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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 김동명, ‘악성 재고ʼ 6조 털어낼까

기사입력 : 2026-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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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메랑으로 돌아온 ‘규모의 경제’
美보조금 착시 걷어내면 ‘적자 늪’
재고 상쇄할 신규 대형수주 절실

LG엔솔 김동명, ‘악성 재고ʼ 6조 털어낼까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김재훈 기자] 취임 이후 ‘질적 성장’과 ‘내실 경영’을 경영 지표로 내걸었던 김동명닫기김동명기사 모아보기 LG에너지솔루션 대표(사장)가 불어난 재고자산에 따른 수익성 악화라는 장애물에 직면했다.

선제적 북미 투자로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며 미국 보조금 수혜를 보는 듯했지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장기화하면서 창고에 쌓인 재고자산이 오히려 수익성을 갉아먹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보조금 착시를 걷어내면 나타나는 수천억 원대 본업 적자, 6조 원을 넘어선 재고자산과 평가손실 부담 속에서 김동명 사장의 위기관리 능력과 신규 수주 영업력이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고 있다.

‘풍요 속 빈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7조5602억 원, 영업이익 1113억 원을 기록하며 전 분기(영업손실 2078억 원)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실적 내역을 들여다보면 실제 본업 성적표는 여전히 부진한 상태다.

이번 흑자 전환 일등 공신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보조금이다. 2분기에 인식된 AMPC 금액은 총 2410억 원에 달한다. 이 보조금 효과를 제외하면 LG에너지솔루션은 2분기 영업손실 1297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 1분기(영업손실 3975억 원)보다 손실 규모를 줄였지만, 여전히 적자 상태다.

이 같은 실적 구조는 경쟁사인 삼성SDI와 대조를 이룬다. 삼성SDI 역시 전방 산업 둔화 여파를 피하지 못했으나, 미국 보조금(1077억 원) 없이 순수 본업 경쟁력만으로 영업이익 961억 원을 기록했다.

미국 AMPC 보조금은 현지 생산 및 판매 규모에 따라 액수가 커진다. LG에너지솔루션은 초기에 대규모 캐파(생산능력)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보조금 수혜 기반을 넓히는 전략을 취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4년 영업이익 5754억 원을 달성했는데, 당시 미국 보조금 수혜 규모가 1조4800억 원에 달했다. 이는 국내 배터리 3사 중 가장 큰 규모였다.

하지만 보조금 제외 시 약 900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도 LG에너지솔루션은 보조금(1조6500억 원) 덕을 톡톡히 보면서 영업이익 흑자(1조3500억 원)를 이어갔다.

실제 보조금을 걷어내면 LG에너지솔루션 사업 경쟁력 약화가 여실히 드러난다. 완성차 업체(OEM)들 전기차 출하 지연 및 수주 조절이 본격화하면서 공장 가동률 저하에 따른 고정비 증가와 미판매 재고 관리 비용이 보조금 이익을 상쇄시키는 악순환에 빠졌다. 시설 증설과 생산량 확대에도 정작 제품이 팔리지 않으면서 보조금보다 큰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급증한 재고

창고에 쌓이는 재고자산은 LG에너지솔루션 재무 건전성을 질적으로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 재고자산은 지난해 1분기 4조2821억 원에서 올해 1분기 5조3540억 원으로 급증한 데 이어 올해 2분기에는 6조4450억 원으로 불어났다. 불과 1년여 만에 재고자산이 2조1629억 원(50.5%)이나 가파르게 불어난 셈이다.

공장을 가동해 배터리를 대량 생산하고는 있지만, 완제품이 고객사로 적기에 납품되지 못하면서 창고에 재고가 지속적으로 쌓이고 있다는 뜻이다. 재고자산 증식은 회계상 수익성을 직접적으로 압박하는 ‘재고자산평가충당금’과 ‘재고평가손실’도 함께 증폭되는 연쇄 효과를 발생시킨다.

먼저 재고자산평가충당금은 재고의 시장가치가 취득원가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될 때 설정하는 비용이다. 일반적으로 충당금 규모가 커질수록 향후 수익성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캐즘 이전 리튬, 니켈 등 핵심 광물을 높은 가격에 매입했다. 하지만 광물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과거 고가에 확보한 원자재로 제조된 배터리 완제품 및 반제품 시장가치(순실현가능가치)가 장부가액 밑으로 떨어졌다.

LG에너지솔루션 공시에 따르면 재고자산평가충당금은 지난해 1분기 2628억 원에서 올해 1분기 2969억 원으로 늘어났다. 올해 2분기 재고가 급증한 만큼 추가적인 충당금 적립 압박을 받고 있다.

실질적인 재고 가치 하락에 따른 평가손실액 역시 같은 기간 300억 원 수준에서 400억 원 수준으로 대폭 늘어났다. 재고 규모 자체가 6조4000억 원을 넘어선 만큼, 판가 하락 시 발생하는 평가손실은 그대로 매출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영업이익을 직접적으로 깎아먹는 ‘시한폭탄’으로 작용한다.

재고 누적은 판가 하락뿐만 아니라 공장 가동률 하향 조정으로도 이어진다. 대규모 설비 투자가 수반되는 배터리 사업에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 단위당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 부담이 늘어난다.

실제로 북미 주요 합작공장(JV) 일부 라인의 가동률이 조정되면서 LG에너지솔루션 수익성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뎌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북미 전략 고객사가 전기차 사업 속도를 조절하고 기존 재고를 우선 소진하면서 올해 상반기 합작공장 1기 가동을 중단했다”며 “현재 생산 재개를 준비하고 있으며 예정대로 3분기 중반부터 다시 가동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동명, 재고 다이어트 집중

김동명 사장은 재고 소진과 공장 가동률 회복을 위해 사업 구조 다변화라는 배수진을 쳤다. 북미 생산 거점 일부 전기차용 배터리 라인을 ESS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생산 라인으로 전환하고,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진행 중이던 합작법인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등 ‘재고 다이어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 상반기 총 3조 원 규모 수주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불어난 6조 원대 재고와 거대한 생산 설비를 감당하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김동명 대표는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신규 수주 확대와 더불어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신규 고객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설명하며 분위기 반전을 약속했다.

다만 증권가와 시장 시선은 여전히 신중하다. LG에너지솔루션이 컨퍼런스콜에서 다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원통형 배터리 공급 및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으나, 정작 시장 의구심을 단번에 해소할 만한 구체적인 계약 대상이나 확실한 수주 규모는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미국 정부 보조금에 기댄 표면적 흑자는 전방 산업의 실질적인 수요 회복이 이뤄지지 않는 한 유효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다”며 “선제적 투자로 늘어난 거대한 생산 능력이 적자 폭을 키우는 부메랑이 되지 않으려면 김동명 대표가 하반기 중 실질적인 신규 대형 수주 계약을 성사시키고 6조 원이 넘는 재고를 눈에 띄게 줄여나가는 ‘영업적 결실’을 증명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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