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호기사 모아보기 전 부회장이 그룹을 떠난 지 3년 만에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그가 인수를 주도했던 낸드플래시 기업 솔리다임이 2년 연속 대규모 적자에서 벗어나 불과 1개 분기 만에 1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는 효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한때 그룹을 불확실의 늪으로 끌고 들어가던 애물단지였던 솔리다임은 이제 약 50조 원 가치로 평가되며 반전의 주인공이 됐다.
SK그룹 반도체 지배구조는 ‘SK㈜→SK스퀘어→SK하이닉스→SK하이닉스 낸드 프로덕트 솔루션(AI컴퍼니)→솔리다임’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 같은 구조의 밑그림을 그린 인물이 2024년도 인사에서 SK를 떠난 박정호 전 부회장이다. 2012년 SK텔레콤 사업개발부문장으로 재직하던 박 전 부회장은 하이닉스 인수를 주도하며 그룹 내 최고 M&A 전문가로 꼽혔다. 이후 2017년 SK하이닉스의 도시바 메모리(현 키옥시아) 지분 투자, 2018년 SK텔레콤의 ADT캡스(현 SK쉴더스) 인수를 주도하며 SK의 ‘공격 투자’ 시대를 이끌었다.
솔리다임 인수에도 박 전 부회장이 깊이 관여했다. 2021년 12월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과 중국 다롄 팹을 최종 인수하기로 했을 당시 SK하이닉스 대표이사는 이석희닫기
이석희기사 모아보기 전 사장이었지만, 사실상 최종 의사결정권자는 SK스퀘어 및 SK텔레콤 대표이사이자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던 박 전 부회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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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22년부터 박 전 부회장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해 하반기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불황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가 시작되며 중국 다롄 낸드 제조거점도 직격탄을 맞았다. 솔리다임을 포함한 SK하이닉스는 2023년 약 8조 원에 가까운 영업적자를 냈다.
10조 원이 투입된 솔리다임 인수를 두고 ‘무리한 베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SK스퀘어 자회사 상장 작업도 지지부진했다. 박 전 부회장은 “업사이클이 오면 메모리 기업들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며 솔리다임 효과를 자신했지만, 그해 연말 인사에서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그리고 2년 반 시간이 지났다. 2026년 현재 솔리다임 기업가치는 약 50조 원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2년과 2023년 합산 7조4000억 원 순손실을 기록한 솔리다임은 2025년 영업이익 1조4000억 원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올해는 불과 1개 분기 만에 1조3000억 원 영업이익을 내며 ‘효자 자회사’로 탈바꿈했다.
이런 상황 전개로 박 전 회장의 경영 인사이트가 뒤늦게 빛을 발하는 것은 아닌가 관심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박 전 부회장이 구상했던 SK스퀘어 중심 ‘제2의 SK하이닉스’ 발굴 전략은 사실상 동력을 잃었다. SK스퀘어가 추진하던 비통신 자회사들 상장 작업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일부 기업들은 재무 안정화 차원에서 매각이 이뤄지기도 했다.
그 사이 그룹 M&A와 신규 투자 주도권은 AI 붐과 반도체 슈퍼 사이클을 맞이한 SK하이닉스로 완전히 넘어갔다.
특히 SK하이닉스 자회사 AI컴퍼니에 SK㈜,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 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소액 출자 형태로 참여한 점도 주목받는다. 아직 투자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이는 SK하이닉스 성과를 지주사인 SK㈜가 어떤 방식으로든 직접 공유하기 위한 우회 통로를 모색하는 단계로 풀이된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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