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KB금융지주는 국민은행 본점에서 제10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주주제안 3개 안건에 대해 모두 부결했다.
노조가 제안한 3개 안건은 △낙하산 이사 선임 방지를 위한 정관변경안 △현직 대표이사 회장의 사추위 활동 배제 정관변경안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 사외이사 선임안이다.
유일하게 사추위 회장 배제 정관 개정안은 두 자릿수(31.11%)의 찬성률을 보였다. 권순원 후보 사외이사 선임안(4.23%)과 낙하산 인사 방지 정관 개정안(4.29%)이 4%대 찬성률로 미끄러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만, 정관변경안은 특별결의요건이므로 의결권 주식수의 3분의 1 및 출석주식수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는 요건을 만족하지 못해 부결됐다.
ISS는 "사추위의 독립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중요한 요소"라며 찬성 근거를 설명했다. 또한 ISS는 이사회가 지난달 회장의 사추위 활동 배제를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반영했으므로 이사회가 사추위 독립성 확보에 동의한 것으로 봤다.
ISS가 외국인 주주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익히 알려져 있다. 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은 "ISS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기관"이라며 "외국인 주주들은 ISS 권고를 거의 그대로 따른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는 외국인 주주가 69% 안팎을 차지하는데 이들에게 ISS의 자문은 막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노조 제안 사추위 개정안에 대한 이번 ISS의 찬성 권고는 KB금융 이사회의 지배구조 개선 의지가 잘못 읽혔기 때문일 수도 있다. ISS 리포트에는 이사회가 주주제안 안건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지를 평가하는 항목이 있다. ISS는 이사회가 사추위 개정을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반영한 것을 동의로 평가했다. 정작 이사회는 주총 전 공시를 통해 사추위 정관 직접 규정은 △타 이사회와의 형평성에 어긋나고 △이사회 효율적・신축적 운영을 저해한다며 해당 안건에 반대 의견을 폈다.
KB금융 노조는 다음 주총에서도 적절한 인물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할 방침이다. 하지만 사추위 정관개정을 주총 안건으로 신청하지는 않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지난 15일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의 일부로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을 추천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회장 활동을 배제시킨다는 법안을 입법 예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위는 내년 7월 법안 시행을 예상했다. 이 경우 KB금융은 자연스럽게 사추위와 감추위에서 회장 활동을 배제한다는 내용을 정관에 명시하게 된다.
한편 이번 주주제안 안건에 대해 서면을 포함 사전에 의결권을 행사한 주식수는 전체 의결권 주식수의 79.43%(3억1719만주)로 집계됐다. 8214만주는 주주제안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았는데, 이는 모두 반대율로 집계됐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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