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평가이익 1조6242억원을 제외하고도 세전이익 9044억원을 기록했다는 점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규모 투자자산 평가이익이 실적을 끌어올린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제외하고도 브로커리지와 자산관리(WM), 트레이딩, 투자은행(IB), 해외사업 등에서 상당한 이익을 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2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1조9052억원을 기록했다. 증권업계 최초로 2개 분기 연속 순이익 1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세전이익은 2조5287억원으로 집계됐다.
스페이스X라는 대형 투자자산의 평가이익이 실적을 크게 끌어올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반대로 보면 평가이익을 제외하고도 분기 9000억원대의 세전이익을 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스페이스X 평가이익을 제외하고도 다양한 사업에서 상당한 이익을 냈다는 점에서 기초적인 이익 창출력이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거래대금’에서 ‘고객자산’으로
이번 실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브로커리지 수익 증가 자체보다 고객자산의 확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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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래에셋증권의 수익 기반을 단순히 거래 수수료 증가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국내외 총 고객자산이 784조원으로 1분기보다 124조원 늘었기 때문이다.
고객자산의 의미는 단순히 자산 규모가 커졌다는 데 있지 않다. 주식 거래처럼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수수료를 얻는 구조에서 벗어나 금융상품 판매와 자산관리, 연금, 운용 등으로 하나의 고객자산을 여러 수익원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금융상품판매 수수료 수익이 131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증권사의 경쟁력이 ‘얼마나 많은 거래를 유치하느냐’에서 ‘얼마나 많은 고객자산을 확보하고 이를 얼마나 다양한 금융서비스로 연결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연금, 새로운 수익 기반으로
연금도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 있다.미래에셋증권의 연금자산은 6월 말 기준 8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1년간 퇴직연금 적립금 성장률은 60%를 웃돌아 시장 평균의 약 2.5배에 달했다.
연금은 일반적인 주식 거래와 달리 고객의 자산이 장기간 증권사에 머무르는 특성이 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단기 거래대금 변동에 덜 영향을 받으면서 자산관리와 상품 판매, 운용 서비스를 결합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미래에셋증권이 퇴직연금 로보WRAP 등 개인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결국 증권사 수익모델의 변화는 ‘주식 거래에서 금융상품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가 ‘고객의 생애 자산을 관리하는 구조’로 이동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트레이딩·IB까지 수익원 확대
수익원의 다변화는 트레이딩과 IB에서도 나타났다.2분기 트레이딩 및 기타금융손익은 8369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07% 증가했다. IB 수수료 수익도 428억원으로 65% 늘었다.
브로커리지뿐 아니라 금융상품 판매, 운용·트레이딩, 기업금융 등 여러 사업에서 동시에 이익이 확대된 것이다.
이는 증권사의 실적 안정성을 판단하는 기준도 바꿀 수 있다.
과거에는 증시 거래대금이 줄어들면 브로커리지 수익이 감소하면서 증권사 실적도 곧바로 흔들리는 구조였다. 반면 자산관리와 연금, 운용, IB 등의 비중이 커지면 시장 상황에 따라 사업부문별 실적이 서로 보완할 가능성이 커진다.
미래에셋증권의 이번 실적은 특정 사업부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여러 수익원을 동시에 키우는 증권사의 변화가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해외사업, ‘부가사업’에서 ‘수익축’으로
해외사업의 존재감도 커졌다.2분기 해외법인 세전이익은 약 6091억원으로 집계됐다. 연결 세전이익 기여도는 약 24%로 전 분기보다 6%포인트 높아졌다. 해외법인 자기자본이익률(ROE)도 24.8%로 상승했다.
과거 국내 증권사의 해외사업은 국내 사업을 보조하는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해외법인 자체가 상당한 이익을 만들어내면서 글로벌 사업이 독립적인 수익축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이는 국내 거래대금이나 국내 증시 흐름에만 의존하는 증권사와의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 증권사의 글로벌화가 단순히 해외에 법인을 설립하고 국내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단계를 넘어, 해외 시장에서 직접 이익을 창출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증권사는 어디까지 금융 플랫폼이 될까
미래에셋증권이 디지털 금융과 글로벌 투자 플랫폼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것도 이런 수익모델 변화의 연장선에 있다.지난 6월 홍콩에서 전통자산과 디지털자산을 아우르는 글로벌 투자플랫폼 MAPS를 출시한 데 이어 미국과 싱가포르 등으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엑스(구 코빗)와의 연계를 통해 실물연계자산(RWA) 토큰화와 토큰증권(STO) 등 디지털 금융 영역으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디지털자산 자체가 아니다. 핵심은 기존 금융자산과 디지털자산을 하나의 투자 플랫폼 안에서 연결하려는 전략에 있다.
주식·채권·ETF·연금·대체투자·디지털자산을 하나의 고객 접점에서 연결할 수 있다면 증권사의 수익원은 거래 수수료에 머물지 않는다. 고객자산이 플랫폼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상품 판매와 운용, 자산관리 등으로 수익을 확장할 수 있다.
‘얼마나 거래시키느냐’에서 ‘얼마나 자산을 연결하느냐’로
결국 미래에셋증권의 상반기 실적이 보여주는 것은 ‘순익 3조원에 육박한 초대형 실적’만이 아니다.증권사의 경쟁력이 거래대금이나 수수료율에서 고객자산 규모와 자산관리 능력, 글로벌 투자 역량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페이스X 평가이익을 제외한 세전이익 9044억원은 이 변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숫자다. 일회성 투자이익을 걷어내도 WM·연금·브로커리지·트레이딩·IB·해외사업 등 여러 사업에서 동시에 이익을 만들어내는 구조가 갖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증권사 간 경쟁의 기준도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누가 거래대금을 더 많이 확보하느냐보다 누가 더 많은 고객자산을 확보하고, 이를 얼마나 다양한 금융서비스와 글로벌 투자기회로 연결해 수익으로 전환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이번 실적은 증권사의 돈 버는 방식이 이미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얼마나 거래시키느냐’에서 ‘얼마나 많은 자산을 확보하고 연결하느냐’로의 전환이 숫자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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