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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완號 우리은행, 금융사기 '사전 차단' 강화…11월 AI 탐지 고도화 [금융안전망 점검]

기사입력 : 2026-10-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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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새 피해액 3배…전담조직·수사 전문가 결합
FDS·AML 연계 성과 공개…신종 사기 대응력 확대

12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융사기예방 기자간담회에서 전재홍 금융사기예방 총괄수석이 진화하는 금융사기 수법과 주요 피해예방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 사진=우리은행이미지 확대보기
12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융사기예방 기자간담회에서 전재홍 금융사기예방 총괄수석이 진화하는 금융사기 수법과 주요 피해예방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 사진=우리은행
[한국금융신문 지다혜 기자] 금융사기 수법이 인공지능(AI)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정교해지면서 은행권 대응도 피해 발생 이후 구제에서 사전 탐지·차단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범죄조직이 해외에 거점을 두고 자금 이동과 세탁까지 분업화하는 만큼 금융거래 과정에서 이상징후를 얼마나 빠르게 포착하느냐가 피해를 줄이는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정진완닫기정진완기사 모아보기 행장이 이끄는 우리은행은 금융사기예방 전담조직과 경찰 출신 수사 전문가,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을 결합해 대응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기존 금융거래 정보에 로그인·상품 이용 정보 등을 연계한 차세대 FDS 구축을 추진하고 오는 11월 신규 AI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해 신종 금융사기 대응 속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금융사기 피해 2.4조 육박…신종 수법 확산

우리은행은 12일 서울 중구 본점에서 금융사기예방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범죄 유형과 실제 피해예방 사례, 향후 대응 방향을 공개했다.

우리은행이 제시한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기 피해액은 2022년 7911억원에서 2023년 8417억원, 2024년 1조7304억원을 거쳐 지난해 2조3755억원으로 늘었다. 3년 만에 약 3배 증가한 규모다.

범죄 방식도 달라졌다. 과거 전화 중심의 보이스피싱에서 벗어나 SNS와 메신저, 가짜 투자플랫폼 등을 활용해 피해자의 신뢰를 확보한 뒤 자금을 가로채는 방식으로 확대되고 있다. 기술개발과 피해자 유인, 자금세탁 등을 서로 다른 조직이 분담하고 범죄 거점도 여러 국가로 분산되는 추세다.

대표적인 수법이 '피그부처링(Pig Butchering)'이다. SNS 등을 통해 장기간 친분이나 연인 관계를 형성한 뒤 소액 투자로 수익을 경험하게 하고 점차 투자금을 늘리도록 유도한다. 이후 출금을 제한하거나 연락을 끊는 방식으로 피해가 발생한다.

이미 사기를 당한 피해자에게 접근해 피해금을 되찾아 주겠다며 수수료와 세금 등을 요구하는 '리커버리 스캠(Recovery Scam)'도 등장했다. 최초 피해에 그치지 않고 동일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추가 범행이 이뤄지는 구조다.

범죄 수법이 복잡해지는 데 비해 피해금 회수에는 한계가 있다. 사기범에게 넘어간 자금이 여러 계좌로 분산되거나 가상자산으로 전환돼 해외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사기 대응에서 송금 이전 이상징후를 탐지하고 거래를 차단하는 역할이 중요해진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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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우리은행


전담부서에 경찰 전문가…수사 경험 접목

우리은행은 금융사기 대응을 개별 영업점의 판단에 의존하기보다 본부 차원에서 통합 관리하는 방향으로 조직체계를 정비해 왔다.

지난해 9월 우리금융그룹은 보이스피싱 등 민생 금융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권 최초로 금융사기예방 전담부서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금융사기 관련 기획·정책과 사전예방·대응, FDS 고도화 등 3개팀 21명으로 조직을 구성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는 금융사기 예방을 고객 응대 중심 업무에서 전문적인 위험관리 영역으로 확대하려는 조치다. 범죄 유형을 분석하고 대응 정책을 마련하는 기능과 거래 모니터링 업무를 연결해 조직 차원의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전문인력 확보에도 나섰다. 우리은행은 경찰에서 24년간 근무한 전재홍 금융사기예방부 총괄수석을 영입해 수사 경험을 은행 업무에 접목하고 있다. 전 수석은 보이스피싱 조직 검거와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 수사 등을 담당한 전문가로, 이날 간담회 발표를 맡아 주요 범죄 수법과 예방 사례를 설명했다.

수사 전문가를 배치한 것은 금융거래 내역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범죄 정황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다. 거래 목적이나 자금 이동 경로뿐 아니라 관련자 진술의 일관성 등을 확인하는 과정에 현장 수사 경험을 활용할 수 있다.

