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 은행 중에서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IBK기업은행 등 5개사가 중국에서 현지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실적은 시장 규모에 비해 녹록지 않다. 올해 상반기 중국법인 순이익은 중국우리은행이 101억1400만원, KB국민은행 중국법인이 90억5200만원을 기록했다. 신한은행 중국법인은 36억7600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6.4% 줄었고 하나은행 중국법인도 29억3300만원으로 83.1% 감소했다.
中, 부동산 꺼지고 대출수요 둔화
중국 금융시장은 한국을 비롯한 다른 주요국과 출발점부터 다르다. 시장을 키우는 과정에서도 금융에 대한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중국 특색 금융'이 핵심 축으로 자리하고 있다.중국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NFRA)에 따르면 지난해 말 중국 은행업 금융기관의 총자산은 480조위안에 달했다. 이 가운데 대형 상업은행만 210조8000억위안으로 전체의 43.9%를 차지했다.
상업은행 부실채권(NPL) 비율은 1.50%로 표면적인 건전성은 안정적인 수준이지만, 경제구조 변화에 따른 수익성 압박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 상업은행의 평균 ROE는 7.78%, ROA는 0.60%였다.
현재 중국 금융시장에서는 부동산 침체가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부동산 구조조정은 지난해 기준 6년째 이어지고 있으며, 2025년 신규 주택 착공면적은 2020년의 약 4분의 1 수준까지 내려왔다. 부동산 개발업체뿐 아니라 담보가치와 지방정부 재정, 소비와 기업투자 등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다.
그런가 하면 은행이 돈을 풀어도 우량 차주의 자금 수요가 크게 따라오지 않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국 기업의 중장기 대출은 전년보다 20% 감소했다. 반면 저금리 속에서 고수익을 찾는 자금이 몰리며 중국의 고위험 자산관리상품(WMP) 잔액은 지난해 말 33조3000억위안으로 역대 최대 수준에 올라섰다.
국내 은행 입장에서는 우량기업을 둘러싼 가격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민영기업이나 소매금융, 디지털·플랫폼 금융 등으로 영업영역을 넓힐수록 새로운 형태의 신용·운영 리스크가 함께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4대銀 ‘독립적 여신검증’ 이구동성
중국 특유의 관계 중심 비즈니스 문화인 '관시(關係)'도 국내 은행들이 중국에서 풀어야 할 숙제다.다만 관시 자체를 곧바로 부패나 금융사고의 원인으로 볼 수는 없다. 관시는 중국에서 장기간 쌓은 신뢰와 상호 호혜를 바탕으로 거래관계를 형성하는 일반적인 영업문화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은 ‘검증의 현지화’를 주요 대응방안으로 꼽고 있다.
신한은행은 중국 기업을 심사할 때 국가기업신용정보공시시스템(GSXT)을 통해 영업집조(사업자등록증)와 법정대리인, 주주 변경 이력, 행정처분 및 블랙리스트 등을 확인하고 있다. 외부감사를 받는 기업의 재무제표는 중국등록회계사협회(CICPA) 플랫폼에서 감사보고서의 QR코드와 수감번호 등을 통해 진위를 재확인한다.
법인인감 역시 직원 2인이 현장을 방문해 실물을 확인하고 공안 당국에 보고된 내역과 대조하며, 부동산 담보는 부동산등기센터, 동산·매출채권 등은 관련 통일등기시스템을 통해 중복 설정 여부 등을 확인하는 식이다.
KB국민은행도 비슷하다. KB국민은행 인도법인은 재무제표 검증 때 국가기업신용정보공시시스템과 세무당국 납세증명, 전자발표 자료, 인민은행 기업신용보고서를 교차 확인한다. 중국에는 한국식 인감증명서가 없으므로, 공안국에 등록된 '인감등록 비안증명'과 법정대리인의 서명·신분증 등을 함께 확인하고 담보물은 부동산권증과 인민은행 동산융자통일등기공시시스템 등을 통해 검증하는 절차를 밟는다.
하나은행은 여신 심사 과정에서 중국 기업의 재무제표는 세무회계법인을 통해 발급받아 검증하고, 담보물은 감정평가법인의 감정서를 통해 진위를 확인하고 있다. 계약서는 필요 시 현지법인 자체 법무팀이나 외부 로펌의 법률 검토를 거치며, 법인인감 역시 현지법인 은행시스템에 등록된 인감과 대조하는 방식으로 확인하고 있다.
본점 통제는 현지법인의 독립적인 시스템과 주재원 중심의 관리체계를 병행하는 방식이다. 하나은행 중국법인은 한국 본점과 별도의 은행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으며, 거래정보와 고객정보는 현지 컴플라이언스 규정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본점과 공유하고 있다.
특히 한국 본점에서 파견된 주재원들이 여신심사와 리스크관리 등 주요 부서에 배치돼 있고, 현지법인 자체 컴플라이언스 조직과 이상거래 점검 시스템을 통해 부정대출이나 횡령 등 문제가 발생하면 내부 확인 후 본점에 적시에 보고하는 구조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정상적인 관계영업과 부당한 청탁·유착을 목적·대상·방식 등 세 가지 요소로 구분하고 있다. 투명하고 대가가 합리적이며 민감한 직무 권한과 접촉하지 않는 범위의 접대·고객관계는 정상 영업으로 보지만, 특정 이익 교환이나 심사·인사 담당자에 대한 청탁, 사적 관계를 통한 미공개정보 취득, 금품·향응을 대가로 한 부당이익 제공 등은 금지 대상으로 분류한다.
