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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금융당국 리셋, 시장은 왜 불안해하나

기사입력 : 2025-08-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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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판단 앞선 개편은 시장에 毒…존속론 제기도
기능별 이관 신설보다 중요한 건 기동성과 현장감

[데스크 칼럼] 금융당국 리셋, 시장은 왜 불안해하나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김의석 기자] “금융정책은 시장 가까이에 있어야 한다.”

최근 금융권에서 다시 회자되는 한 원로 경제관료의 말이다. 국정기획위원회가 금융위원회를 해체하고,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향후 재무부로 개편 예정)로 이관하는 조직 개편안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면서다. 이 방안이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알려지자 금융시장 안팎의 우려가 들끓고 있다. 단순한 부처 조정을 넘어선 ‘금융정책 리셋’ 수준의 변화 앞에서 시장은 “누굴 위한 개편인가”라는 질문을 되묻고 있다.

시장과 업계, 학계에선 “금융정책 컨트롤타워를 왜 없애려 하는가”라는 반응이 잇따른다. 출범 16년을 맞은 금융위원회는 업권별 전문성과 정책 조정력을 갖춘 정책 허브로서의 입지를 굳혀 왔다. 은행, 보험, 증권, 저축은행, 카드 등 업권마다 규율과 정책이 상이한 만큼 이를 통합 조율하는 조직의 존재는 갈수록 더 중요해지고 있다. 가계부채 대책, 부동산 PF 정상화, 베드뱅크 설립 등 최근 주요 정책에서도 금융위는 사실상 컨트롤타워로 기능하며 시장의 신뢰를 얻었다.

금융정책 기능이 기재부로 넘어가게 되면 이러한 역할과 전문성이 유지될 수 있을까. 기재부는 거시경제와 재정정책 중심의 조직이다. 금융정책의 섬세한 영역은 별도의 감각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세종시에 위치한 기재부가 서울 중심의 금융시장과의 접점을 유지하며 현장성과 속도감까지 갖출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가 나온다. “정책 타이밍이 생명인데, 세종의 칸막이 행정으로는 대응이 늦어진다”는 현장 목소리도 많다.

정부가 제시한 개편 명분은 ‘관치금융’ 청산과 ‘낙하산 인사’ 견제다. 국정기획위는 이에 따라 금융위의 정책 기능은 재무부로 넘기고, 감독 기능은 신설될 금융감독위원회로,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은 별도 기구인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각각 분리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금융위가 정책과 감독을 함께 맡는 현 구조는 특정 세력의 영향력 고착 우려가 있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개편안을 접한 금융현장의 반응은 대체로 냉소적이다. “지금 금융시장에 필요한 건 권한 분산이 아니라, 현장 감각과 책임성”이라는 말이 반복된다. 금융사 실무자들은 “금융정책은 수치와 보고서가 아니라 ‘느낌’과 ‘속도’가 중요하다”며 “기재부 체계로는 현실과의 괴리를 좁히기 어렵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시장이 걱정하는 것은 정책 혼선과 책임 공백이다. 정책, 감독, 소비자 보호 기능이 서로 다른 축으로 흩어지면 조율은 더 복잡해지고, 정책 일관성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금융위는 위기 국면에서 금융시장과 직접 소통하며 발 빠르게 대응해 온 조직이다. “금융위는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한밤에도 현장 점검을 나왔던 조직인데, 앞으로는 각 부처가 서로 눈치 보며 책임을 미루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도 있다.

