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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MPASS] '현금 부족' HD현대, 5887억 상환에 자회사 지분 담보

기사입력 : 2026-10-2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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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량 교환 시 HD현대마린솔루션 지분 55%→50%+1주
HD현대, 현금 149억 보유…상환 대상 6000억
130% 프리미엄·풋옵션 36개월…차입금 상환 활용

정기선 HD현대 회장. /사진=HD현대이미지 확대보기
정기선 HD현대 회장. /사진=HD현대
[한국금융신문 정진아 기자] HD현대가 상장 자회사 HD현대마린솔루션 주식을 담보로 5887억 원 규모 무이자 교환사채(EB)를 발행해 차입금 상환에 나선다.

교환 대상 주식은 HD현대 보유분의 9.61%로, 사채가 모두 주식으로 교환되면 HD현대가 보유한 HD현대마린솔루션 지분은 55.32%에서 발행주식총수의 절반보다 딱 1주 많은 수준으로 낮아진다. 전량 교환 이후에도 HD현대가 과반 지분을 유지하는 구조다.

별도 기준 현금이 149억 원에 그치는 지주사가 핵심 자회사 지분을 차입 부담 해소에 활용하면서, 과반선에 바짝 붙은 지분을 앞으로 어떻게 운용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5887억 EB, 교환 끝나면 지분 '과반+1주'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공시에 따르면 HD현대는 지난 27일 이사회를 열고 5887억 원 규모 제19회 무보증 사모 교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모두 0%이며, 조달 자금은 전액 채무상환에 사용된다.

교환사채는 발행회사가 보유한 다른 회사 주식으로 바꿔 받을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채권이다. 사채권자가 교환을 청구하면 발행회사는 원금 대신 보유 주식을 내어 주는 구조로, 교환이 이뤄지면 사실상 보유 지분을 매도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난다.

이번 사채의 교환 대상은 HD현대마린솔루션 보통주 238만3269주로, 발행주식총수의 5.32%다. 교환가액은 주당 24만7000원이다.

주목할 부분은 교환 이후 남는 지분이다. HD현대는 지난 6월 말 기준 HD현대마린솔루션 주식 2480만 주(지분율 55.32%)를 보유하고 있다. 사채가 모두 교환되면 보유 주식은 2241만6731주로 줄어든다. 다른 주식 수 변동이 없다면 발행주식총수(4483만3460주) 절반인 2241만6730주보다 1주 많다. 단독 과반을 지킬 수 있는 선까지 교환 물량을 설정한 것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 지분 구조. /자료=HD현대마린솔루션이미지 확대보기
HD현대마린솔루션 지분 구조. /자료=HD현대마린솔루션

현금 149억에 상환 대상 6000억

이번 발행 배경에는 지주사 차입 부담이 있다. HD현대 별도 기준 6월 말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49억 원이다. 반면 차입금과 사채의 명목금액 합계는 2조2535억 원이며, 이 가운데 유동부채로 분류된 금액은 5950억 원이다.

HD현대는 조달 자금을 2027년 2월부터 11월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2건과 대출 3건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상환 대상 합계는 6000억 원으로 이번 발행액보다 113억 원 많다.

상환 대상 가운데 가장 큰 산업은행 일반대출 3200억 원은 반기 말 이후인 지난 7월 14일 1년 만기로 빌린 돈이다. 지난 6월 말 차입금 잔액에는 잡히지 않았던 대출을 빌린 지 석 달여 만에 상환 대상에 올린 것이다. 상환 대상 차입금 5건의 금액 가중평균 금리는 연 3.86%로, 이를 단순 적용하면 연간 이자 부담은 약 230억 원이다.

130% 프리미엄에 풋옵션 36개월…발행사에 유리

발행 조건은 앞선 그룹 내 교환사채와 비교해 발행사에 유리하다. 이번 교환가액은 기준주가의 130%다. HD현대가 2024년 HD현대일렉트릭 주식을 교환 대상으로 발행한 제15회 EB는 기준주가의 115%였다. HD한국조선해양이 HD현대중공업 주식을 교환 대상으로 발행한 두 차례 EB는 각각 110%, 112.5% 수준이었다.

투자자가 원금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조기상환청구(풋옵션) 시점도 늦어졌다. 앞선 사례는 발행 2년 뒤부터 청구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발행 36개월째인 2029년 11월 26일부터다. 반대로 HD현대는 같은 날부터 HD현대마린솔루션 주가가 10거래일 연속 교환가액의 130%인 32만1100원을 넘으면 남은 사채를 원금에 조기 상환할 수 있다. 현금배당에 따른 교환가액 조정 조항도 두지 않았다.

사채는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이 2000억 원씩, KB증권이 1887억 원을 인수한다. 키움증권은 인수 물량 전액을 처분할 예정이다.

교환이 실제 지분 이전으로 이어진 전례도 있다. HD현대일렉트릭 대상 제15회 EB는 6월 말까지 발행금액의 91.0%인 2410억 원어치가 교환돼 HD현대일렉트릭 주식 65만2285주가 사채권자에게 넘어갔다. HD현대마린솔루션 주가가 교환가액을 웃돌면 이번 사채 역시 지분 매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HD현대마린솔루션의 기업가치에 대한 시장의 긍정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30% 할증된 가격과 무이자 조건으로 교환사채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며 "확보한 자금은 안정적인 재무구조 구축을 위한 차입금 상환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진아 한국금융신문 기자 urzinni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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