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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M] 금리 오르자 짧아진 기업 빚…커지는 차환 리스크

기사입력 : 2026-09-23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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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이하 비중 26.3% → 33.4%, 5년 이상은 11.0%로 축소
평균만기 3.16년 → 2.92년, 조달금리는 86bp 올라
단기화 고착 여부, 장기채 시장 접근성이 관건

[DCM] 금리 오르자 짧아진 기업 빚…커지는 차환 리스크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두경우 전문위원] 시장금리가 높은 수준을 이어가면서 국내 기업들의 회사채 조달 만기가 짧아지고 있다. 5년 이상 장기채로 자금조달 비용을 고정하기보다 2~3년물로 우선 자금을 확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여건이 나아지면 다시 장기채로 갈아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를 단순히 '금리가 올라 회사채 발행이 줄었다'는 현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올해는 회사채 발행 규모가 감소한 동시에 만기도 짧아졌고, 평균 조달금리는 높아졌다. 그런데 신용등급에 따른 가산금리(스프레드)까지 크게 벌어진 상황은 아니어서 현재 나타난 조달 단기화가 곧바로 신용위험 확대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만기가 짧아진 만큼 기업이 만기 때 다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5년물 빈자리, 2년물이 채웠다

한국금융신문이 올해 1월 1일부터 9월 22일까지 공모 발행된 회사채를 집계한 결과, 총 37조 3787억 원이 발행되어 지난해 같은 기간(51조 8000억 원)보다 27.8% 감소했다.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는 만기구조와 발행 목적이 일반회사채와 달라 이번 집계에서 제외했다.

만기별로 보면 단기화가 더 뚜렷하다. 2년 이하 물량 비중은 지난해 26.3%에서 올해 33.4%로 높아졌고, 5년 이상 장기물 비중은 18.8%에서 11.0%로 낮아졌다. 발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3년물 비중(55.0% → 55.5%)은 큰 변화가 없어 장기물 축소분을 2년 이하 물량이 상당 부분 메운 모습이다.

이 같은 흐름은 평균만기에서도 확인된다. 발행금액을 가중한 평균만기는 3.16년에서 2.92년으로 짧아졌다. 트랜치 단순 평균보다 감소폭이 더 컸다는 점에서, 만기 단축이 일부 소규모 발행에 국한된 현상은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

*공모회사채 기준 / 한국금융신문이 제작한 원본을 바탕으로 생성형 AI를 활용하여 재구성이미지 확대보기
*공모회사채 기준 / 한국금융신문이 제작한 원본을 바탕으로 생성형 AI를 활용하여 재구성

사모를 포함한 일반회사채 시장에서도 순상환 흐름이 나타났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발행액이 상환액에 못 미친 달이 5월과 6월 두 차례뿐이었고 규모도 각각 4천억 원대에 그쳤다. 올해는 2월(-2조 9469억 원)과 4월(-2조 5247억 원)에 이미 조 단위 순상환이 발생했다.

장기금리 부담에 수요도 양극화

만기가 짧아진 데는 높아진 조달비용이 영향을 미쳤다. 발행금액을 가중한 평균 확정금리는 지난해 3.188%에서 올해 4.047%로 약 86bp 높아졌다. 회사채(무보증 3년, AA-)와 CP 91일물의 금리 차이도 2024년 초 -28bp(오히려 CP가 더 높은 역전 상태)에서 올해 9월 16일 기준 145.6bp까지 벌어졌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데이터를 기반으로 본지 자체 제작이미지 확대보기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데이터를 기반으로 본지 자체 제작

그런데 발행금리와 민평금리의 격차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같은 기간 발행금리에서 민평금리를 뺀 스프레드는 지난해 -6.4bp에서 올해 -2.4bp로 4.0bp 좁혀지는 데 그쳤다. 조달금리 자체는 크게 올랐지만 발행금리와 민평금리 간 격차가 크게 확대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금리 상승분의 상당 부분이 개별 기업의 신용도 변화보다는 시장금리 상승을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최근 보고서에서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큰 폭으로 오르면서 장·단기 조달비용 격차가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추가 금리 상승에 대한 경계감이 큰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가격변동 위험이 상대적으로 작은 단기물을 선호했고, MMF·증권 투자자예탁금 등 단기 유동성이 풍부해 단기금리 상승을 제한했다는 설명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높은 장기금리를 그대로 확정하기보다 CP·단기사채나 은행대출로 우선 조달한 뒤 시장 여건에 따라 장기자금으로 전환하는 유인이 커졌다.

