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 날 집회는 현장 경호 인력들의 제지로 인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현장에 모인 현대라이프 노조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현대라이프 노조 이동근 지부장은 “사전에 신고됐던 합법적 집회임에도 이를 제지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울분을 터트리기도 했다.
현대라이프 노조는 지난 3월에도 여의도 현대라이프 본사 및 현대카드 본사에서 10여 차례에 걸친 ‘생존권 투쟁 집회’를 진행한 바 있다. 노조 관계자는 “설계사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않은 채 대만 푸본생명에 최대주주 자리를 넘기는 것은 ‘먹튀’ 행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현대라이프는 최근 3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현대모비스가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대주주 자리가 현대차그룹에서 대만 푸본생명으로 넘어가게 될 예정이다.
한편 현장 노조 관계자는 현대라이프 본사가 아닌 현대자동차 그룹 앞에서 집회를 진행하려 한 이유에 대해 “정태영 부회장이 묵묵부답으로 나오니 정몽구 회장에게 찾아온 것”이라며, “모기업이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상황”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대라이프생명은 지속적인 경영악화로 지난해 9월부터 희망퇴직, 지점축소, GA(법인대리점) 채널 판매 제휴 중단 등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해촉된 설계사들은 지난해 12월 3일부터 서울 여의도 현대라이프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며 잔여수당 지급, 수수료 삭감정책 철회, 해촉자 원상회복 등을 요구하고 있다. 천막농성은 174일째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노조단체들은 한목소리로 “현대라이프가 회사의 경영부실 책임을 고스란히 설계사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이들의 ‘갑질 행위’를 지적하고 나섰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금융노조·전국금속노조 등은 올해 초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보험설계사에 대한 불공정·갑질행위 중단 및 생존권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가지기도 했다.
◇ 금융당국·공정위, 현대라이프 사측 손 들어줘.. 협상 새 국면 맞이할까
다만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당국은 지난달 현대라이프생명의 위촉계약서 불공정약관 심사를 진행한 결과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공정위는 "보험업계가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일부 항목에 대해 위촉계약서에 반영되어 있지 않은 사항 또는 이미 사문화된 사항 등을 위촉계약서에 명확하게 반영하는 것으로 회사가 자진 시정함에 따라 심사를 종결한다"는 내용의 답변을 노조 측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 역시 현대라이프 보험설계사들이 제기한 민원에 대해 “보험업법(제85조의3)에서 금지하고 있는 보험설계사에 대한 위촉계약서 미교부, 위촉계약서상 계약사항의 미이행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회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회사 측에 유리한 유권해석이 잇따라 나오면서, 현대라이프 설계사 노조를 둘러싼 협상은 새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라이프 관계자는 “설계사들과는 꾸준한 대화를 통해 원만한 방향으로의 합의를 도출하고 있다"며, "설계사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사측은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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