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는 최근 정 부회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제품 박람회 ‘CES 2018’를 찾은 이유로 ESS 산업을 진행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파트너십 협약은 ESS 관련 신에너지 시장에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것은 물론 자원 순환성 제고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의 재활용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추진됐다.
자동차 및 에너지, 각 부문에서 사업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유망기업이 손잡고 글로벌 ESS 시장에 진출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바르질라 에너지 부문의 하비에르 카바다 대표는 “바르질라와 현대차그룹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에너지 분야인 재활용 배터리 기반의 ESS 제품을 개발해 전 세계 고객 및 파트너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글로벌 파트너와 공생 꾀해
또한, 지난해 미국 ESS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ESS 시스템 엔지니어링 전문업체 ‘그린스미스 에너지(GreenSmith Energy)’를 인수해 ESS 설계·제작·제어 기술력과 글로벌 사업 네트워크를 두루 갖췄다.
양사는 이번 파트너십 협약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한 ESS 제품 개발과 함께 글로벌 사업화를 공동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전기차 재활용 배터리의 잔존가치와 ESS 핵심 기술을 결합해 풍부한 재활용 배터리 기반의 ESS 신시장을 개척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은 바르질라와의 공고한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재활용 배터리 ESS 관련 확고한 기술 경쟁 우위를 창출하는 한편 안정적인 비즈니스 플랫폼 구축을 위한 글로벌 실증 시범사업을 다수 전개할 방침이다.
‘ESS’란 생산된 전력을 저장했다가 전력이 필요할 때 공급하는 에너지 저장장치로, 송·배전, 가정 및 산업용 등 다양하게 활용돼 전력 시스템의 효율을 높이고, 전력 수급 안정화에 기여한다.
특히, 고성능 리튬이온 배터리가 주 전력저장원인 ESS는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접어든 전기차 시장과 동반성장이 기대되는 유망 산업이다.
최근에는 전기차 수요 증가로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ESS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에너지 시장분석 업체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전기차 재활용 배터리 물량은 2016년 0.1GWh에서 2025년 29GWh로 급증하며, 이 가운데 10GWh 가량이 ESS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10GWh는 2만8000가구(4인 기준, 가구당 월평균 전력소비량 350kWh)가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으로, 현대차의 코나 전기차(64kWh) 15만5000대 이상을 충전할 수 있는 규모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역시 지난해 110만대 수준에서 2025년 1100만대, 2030년 3000만대로 고속 성장하며, 2040년에는 6000만대로 연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5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 글로벌 경쟁사 심상찮은 움직임
미국의 ‘테슬라’는 2015년 자사 배터리 기술을 활용한 주택용·빌딩용 ESS 제품을 출시했다.
일본 완성차 업체 ‘닛산’은 이 부문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2016년 영국 에너지 업체와 손 잡고 중고배터리를 재활용한 제품을 포함한 가정용 ESS ‘x스토리지(Storage)’를 출시했다.
독일 완성차 업체 ‘다임러’의 경우 자회사 ‘메르세데스-벤츠 에너지 아메리카’를 설립해 현재 가정용 ESS 제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BMW’도 2016년 자사 전기차 ‘i3’ 중고배터리를 활용한 가정·상업용 ESS 시장 진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 자원 순환형 사업 시대조류에 부합
현대차그룹은 ESS 설계 및 제작 기술 확보, 설치 및 운영 경험 축적, 유지 및 보수 편의성 제고 등 차별화된 핵심 기술력 강화 및 사업성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먼저 ESS 관련 기술 고도화 및 사업 경제성 검토 차원에서 실제 적용 현장에서의 실증 프로젝트를 전개한다.
동시에 전기차 개발 및 판매, 재활용 배터리의 회수, ESS 개발 및 판매/유지/ 보수로 이어지는 자원 순환형 사업 체계도 가동한다. ESS 신사업과 전기차 시장이 선순환하며 발전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화하는 한편 전기차 배터리의 재활용 규제 움직임에도 주도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앞서 정 부회장은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18’ 전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솔린·디젤엔진에서 EV(전기차), 퓨얼셀(수소연료전지차)로 가면 일하는 방식이 달라질 것”이라며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보다 더 ICT 다운 기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먼저 혁신 하느냐가 이제 사느냐 죽느냐 문제가 됐다”며 “내부적으로 힘든 과제이기도 하지만,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등 방법은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미래차 사업 전략과 관련해 ‘실속’을 강조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자율주행차를 바탕으로 차량 공유서비스 사업에 진출하는 것에 대해 “하려면 제대로 하고, 실속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또 “(시대가 변해도) 자동차 기업의 코어(핵심)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며 “(미래차 사업과 관련해) 필요한 부분은 알리고, 사람도 많이 만날 것이며, 무엇을 하는지 적극 알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유명환 기자 ymh753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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