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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부실 확산하는데 기촉법 일몰 눈앞…구조조정 안전판 다시 세워야

기사입력 : 2026-11-05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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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회생 난항에 임금·납품대금 체불까지…기업 정상화 지연의 부담 현실화
기촉법 12월 26일 효력 만료…3년 연장안·상시화안 국회 정무위 계류
워크아웃 공백 우려 속 신규자금 지원 부담 완화·소수 채권자 보호 등 제도 보완 필요

기업 부실 확산하는데 기촉법 일몰 눈앞…구조조정 안전판 다시 세워야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김희일 기자] 기업 부실이 금융권을 넘어 산업 현장과 고용시장으로 확산하면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의 일몰에 따른 구조조정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의 회생절차가 경영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건설업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취약 부문의 구조조정 수요도 이어지면서 기업 부실을 조기에 진단하고 정상화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판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5일 금융권과 국회 등에 따르면 기촉법은 오는 12월 26일 효력이 만료된다. 기업의 워크아웃을 뒷받침하는 법적 근거가 사라질 수 있는 상황이지만 국회에서는 법률 연장과 상시화를 놓고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이다.

현재 국회에는 기촉법 유효기간을 2029년 12월 26일까지 3년 연장하는 김상훈 의원안(의안번호 2221617)과 유효기간 규정을 삭제해 상시법으로 전환하는 서일준 의원안(의안번호 2221969)이 발의돼 있다. 두 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회부됐지만 아직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가지 못한 상태다.

기촉법은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나 재무구조 악화로 부실징후가 발생한 기업이 법원의 회생절차에 들어가기 전 채권금융기관과 협의해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도록 하는 제도다. 금융채권자협의회를 중심으로 채권행사를 유예하고 채무를 조정하거나 신규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해 기업의 조기 정상화를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금융채권자협의회는 공동관리절차 개시 등 법에서 정한 주요 의결 사항에 대해 일정 비율 이상의 채권액을 보유한 금융채권자의 동의를 얻어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현행 제도에서는 공동관리절차 개시 등에 총금융채권액의 75% 이상 찬성이 요구된다. 개별 채권자의 채권 회수 경쟁을 줄이고 채권단의 공동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다. 기업 입장에서는 법정관리보다 상대적으로 신속하고 유연하게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홈플러스 사태가 보여준 기업 정상화의 어려움

최근 홈플러스 사태는 기업 구조조정이 단순한 채무조정을 넘어 영업 정상화와 신규자금 확보까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절차를 통해 사업 재편과 매각을 추진해 왔지만 인수자 확보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월 3일 보도에서는 임금과 전기요금 체납, 매각 지연 등 유동성 위기가 다시 부각됐다. 점포 운영에 필요한 자금이 부족해질 경우 납품업체와 입점업체 등 거래 관계자에게도 부담이 확산할 수 있다.

기업 부실이 심화한 이후 회생절차에 진입하는 것만으로는 정상화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도 드러난다. 영업 기반과 자산가치가 유지되는 시점에 채권단이 공동으로 대응하고 필요한 자금을 공급할 수 있어야 회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홈플러스 사례는 법원의 기업회생절차에 관한 사례로, 기촉법상 워크아웃이 적용된 사례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기촉법이 있었다면 홈플러스를 반드시 살릴 수 있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업 부실이 심화하기 전에 활용할 수 있는 구조조정 수단을 다양하게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책적 시사점을 갖는다.

워크아웃 공백 우려…법원 회생절차만으로 대체 어려워

기촉법의 일몰이 현실화할 경우 금융권의 자율협약을 통해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는 있다. 그러나 법률에 근거한 워크아웃과 비교하면 채권금융기관의 참여 범위와 협의의 구속력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의 회생절차도 기업 구조조정의 중요한 수단이지만 워크아웃과는 대상 채권과 절차, 운영 방식이 다르다. 회생절차는 금융채권뿐 아니라 상거래채권 등을 포괄해 법원의 감독 아래 채무조정과 회생계획을 추진한다. 반면 워크아웃은 금융채권자를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신속한 채무조정과 유동성 지원을 추진하는 데 초점을 둔다.