감독과 정책이 분리될 경우, 금융현장에서의 시너지 또한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정책 방향을 모르는 감독, 현장 감각이 부족한 정책당국이라는 이원화 구조는 위험하다. “금융회사 경영진이 누구에게 어떤 기준으로 보고하고 협의해야 할지조차 모호해질 수 있다”는 걱정도 제기된다. 결국 그 피해는 금융소비자와 투자자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

◇ 국정기획위가 마련한 금융감독 개편안이 그대로 실행되면 금융사를 통제하는 감독기구는 재무부(가칭), 금융감독위원회, 금소원 등 세 곳으로 늘어난다. 세상은 하나이고 서로 연결되지만 이재명 정부의 금융감독 체계는 칸막이식으로 더 분열되고 더 쪼개진다. 자칫 금융당국 조직개편안이 '개선(改善)'이 아닌 '개악(改惡)'이 되지 않을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이미지 확대보기
◇ 국정기획위가 마련한 금융감독 개편안이 그대로 실행되면 금융사를 통제하는 감독기구는 재무부(가칭), 금융감독위원회, 금소원 등 세 곳으로 늘어난다. 세상은 하나이고 서로 연결되지만 이재명 정부의 금융감독 체계는 칸막이식으로 더 분열되고 더 쪼개진다. 자칫 금융당국 조직개편안이 '개선(改善)'이 아닌 '개악(改惡)'이 되지 않을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특히 이번 개편안이 논란을 증폭시키는 이유는 그것이 실용적 판단보다 정치적 고려에서 비롯됐다는 인식 때문이다. 시장 일각에선 금융위 해체가 특정 정치 세력의 권력 재배치를 위한 수단이란 해석까지 내놓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강조해온 벤처 생태계 조성, 코스피5000 시대 진입, 자본시장 선진화 등의 주요 국정 과제들도 결국 금융정책의 안정적 운용 없이는 실현이 어렵다. 정치가 금융정책을 좌우하게 되면 국가의 경제 전략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금은 누가 권력을 쥐느냐가 아니라, 누가 시장을 더 잘 이해하고 실용적인 정책을 펼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금융시장에 최근 다시 힘을 얻고 있는 ‘금융위 존속론’도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정치적 개편이 아닌, 실용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융정책의 핵심은 타이밍과 정합성이다. 컨트롤타워가 사라지면 자금 흐름, 신용 리스크, 투자 심리가 연쇄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특히 지금처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국내 부동산·자본시장 변동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국면에선 더욱 그러하다. 시장이 요구하는 건 ‘구조 실험’이 아니라 ‘안정된 정책 리더십’이다.

국정기획위 내부에서도 일괄 해체보다는 단계적 조정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수록 정치적 명분이 아닌 시장의 관점이 기준이 돼야 한다. 개편의 방향과 속도 모두 ‘현장 체감’과 실질적 효과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조직 개편이 필요할 수는 있다. 그러나 실용성과 효율성이 담보되지 않는 개편은 시장 불안만 키운다. 금융위는 지난 수년간 위기 대응 과정에서 검증된 조직이며, 정책 리더십의 중심으로 기능해 왔다.

금융은 ‘속도의 산업’이다. 정책 결정이 하루 늦어지면 채권 시장이 반응하고, 주식 시장은 출렁인다. 디지털 전환, ESG, 테크핀 등 금융의 진화 속도는 더 빨라졌고, 정책 판단은 그 어느 때보다 민감해졌다.

바로 그렇기에, 시장과 가까이에서 신속하고 정합성 있게 대응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는 해체가 아니라 강화의 대상이다.

해외 주요국도 일관된 원칙 아래 금융정책의 조정성과 책임성을 유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구조 실험보다는 제도 운용의 정밀함에 집중하는 흐름이다.

지금 필요한 건 권력의 재편이 아니라 금융의 재정비다. 구조 개편보다 중요한 건, 금융정책이 얼마나 시장과 호흡하고 있는지다. 금융은 경제의 혈류다. 그 흐름을 설계하고 책임질 리더십이 정치 논리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이제는 명분보다 실용, 정치보다 시장이 우선이다. 그리고 그 시장은 이미 빠르게 말하고 있다.

“금융위 해체가 답이냐고? 그건 결국 시장이 판단할 일이다.”

김의석 한국금융신문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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