기업 검증 과정에서는 국가기업신용정보공시시스템을 확인하고, 완전한 재무제표는 감사보고서와 세금신고 자료로 대조한다. 감사보고서는 QR코드와 중국 공인회계사협회 조회를 통해 회계사무소·공인회계사의 자격까지 확인하며, 부동산 담보는 등기부 조회를 통해 소유권과 저당권·압류 등 권리관계를 검증한다.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중요거래 복수결제, 정·부 담당 확인제도, 명령휴가와 상시감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침입방지·DDoS 대응·웹방화벽, 통합 보안관제, 금융사기·보이스피싱 방지 시스템 등을 통해 이상징후와 사고 가능성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다.
고객정보는 중국, 본점은 ‘비식별 숫자’
은행들이 겪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는 이렇게 현지에서 쌓이는 정보를 한국 본점이 국내 영업점처럼 자유롭게 들여다보기 어렵다는 데 있다.중국은 개인정보보호법(PIPL)과 데이터보안법(DSL), 사이버보안 관련 법체계를 통해 개인정보와 중요데이터의 국외 이전을 통제하고 있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이 2024년 규제를 일부 완화하기는 했다. 중요데이터가 아니면서 일반 개인정보의 해외 제공 규모가 연간 10만명 미만인 비(非)핵심정보인프라 사업자는 데이터 국외이전 안전평가나 표준계약 등의 절차가 면제될 수 있다.
반면 중요데이터를 해외로 보내거나 연간 100만명 이상의 개인정보 또는 1만명 이상의 민감 개인정보를 해외로 이전하는 경우 안전평가 대상이 된다. 10만명 이상 100만명 미만 개인정보 등은 원칙적으로 표준계약 체결이나 개인정보보호 인증 절차가 필요하다. 금융은 핵심정보인프라가 존재할 수 있는 중요 산업 가운데 하나지만, 개별 금융회사가 핵심정보인프라 운영자인지 여부는 중국 당국의 지정에 따라 결정된다.
규제 완화에도 국내 은행들로서는 고객의 상세 거래내역이나 개인식별정보를 한국 본점으로 실시간 전송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신한은행은 중국 고객정보를 현지에 저장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모행은 개별 고객정보 대신 비식별화된 집계 데이터와 각종 리스크 지표를 이용해 현지법인을 모니터링하고, 불가피한 경우 민감정보를 마스킹해 전달받는 방식이다. 현재 필요한 데이터 이전을 위해 중국 CAC의 데이터 국외이전 안전평가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KB 역시 중국 데이터 관련 법률에 따라 개인 고객과 거래정보의 한국 전송을 제한하고, 본점에는 비식별·익명화한 데이터를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법인이 해당 데이터를 일별로 본점에 전송하고, 본점은 이를 통해 위험요인을 확인한다. 거액 기업여신은 본점과 공동 검토하고 현지법인에 대한 방문감사도 병행한다.
결국 데이터 규제가 본점의 통제를 완전히 차단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한국에 있는 영업점처럼 모행이 고객 단위 원천데이터를 곧바로 들여다보는 방식에는 제약이 있는 셈이다.
IBK 사고가 보여준 ‘플랫폼 통제’ 새 숙제
이 같은 중국 현지법인 통제의 중요성을 보여준 최근 사례가 IBK기업은행 중국법인의 833억원대 금융사고다.금융감독원과 기업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 등에 따르면 기업은행 중국법인은 중국의 비은행 금융기관 A사와 협약을 맺고 현지 차주에게 비대면 대출을 공급했다. A사는 다시 온라인 대출 플랫폼 B사를 통해 차주 모집과 원리금 상환 업무를 수행했다.
기업은행은 대출금을 직접 차주에게 집행했지만 원리금은 B사 계좌를 거쳐 정산받았다. B사는 이 구조를 이용해 상환계좌를 임의로 바꾼 뒤 차주가 납입한 원리금을 기업은행에 전달하지 않고, 전산상으로는 정상 상환된 것처럼 처리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기간은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6월 29일까지다. 기업은행은 6월 24일 정산금이 입금되지 않고 관련 민원이 늘어난 뒤 사고를 인지했다. 중국 금융기관 5곳은 앞선 3~4월 이미 해당 플랫폼을 협력기관 명단에서 제외했지만 기업은행은 이 같은 외부 위험 신호를 제때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규모는 833억7600만원이다.
이는 기업은행 중국법인이 지난해 벌어들인 순이익 269억원의 3배가 넘는 규모다. 실제 최종 손실액과 회수액은 현지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외부 플랫폼의 자금 유용과 이를 조기에 걸러내지 못한 제3자 리스크 관리에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현지법인의 영업이 디지털 플랫폼과 현지 제휴사까지 확장될수록 본점의 통제 범위 역시 법인 직원과 전산시스템을 넘어 거래 상대방과 제휴업체까지 확대돼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는 것이다.
기업은행은 사고 이후 차주가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직접 상환금액을 조회하거나 조기 상환할 수 있는 별도 시스템을 마련했다.
금융권에서는 중국 사업의 내부통제를 강화하려면 단순히 본점 감사를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데이터 국외이전 규제를 준수하면서도 비식별화된 위험지표를 세분화하고, 현지 상시감시 시스템을 강화하는 한편 제휴사의 자금 흐름과 계좌변경, 민원 급증, 거래 중단 등 이상징후를 조기에 잡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 재무제표와 법인인감, 담보물 등을 중국 공적 데이터베이스와 교차 검증하고 거액·고위험 여신은 본점과 공동 심사하는 한편, 플랫폼 등 제3자가 대출 모집이나 상환 과정에 개입할 경우 은행의 직접적인 자금대사와 실시간 이상거래 확인 절차를 적용하는 방안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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