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4개월 후 제네시스 G70(이하 G70)가 등장하고 상황이 바꿨다. 월 최고 1300대를 찍던 판매량이 400대까지 급락했다.
후발주자 G70이 올해 월 평균 판매량 1100여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반면 스팅어는 500대를 겨우 넘었다.
8월엔 개별소비세할인과 BMW 화재 등 우호적인 상황에서도 437대로 무너졌다.
둘 모두 후륜구동(FR) 기반 고급 스포츠세단이다.
후륜구동은 앞쪽 엔진에서 발생한 힘을 뒷바퀴로 보내 움직이는 방식이다. 차량 무게 밸런스와 바퀴의 역할 분담이 확실해 가속에 유리하고 안정감을 준다. 다만 앞 엔진의 동력을 뒷바퀴로 전달하는 부품인 드라이브샤프트가 중앙 바닥을 지나기 때문에 비슷한 체급의 전륜구동 세단에 비해 실내공간이 좁다.
이 때문에 G70과 스팅어가 서로 소비층이 겹치게 되고 현대차 기아차 형제간에 야박한 판매경쟁을 펼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다.
물론 현대차 관계자는 두 차종이 서로 다른 타켓층을 목표로 출시했기 때문에 경쟁 관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스팅어가 장거리 주행의 즐거움에 중점을 둔 대중적인 스포츠세단이라면, G70은 프리미엄에 초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이를테면 스팅어는 BMW 4시리즈 그란쿠페를, G70은 BMW 3시리즈를 경쟁모델로 꼽는다는 해명이다.
실제 차량의 크기에서 차이가 난다.
스팅어의 전장·전폭·전고는 4830×1870×1400mm다.
G70는 이보다 작은 4685×1850×1400mm다.
디자인에서도 스팅어는 차체 지붕부터 트렁크까지 완만하게 이어지는 패스트백 스타일로 날렵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반면 G70은 정통 세단에 가까운 모습이다. 개소세가 포함된 가격에서 3750~5180만원인 G70이 3570~4938원인 스팅어보다 210만원 정도 비싸다.
◇스팅어, 프리미엄 브랜드 터 닦는데는 성공
출시 초반 스팅어는 국산차 스포츠 세단 기술력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 3.3 가솔린 모델의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에 걸리는 시간)이 4.9초로 국내 '제로백 4초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4개월 후 등장한 G70 제로백은 4.7초로 알려졌다. '팀킬' 의혹 제기는 과한 시각이라 손치더라도 G70 출시가 스팅어 마케팅 가도에 살얼음을 깔아버린 것 아니냐는 평가가 아예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보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급기야 스팅어는 지난 5월 2019년형 스팅어를 공개하며 반전을 꾀했다. 상위 모델에서만 적용되던 옵션을 확대하고 고급 편의 사양 등을 추가하며 공을 들였다. 하지만 판매량에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가격 경쟁력과 넓은 뒷공간 등 차별성을 갖춘 스팅어가 부진한 까닭은 브랜드 파워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중성과는 거리가 먼 프리미엄 스포츠세단은 무엇보다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한데, 기아차는 이제 막 시작 단계라는 상황이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기아차 스팅어가 모든 면에서 실패했다고 속단하기엔 일러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스팅어를 통해 기아차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발표한 올해 7월까지 등록된 자동차 현황을 보면 스팅어는 상위 모델에서 선전하고 있다. 스팅어는 3.3 가솔린 터보 모델이 3697대(38%)로 G70이 2130대(17%)인데 비해 등록대수와 비중이 높다. G70은 2.0 가솔린이 8837대(73%)로 상대적으로 비중이 크다.
스팅어의 국내 판매량은 아쉽지만 기술력을 알리고 브랜드 이미지 기반을 닦아내는 성과는 확보한 셈이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스포츠 세단이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 모델 대체 속도를 얼마나 끌어올릴 것인지 장기적으로 현대기아차가 해외시장에서도 스포츠 세단 판매 강호로 발돋움 할 수 있을지 아직은 질주한 거리가 짧아서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보는 단계다.
[자동차는 대다수 사람들이 선택하는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수천만원대를 형성하는 자동차를 고르는 일은 만만치 않다. 제목 '앗車차'처럼 놓치기 쉬운 차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가 합리적인 소비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 /편집자]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