따라서 기촉법이 일몰되면 기업의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구조조정 경로가 제한될 수 있다. 특히 다수의 금융기관이 채권을 보유한 기업의 경우 개별 금융기관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공동 대응을 이끌어낼 법적 장치가 약화할 수 있다. 자율협약으로 일부 기능을 이어갈 수 있지만 참여 금융기관의 동의와 협력에 의존하는 만큼 법률상 워크아웃과 동일한 수준의 구속력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부동산 PF 구조조정에서도 기업 단위의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장 정상화를 연계할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과 정책금융기관은 부실 또는 부실 우려 사업장을 대상으로 채권 인수와 사업 재구조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PF사업장 정상화 지원펀드도 부실 사업장의 재구조화와 재가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다만 PF 사업장 단위의 재구조화와 시행사·건설사 등 기업 단위의 채무조정은 대상과 법적 근거가 다르다. 개별 사업장의 정상화가 기업 전체의 재무건전성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부실이 다른 사업장과 금융권으로 전이될 수 있다. 사업장 정상화와 기업 워크아웃을 상호 보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구조조정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몰 연장 넘어 상시화·신규자금 지원 제도 보완해야

이번 기촉법 개정 논의는 단순히 유효기간을 연장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복적인 일몰과 재입법은 금융회사와 기업 모두에 제도 운영의 불확실성을 안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촉법은 2001년 한시법으로 도입된 이후 여러 차례 일몰과 재입법을 반복했다. 2023년에도 법률이 한 차례 실효된 뒤 같은 해 12월 재제정되면서 약 두 달간 입법 공백이 발생했다. 이번에도 개정안 처리가 늦어질 경우 신규 워크아웃 개시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채권금융기관의 신규자금 지원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구체화해야 한다. 워크아웃 기업에 신규 자금을 투입하더라도 경영 정상화에 실패하면 금융기관이 추가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 회생 가능성에 대한 판단이 잘못됐을 때 지원을 결정한 금융기관과 담당자의 책임 문제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신규자금 지원에 참여한 금융기관과 지원에 반대한 금융기관 사이의 손실 분담 문제, 기존 채권과 신규 신용공여의 회수 관계 등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이 위축되지 않도록 지원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합리적인 위험 분담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채권단 다수결에 따른 소수 채권자의 권익 보호도 주요 과제다. 다수 채권자의 결정으로 채무조정과 신규자금 지원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반대 채권자의 재산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가 쟁점이다. 현행법상 반대 채권자에게 채권매수청구권 등 권리 보호 장치가 마련돼 있지만, 신속한 구조조정과 채권자 간 형평성을 함께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워크아웃 과정에서 법원의 인가·승인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과 법원 회생절차로의 연계 체계를 정비하는 것도 검토할 과제다. 채권단 중심의 신속한 구조조정이라는 워크아웃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의사결정의 공정성과 법적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기업 구조조정의 목적은 부실기업을 무조건 존속시키는 데 있지 않다.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은 조기에 정상화하고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은 신속하게 정리해 금융자원의 비효율적인 투입을 막는 데 있다.

기촉법의 일몰을 앞둔 지금은 단순한 법률 연장을 넘어 기업 구조조정 체계 전반의 실효성을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기업 부실이 고용과 협력업체, 금융권으로 확산하기 전에 채권단이 공동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유지하고, 신규자금 지원과 채권자 보호 장치를 보완하는 입법 논의가 필요하다.

한편 오는 12월 7일 오전 9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는 '위기의 한국기업, 구조조정 틀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주제로 정책 포럼이 열린다. 이번 포럼에서는 기촉법의 한계를 짚고 구조조정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법원의 역할 확대와 구조조정 제도 다변화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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