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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박해식 금융연구원 북한금융연구센터장] “북한 금융인프라 구축 초점…첫 진출기회는 은행”

기사입력 : 2018-08-27 00:00

(최종수정 2018-08-27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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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금융 확대로 예보·감독기구 대비 필요
연구인력 9명으로 늘어…내달 첫 보고서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북한금융연구센터장은 한국금융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금융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남북협력 방안을 센터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사진= 한국금융신문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북한금융연구센터장은 한국금융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금융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남북협력 방안을 센터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사진= 한국금융신문
[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북한의 시장화가 잘 진행돼서 자금수요가 커지면 첫 진출 기회는 은행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려면 북한에 예금보험기구와 금융감독기구 같은 금융 인프라가 필요해요.”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북한금융연구센터장(사진)은 26일 한국금융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금융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남북협력 방안을 센터에서 고민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해식 센터장은 “북한 관련 상황이 아무래도 부침(浮沈)이 있을 수 있는데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않고 장기적 안목에서 연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돈주’로 통한다…시장화 무드

박해식 센터장은 김정은 시대 북한이 “사금융 시장 자체를 ‘계획 내’ 경제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마당 같은 사금융 시장을 인정한 것은 앞서 2001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국가 ‘계획 밖’ 경제로 묵인하는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김정은 시대 계획경제에서 국가 계획은 축소되고, 기업이나 농장 등 자체적인 계획은 커졌다고 했다. 북한에서는 이를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이라고 부른다.

박해식 센터장은 “사금융 시장이 합법화되고 처음에는 환전 업무나 고리대금업 위주였으나, 사금융 시장이 커지면서 요즘에는 ‘돈주’가 장악하고 있다”며 “주택건설 등 생산에 ‘돈주’ 자금이 들어가는 걸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2006년 ‘상업은행법’을 제정하고 중앙은행 일원적 은행 시스템에서 변화를 시도했지만, 현재까지 설립돼 운영 중인 상업은행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사채업자와 비슷하게 볼 수 있는 ‘돈주’가 북한에서는 민간 금융회사 역할을 전적으로 맡고 있는 셈이다.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이 차질 없이 진행돼 북한에 시장화가 촉진될 경우 기업이나 농장이 생산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현재 사금융만으로는 재원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해식 센터장은 “언제라고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시장화가 촉진되면) 북한에 외국계 은행이 들어가거나 상업은행을 자체 설립하는 이슈가 생길 것”이라며 “어쨌든 (북한은) 은행 시스템이기 때문에 제일 먼저 진출할 수 있는 기회는 금융권 중 은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민간 금융사에게 북한의 시장화는 기회가 될까. 국내에서는 신한·KB 등 대형 금융사가 이미 향후 남북 경제협력에 대비한 연구를 자체적으로 진행 중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박해식 센터장은 “일단 북한이 경제 발전할 수 있는 기초적인 기반 마련에는 국제기구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반이 쌓인 다음 단계에 경제 성장 과정에서 수익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실제 북한 경제가 굉장히 낙후돼 있고 여러 가지 미비한 점이 많아서 경제개발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고 추정되는데, 납세자 조세 부담 반발 등을 고려할 때 정책금융이 먼저 나서기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박해식 센터장은 “수익 창출이 가능해지면 그때 우리 정책금융과 민간 금융사가 함께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처음에는 큰 수익 창출이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 수익 구조화되도록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 연구조직 확대…장기관점 연구

한국금융연구원 내 북한금융연구센터는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정착 분위기가 급격히 진행된 올해 5월 전격 신설됐다. 원내 국제금융연구실에서 북한 연구를 산발적으로 하다가 남북 경제협력 등에 대한 연구를 집중적으로 체계화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별도 조직이 만들어졌다.

그동안 연구 인력도 9명까지 늘어났다. 국제금융연구실장이면서 센터장을 겸임 중인 박해식 센터장도 기존 업무를 하면서 북한 관련 이슈가 있을 때마다 지원하는 방식이다.

연구 포럼도 앞서 지난 6월 브레인스토밍 차원에서 외부 전문가들과 의견을 나눴는데 앞으로 정례화해서 분기에 한 번씩 개최할 계획이다. 아울러 오는 9월에 북한금융연구센터 첫 연구 보고서 단행본도 발표할 예정이다.

향후 연구방향에 대해 박해식 센터장은 “남북 간의 금융협력을 어떻게 해나갈 지”에 초점을 맞춰 진행하겠다고 했다. 북한이 금융 인프라를 갖출 수 있도록 돕는 게 첫 번째 금융협력 방안으로 꼽힌다.

박해식 센터장은 “우리나라 은행들을 포함해 외국계 은행들이 향후 북한에 진출하려면 관련 금융 인프라가 있어야 한다”며 “예금보험기구, 금융감독기구 등이 없어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 경제개발과 관련된 협력 방안도 연구 과제다. 박해식 센터장은 “우리나라도 국제사회라는 큰 틀 안에서 북한 경제개발을 도와주는 측면이 필요하다”며 “이와 관련 금융부문에서 어떻게 경제개발을 지원할 수 있을 지를 들여다 볼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향후 북한의 시장화가 진척돼 금융시장이 개방될 경우 국내 은행이나, 다른 외국계 금융사들이 어떻게 진출하는 게 좋을 지 검토하는 것도 연구대상이다.

박해식 센터장은 “이 세 가지를 센터에서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며 “일희일비 하지 않고 장기적 안목에서 북한 금융과 남북 경제협력을 연구해 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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