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적으로는 KBS 1TV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프로그램으로 인해 전국이 눈물과 감동에 젖어 있었고, ‘아기공룡 둘리’와 ‘공포의 외인구단’이라는 만화 걸작이 등장한 해이기도 하다. 또 해태 타이거즈(현 기아 타이거즈)가 창단 1년 만에 첫 번째 우승을 달성하기도 했다.
아파트 재건축을 위해서는 준공 후 30년 이상이 지나야지만 가능한데, 방배신삼호는 딱 30년이 되던 해인 지난 2012년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으면서 재건축 요건을 충족했다. 그 후로 준공 42년차. 지금은 구축 중에서도 구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방배신삼호에는 지하주차장이 따로 없고 지상 주차만 가능하다. 요즘에는 단지 내 안전한 주거 환경을 위해 지상 주차장이 없는 아파트가 대세다. 다만 전기차 보급이 활성화되면서 화재에 취약한 전기차를 위해 충전시설은 지상에 설치하는 편이다.
방배신삼호는 2016년 9월 정비구역으로 지정, 2019년 3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게 작년 11월이다. 그리고 올해 시공사를 선정해 본격적인 재건축에 돌입할 예정이었다.
지난 5월 9일 첫 시공사 선정 입찰에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이 단독으로 참여해 유찰됐다. 이후 동월 22일 두 번째 현장설명회에도 현산만 참석해 수의계약 절차로 전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무주공산’이나 다름없었으나 현산은 허투루 임하지 않았다. 경쟁 상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평당 공사비 876만원 ▲사업비 조달 금리 CD+0.1%(고정) ▲이주비 LTV 100% ▲사업촉진비 2000억원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여기에 계약이행보증, 책임준공확약, 구조결함 30년 보증 등 안전장치를 포함시켰고, ▲가구당 커뮤니티 5.5평 ▲천정고 2.75m ▲주차폭 2.7m ▲코너판상형 포함 판상형 비율 94% 등 차별화된 제안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합은 지난 26일 총회에서 현산에 대한 시공사 수의계약안을 부결시켰다. 총 410표 중 반대 228표.
물론 조합 입장에서는 경쟁을 통한 좀 더 나은 조건을 선택하고 싶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미 현산이 제안한 조건들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이후 경쟁 구도로 다시 시공사를 선정한다고 했을 때, 다른 건설사들이 현산에 버금가는 조건을 제시한다는 보장이 없다. 오히려 현산 조건들은 타 건설사들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
자재비와 인건비 등 공사비는 앞으로 오르면 오르지 내려갈 일은 거의 없다. 공사비가 불과 몇 년 사이에 2배 이상 오르는 경우도 있다. 공사비 인상은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으로, 공사가 중단되거나 소송에 휘말리게 된다.
현산은 ‘책임준공’까지 약속했다. 정해진 기간 안에 공사를 끝내겠다는 건데, 이는 재건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준공 후 ‘입주’는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조합원들은 공사가 끝날 때까지 다른 곳에서 거주해야 한다. 입주에 맞춰 부동산 계약을 체결하게 되는데, 입주가 늦어지면 임대인과 임차인, 그 임차인을 대신해 입주할 차(次)임차인까지 계획이 틀어진다.
현행법상 조합설립인가 이후 3년 이내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아야 하지만 방배신삼호는 2019년 조합이 설립돼 이미 한차례 일몰제 적용 기한 연장을 신청, 올해로 유예 기간이 만료된다.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지 못해 정비구역이 해제될 경우 그동안 투입된 사업비는 그대로 조합원 손실로 귀결된다. 과욕이 낳은 시공사 선정 불발은 자칫 사업 자체 무산 우려로 이어질 전망이다.
권혁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khk0204@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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