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은 국민의 70%가 가입했을 정도로 가입률이 높아 ‘제 2의 건강보험’이라는 별명까지 지니고 있다. 게다가 실손보험 상품은 보장하는 범위가 넓기 때문에 높은 손해율을 기록할 수 밖에 없는 상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문재인 정부의 주요 공약 중 하나였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본격적으로 시행하며 민간 보험사들의 실손보험료에 인하 요인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보험사들은 실손보험료를 동결하는 방식으로 화답했지만, 내년에는 다시 실손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 미세먼지·한파 영향에 실손보험료까지 악영향 우려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는 나날이 늘어가고 있지만, 보험업계는 요율 산출의 어려움을 이유로 특화 보험 개발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일부 보험사가 출시한 어린이보험 상품에 미세먼지와 관련된 특약이 포함돼있긴 하나, 미세먼지 피해 전반을 보장해주는 보험은 요율 산출의 어려움을 이유로 출시되지 않고 있다. 현재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는 주로 각 보험사가 판매하고 있는 실손보험이나 국민건강보험 등을 통해 보장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실손보험의 손해율이다. 실손보험 손해율은 해마다 겨울철이 되면 한파로 인한 사고 및 질병 증가로 자연스럽게 급상승해왔다. 설상가상으로 올해는 여기에 미세먼지로 인한 호흡기·피부 질환으로 인한 피해까지 속출하면서 예년보다 실손보험 손해율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실손보험료 인상 제동? 보험업계 “논의 시기상조”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2015년 122%, 2016년 131%, 2017년 122% 등으로 최근 3년간 연달아 100% 이상을 넘겨왔다. 손해율이 100%가 넘으면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보다 가입자에게 지급된 보험금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최근 ‘문재인케어’ 시행에 따른 보험사의 반사이익을 반영해 내년 실손보험료 인하에 대한 방침을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2년까지 정부 계획대로 모든 비급여 치료가 건강보험으로 처리되면 보험사가 실손보험으로 지급하는 보험금이이 13.1∼25.1%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는 이러한 결과를 들며 내년 신(新)실손보험료가 8.6% 정도의 인하요인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실손보험이란 자기부담금을 이전보다 올린 실손보험으로 지난해 4월부터 판매됐다.
반면 2009년 10월 이전에 판매된 구(舊)실손보험은 보상한도와 자기부담금이 표준화돼있다. 구실손보험의 보험료 8~12%가량의 인상요인이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이러한 인상폭 역시 14~18%의 인상요인에서 소폭 줄어든 인상폭으로, 이 역시 문재인케어의 반사이익이 반영될 것으로 진단됐다.
그러나 신실손보험의 손해율이 낮다는 이유로 인하 요인이 있다는 분석은 다소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4월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신실손보험은 판매 이력이 짧아 손해율이 낮게 나타나고 있을 뿐, 장기적으로 보면 일반 실손보험과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실제로 신실손보험의 손해율은 2017년 상반기 29.4%에서 2017년 하반기 61.9%로 반년 사이 40%가 넘게 뛰었고, 지난해에도 80%선을 기록하며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실손보험의 발생손해액을 위험보험료로 나눈 위험손해율은 지난 수년간 감소했지만 지난해 상
이를 두고 보험업계는 “문재인케어의 효과가 실제로 작용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보험료 인하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불만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보험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보험은 장기상품이라 데이터가 누적되지 않으면 요율 산출이 어려운데, 현 정부는 단기적인 현상만 보고 무리하게 보험료 인하만을 요구하고 있어 난감한 부분이 많다”고 토로했다.
◇ 삼성화재, 표준형 실손보험료 인하 결정... 경쟁 보험사들 ‘당혹’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화재는 지난달 24일 2009년 10월 이후 판매됐던 ‘표준화 실손보험’의 보험료를 내년 초 1.6%가량 인하하기로 했다고 밝혀 업계의 놀라움을 샀다. 이러한 결정이 가능했던 배경 역시 자동차보험과 마찬가지로 이들의 손해율이 103%로 업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는 점이 주효했다. 상반기 개인실손보험 손해율이 평균 122%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손해율은 상당히 양호한 편이다.
손해율이 100%를 넘긴다는 것은 보험사가 받는 보험료보다 지급하는 보험금의 규모가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팔아봤자 손해’라는 뜻이다. 보험사들은 통상적으로 손해율을 고려해 매년 실손보험료를 소폭 인상해왔다.
올해 보험개발원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에 의해 보험사들이 얻는 반사이익 6.15%를 반영해 손해보험사는 5.9%, 생명보험사는 8.7%의 인상 요인이 있다는 참조요율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보험료를 인하하자 다른 보험사들 역시 이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화재는 항상 보험업계의 가격 경쟁의 기준점이 되어 왔기에 이번 ‘인하’는 경쟁사들에게 다소 당혹스러울 것”이라고 전하는 한편, “보험료 규모가 자동차보험보다 작더라도 ‘인하’와 ‘인상’이라는 단어가 주는 차이는 크기 때문에 브랜드 파워가 약한 중소형사에게는 더욱 큰 부담이 될 것 같다”고 진단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관련기사]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