스프레드가 크게 벌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시장 접근성 이슈가 없는 건 아니다. 일부 발행에서 수요 자체를 채우지 못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사례가 동화기업(BBB+)이다. 6월 1.5년물 400억 원 모집에서 주문이 단 한 건도 들어오지 않으며 전액 미매각됐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2026년 BBB 이하 기업의 수요예측에서는 모집예정액 4950억 원 가운데 1030억 원이 미매각돼 금액 기준 미매각률이 20.8%에 달했다.

이랜드월드(BBB)도 사정은 비슷했다. 올해 세 차례(2월·4월·8월) 모두 1년물만 발행했는데, 이 중 8월 발행 경쟁률은 0.90배에 그쳤고 발행금리는 2월 6.700%에서 7.341%까지 높아졌다. 2월 발행자금은 만기가 돌아온 사모사채 300억 원과 전단채 130억 원 상환에 쓰였다. 만기가 돌아온 단기부채를 다시 단기부채로 갈아탄 셈이다.

한국금융신문이 제작한 원본을 바탕으로 생성형 AI를 활용하여 재구성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이 제작한 원본을 바탕으로 생성형 AI를 활용하여 재구성

같은 단기화, 다른 리스크

반대로 신용도가 높은 기업 가운데서도 단기화가 확인된다. HD현대는 지난해 3·5·7년물을 발행했지만 올해 4월에는 2년물과 3년물로만 구성했다. 신용등급이 A+에서 AA-로 오른 걸 보면 신용도 악화로 인한 만기 단축이 아닌 고금리 부담을 덜려는 선택으로 보인다.

KCC도 지난해 3·5년물이던 발행구조를 올해 2월과 7월 각각 2년물과 3년물로 바꿨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3·5·7년물이던 구성에서 올해 1월 7년물 대신 2년물을 넣어 2·3·5년물로 발행했고, HL만도는 지난해 3·5년물에서 올해 5년물이 빠진 2·3년물로 만기가 짧아졌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런 차이를 '선택적·전술적 단기화'와 '비자발적 단기화'로 구분했다. 장기채 발행 능력을 유지한 채 비용에 따라 만기를 조절하는 게 전자라면, 장기물에 대한 투자수요 자체가 위축된 데다 은행권 추가 여신여력까지 넉넉하지 않아 단기·대체조달 외에는 선택지가 좁아지는 게 후자다.

두 유형을 가르는 기준은 단기조달 비중이 아니라 필요할 때 장기조달이 가능한지 여부다. 조달자금의 용도와 회수기간이 어긋나 있거나 임시조달이 반복되면서 사실상 고정적인 차환 구조로 굳어지는 경우가 특히 위험 신호인데, 이랜드월드처럼 한 해 두세 번씩 시장을 두드리는데 그때마다 수요 확보가 불안정한 기업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게 자산과 부채의 만기불일치다. 설비투자나 장기 투자자산처럼 회수기간이 긴 자산을 CP·단기사채나 단기 은행대출로 조달하면 자산에서 현금이 회수되기 전에 부채 만기가 돌아오는 만기불일치가 발생할 수 있다.

신용등급별로도 단기차입비중의 격차가 뚜렷이 확인된다. 나이스신용평가의 분석에 따르면 2026년 6월 말 AA등급의 단기차입금 비중은 대체로 30~40%대인 반면 A등급은 40~60% 수준이었다. 특히 BBB등급은 100%에 달하며 전년 동기 65.9% 대비 크게 상승했다.

다만 이 비중만으로 기업이 실제로 차환을 감당할 수 있는지 알 수는 없다. 현금성자산 대비 단기차입금 비율, 분기별 만기 집중도, 은행 여신한도 등 실제 차환 대응 여력을 함께 봐야 하는 이유다. 결국 기업들의 조달 단기화가 일시적 전략에 머물지 상시적 차입구조로 굳어질지는 회사채 시장의 회복 속도와 등급별 장기채 시장 접근성 격차에 달려 있다.

두경우 한국금융신문 전문위원 kwd122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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