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서 ‘트레이드’란 서로 다른 구단이 선수와 선수를 맞교환하는 행위를 말한다. 트레이드는 서로의 가려운 부분을 확실하게 긁어줄 수 있는 효과적인 전력 보강 방법으로 손꼽힌다.
보험업계에서는 공석이 될 오렌지라이프의 사장 자리에 신한금융지주의 인사가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른바 오렌지라이프와 신한금융지주간 화학적 결합을 위한 ‘인사 트레이드’인 셈이다.
◇ ‘구조조정 전문가’ 정문국 둘러싼 신한생명 노조의 ‘이유있는 반발’
정 사장은 이 과정에서 노조들과 크고 작은 갈등을 겪기도 했다. 정 사장이 알리안츠생명 사장을 지내던 시절, 노조 측과 성과급제 도입 등을 둘러싸고 235일간의 파업을 비롯한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던 것이 그 예다. 2014년 ING생명 사장으로 선임된 직후에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임직원의 20% 가량을 감축한 경력이 있다.
신한생명 노조 역시 26일 성명서를 통해 "정문국은 가는 곳마다 강압적 구조조정으로 노동자와 가족들의 피눈물을 흘리게 한 장본인"이라며, "포용성장 정책에 역행하는 대표이사 내정을 용납할 수 없다"는 강한 반발을 보이기도 했다.
◇ 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 화학적 결합 필요...IFRS17 대비 조기합병 가능성 시사
그러나 이번 인사이동은 정문국 사장이 지금껏 걸어왔던 것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사장이 맡아왔던 회사들은 모두 외국계 보험사로, 금융지주 계열사인 신한생명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모두 신한금융지주에 종속돼있어 정 사장이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설 수도 없거니와, 합병이라는 중차대한 일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노조와 대립각을 세워서 얻을 것이 없다는 관점이다.
이번 인사이동이 조용병닫기조용병기사 모아보기 회장의 과감한 승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오렌지라이프 내부 사정에 정통한 정문국 사장이 신한생명으로 옮겨가면, 반대로 신한생명 내부 사정에 정통한 신한 쪽 인사가 오렌지라이프로 옮겨가 신한생명의 DNA를 이식하는 ‘트레이드’식 인사이동이 있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 경우 양 측은 서로의 기업문화를 빠른 시간에 습득할 수 있어 향후 있을 합병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에셋생명과 PCA생명이 합병할 당시에는 이미 두 회사가 판매하고 있는 주력 분야가 ‘변액보험’이라는 공통분모로 비슷했고, 회사 크기 자체도 미래에셋생명 쪽이 더 커 수월한 인수 합병이 가능했다. 그러나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은 두 회사의 특기분야도 다르고, 외국계와 금융지주계라는 차이점으로 인해 화학적 결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이미 신한금융지주 내부에서도 ‘두 회사의 합병을 서두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금융지주 한 고위 관계자는 “IFRS17에 맞춰 신한생명에도 추가적인 자본이 투입돼야 하는데, 오렌지라이프까지 따로 운영하는 것은 이중으로 비용이 들게 되므로 비효율적인 일”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실제로 신한금융은 지난 11월 오렌지라이프의 자회사 편입에 대한 신청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했으며, 현재 승인과 관련한 심사가 진행 중이다. 금융위 측은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승인될 가능성이 크다”고 귀띔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합병 시 발생할 양 측의 진통을 줄이기 위해서는 서로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경영진을 임명해 조직문화 차이를 최대한 줄이는 작업이 필수불가결하다. 정 사장의 선임은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둔 이동이라는 시각이 많다.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1959년생으로 신한금융지주의 ‘50년대 CEO 교체 기조’에도 배치되며,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이미지가 강한 정문국 사장을 굳이 신한생명으로 옮길 것이 아니라, 오렌지라이프의 부사장급에서 새로운 얼굴을 발탁해도 됐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신한금융지주로서는 수뇌부의 법정공방 등으로 어수선한 시기인데다가, 리딩뱅크 탈환을 위한 승부수가 필요한 시점에서 불확실한 인사보다는 확실하게 능력이 검증된 정 사장으로 하여금 안정적으로 조직기반을 다지는 일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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