외부기관과의 공조도 확대하고 있다. 강북경찰서와 안양만안경찰서 등 수사기관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금융사기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며, 올 하반기에는 대학과 공공기관, 복지기관 등 11개 기관을 대상으로 16차례 예방교육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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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우리은행


FDS·자금세탁방지 연계…실제 피해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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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체계의 중심에는 FDS를 통한 이상거래 탐지와 담당 직원의 확인 절차가 있다. 우리은행은 계좌이체와 출금, 입금, 카드 결제, 해외송금 등에서 평소 거래와 다른 징후가 포착되면 고객에게 거래 목적 등을 확인하고 위험도가 높을 경우 거래를 지연하거나 차단한다.

특히 FDS와 자금세탁방지(AML) 부서의 협업을 통해 의심정보 활용 범위를 넓혔다. 금융사기와 자금세탁은 별개의 위험이지만 피해금이 여러 계좌를 거쳐 이동하는 과정에서는 두 영역의 정보를 연계하는 것이 유용할 수 있다.

올해 4~8월 FDS에서 자금세탁 등이 의심되는 정보 639건을 AML 부서에 전달했으며, 추가 분석을 거쳐 83건을 의심거래보고(STR)했다. 같은 기간 AML 분석 과정에서 확인한 타행 의심계좌 664건은 보이스피싱 정보공유 분석 AI 플랫폼(ASAP)을 통해 금융권에 공유했다.

다만 STR 건수는 금융정보분석원 등에 보고된 의심거래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당 거래가 모두 실제 범죄로 확정됐다는 뜻은 아니다. 이 같은 정보 연계는 개별 은행에서 발견한 이상징후를 다른 금융회사의 거래 모니터링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실제 피해 차단 사례도 공개했다. 한 고객 계좌에 2억9000만원이 입금된 뒤 3000만원이 의심계좌로 재이체되는 흐름을 포착하고, 관련자들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해 계좌에 임시조치를 취했다. 이를 통해 2억6000만원의 피해를 예방했다.

검찰을 사칭한 범죄조직에 속아 이미 1억3000만원의 피해를 입은 고객이 추가 대출금 1억8000만원으로 금을 구매하려던 거래를 중단시킨 사례도 있었다. 다른 금융회사와 정보를 공유해 투자사기 신고 계좌를 확인하고 8000만원의 추가 피해를 막기도 했다.

우리은행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보이스피싱 피해환급률은 약 22% 수준이다. 사후 환급만으로 피해를 회복하기 어려운 만큼 초기 이상거래 탐지와 금융회사 간 정보공유가 예방체계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11월 AI 모니터링 가동…탐지 범위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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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은 기존 금융거래 정보 중심의 FDS에서 나아가 전자금융 FDS와 로그인 정보, 상품 이용 정보, ASAP 위험계좌 정보 등을 연계하는 차세대 탐지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생성형 AI도 활용한다. 기존에 설정된 탐지규칙을 적용하는 방식에 더해 새로운 금융사기 유형과 이상징후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신규 탐지 시나리오와 정책을 마련하는 업무를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우리은행은 오는 11월 신규 AI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하고 연말까지 안정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거래정보 외에 다양한 위험정보를 함께 분석해 기존 탐지규칙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신종 사기에 대한 대응 속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앞서 우리은행은 AI를 활용한 이상거래 탐지 고도화를 추진해 왔다. 윤태진 우리은행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는 지난 7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기존에 학습하지 않은 이상거래 유형까지 분석하는 FDS 플랫폼 설계 방향을 설명한 바 있다.

당시 우리은행은 AI가 새로운 이상거래 패턴을 생성·검증하고 담당자가 최종 판단하는 'HITL(Human in the Loop)' 체계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AI 분석 역량을 활용하면서도 거래 차단 등 고객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판단에는 사람의 검증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이번에 발표한 신규 AI 모니터링 시스템도 신종 금융사기 탐지·분석 역량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기존 기술 고도화 방향과 맞닿아 있다. AI가 포착한 이상징후를 정확하게 판별하고 고객 확인 및 거래 차단 절차와 연결하는 것이 실제 피해예방 효과를 높이는 데 중요한 요소다.

우리은행은 금융사기 예방체계를 기반 구축과 역량 확장, 예방 선도의 3단계로 고도화하고 금융권 공동 대응과 지역사회 예방활동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금융사기 예방은 고객의 자산뿐 아니라 금융에 대한 신뢰를 지키는 일인 만큼 최우선 경영과제로 추진하고 있다"며 "피해가 발생한 뒤 구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위험징후를 한발 앞서 포착해 고객의 자금이 사기범에게 넘어가기 전에 차단하는 예방체계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지다혜 한국금융신문 기자 dahyej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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