론은 쿠팡이 아마존의 궤적을 답습하고 있다는 전제가 깔린다. 아마존이 적자 일색 조롱에도 불구하고 8년 만에 흑자를 냈듯이 쿠팡도 때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8년 만에 흑자 낸 아마존...기술이 살렸다
아마존은 1994년 e커머스 시장 태동기에 문을 열어 쿠팡처럼 사업 초반 수년간 대규모 적자를 냈다. 최고경영자(CEO)이자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에게도 '10년 연속 적자', '누적 적자 3조원'이라는 조롱이 따라다녔다. 2002년이 돼서야 첫 흑자를 냈지만 2012년과 2014년에도 각각 500억원, 2800억원 규모 적자를 냈다.
쿠팡은 공공연히 아마존의 서비스 모토를 자신들도 기준으로 삼고 있음을 강조한다. 아마존의 모토(SPC)인 구색(Selection), 가격(Price), 편리(Convenience)를 기준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쿠팡 관계자는 "이 세 가지 가치는 앞으로 10년 뒤에도 변치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클라우드 사업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한 매출 74억3000만달러(약 8조 2993억원)을 기록하는 등 상대적으로 성장 폭이 컸다. 영업이익은 21억8000만 달러(약 2조4350억원)을 기록, 전체 영업이익의 58%를 차지했다.
◇핀테크 사업 강화로 미래 먹거리 늘린다
쿠팡의 기술 개발은 미래 먹거리로 확장되고 있다. 쿠팡이 제2 성장 동력으로 꼽은 것은 핀테크다.
지난 4월 쿠팡은 단독 대표 체제에서 3인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하면서 핀테크 사업에 힘을 실었다. 핀테크 사업을 이끌 인물로 정보람 대표를 선임한 것이다. 정 대표는 쿠팡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로켓페이'를 만든 사람으로 핀테크 전문가로 알려졌다.
그는 2015년 하반기 김범석닫기김범석기사 모아보기 대표에게 로켓페이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매번 신용카드 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운 결제 과정을 거치지 않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되도록 시스템을 바꾸자고 했다. 결국 정 대표가 주도한 로켓페이팀은 2015년 말 결과물을 내놨다.
로켓페이는 '구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되는 결제 시스템으로 다른 페이처럼 비밀번호를 입력하거나, 지문을 인식하도록 할 필요가 없다. 부정 사용이 의심될 때만 비밀번호와 지문 인식을 요구한다. 신용카드 등을 한 번 등록해 놓으면 그 다음엔 구매 버튼만으로 결제가 이뤄진다.
로켓페이는 쿠팡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4월 핀테크 부문 각자 대표로 승진했다. 대표 선임과 동시에 정 대표는 로켓페이 이름을 '쿠페이' 바꾸고 현금 예치금 제도인 '로켓머니'는 '쿠팡캐쉬'로 통합했다. 핀테크 분야의 발전을 위해 재정비에 나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쿠페이를 다른 서비스들과 연결시키며 핀테크 사업 강화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쿠팡은 출시를 앞둔 배달 서비스인 '쿠팡이츠'에 쿠페이를 적용할 예정이다. 쿠팡 관계자는 "고객 감동을 위한 기술 개발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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