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면세업계에 뛰어든 후발주자지만 지난해 첫 연간 흑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운영권 경쟁에서 최대사업자 지위까지 확보하며 존재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현대면세점이 공항 면세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면세점은 지난달 28일부터 인천국제공항 제1·2여객터미널 내 DF2(화장품·향수, 주류·담배) 구역 면세점 운영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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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과 전략이 맞물린 현대면세점
현대면세점은 후발 사업자임에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며 앞선 경쟁자들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기준 영업이익 2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한 후, 올해 1분기에도 34억 원의 영업익을 기록했다.지난해 3분기 이후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 확대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한다.
특히 현대면세점은 2023년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당시 가장 유리한 결과를 얻은 사업자로 꼽힌다. 당시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매출 규모가 가장 큰 DF1·DF2 구역 확보에 집중하며 공격적인 입찰 전략을 펼쳤다.
반면 현대면세점은 정면 승부 대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다고 평가받던 DF5(패션·액세서리) 구역 공략에 나섰다. 당시 DF5 구역에서는 롯데면세점과 경쟁했지만, 롯데면세점이 과거 해당 사업권을 자진 반납했던 이력이 변수로 작용하면서 더 높은 입찰가를 제시하고도 탈락했다.
수익 기반을 확보한 현대면세점은 이후 브랜드 재정비와 조직 개편을 단행한다. 2024년 기존 ‘현대백화점면세점’ 사명을 ‘현대면세점’으로 변경하고 새로운 BI(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공개하며 독자 면세 브랜드로서의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같은 해 말에는 ‘면세 전문가’로 꼽히는 박장서 대표를 새 수장으로 선임하며 사업 확대 의지를 드러냈다.
신세계면세점을 제외한 주요 면세사업자를 두루 거친 박 대표를 전면에 내세워 전문성과 현장경험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특히 순혈주의 성향이 강한 현대백화점그룹이 외부 출신 인사를 대표로 선임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었다.
박 대표 체제 이후 현대면세점은 선택과 집중 전략에 속도를 냈다. 경영 효율화의 일환으로 2025년 7월 시내면세점인 동대문점 영업을 종료하고, 경쟁력이 높은 공항 면세와 핵심 상품군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키로 했다. 업황 부진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었다.
당시 동대문점은 현대면세점 전체 매출의 약 23%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영업 종료 이후에도 2025년 3분기 전체 매출 감소폭은 2.5% 수준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현대면세점이 우려와 달리 안정적으로 사업 구조 효율화에 연착륙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후 올해 1월 진행된 인천공항 면세점 추가 입찰에서 현대면세점은 알짜 구역으로 꼽히는 DF2 구역 운영권까지 확보하면서 인천공항 내 최대사업자로 올라서게 됐다. 현대면세점은 2020년 확보한 DF7 구역, 2023년 확보한 DF5 구역에 이어 올해 DF2 구역까지 더해 총 3개 구역을 운영한다.
인천공항서만 1조 매출…‘1위 도약’ 자신
박 대표 체제의 현대면세점은 이제 ‘생존’보다 ‘확장’에 방점을 찍는 모습이다. 특히 최대사업자로 올라선 인천국제공항을 발판 삼아 본격적인 외형 성장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박 대표 역시 지난달 DF2 구역 오픈 당시 “인천국제공항 내 최대사업자로 도약, 공항에서만 연간 1조 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인천국제공항은 안정적인 국제선 여객과 환승 수요를 바탕으로 국내 면세업계 실적을 좌우하는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시내면세점보다 공항 면세의 중요성이 다시 커지면서 공항 사업 경쟁력이 곧 면세사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신라, 신세계면세점의 인천공항 매출은 800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현재 현대면세점이 운영 중인 DF5, DF7 구역의 연매출은 4000억 원 수준으로, 여기에 DF2 구역 연간 매출이 6000억~7000억 원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연매출액 1조로 공항 면세사업자 1위가 가능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2019년 코로나19 이전 공항 면세사업자들의 연매출은 3조 원 수준이었지만 최근 연매출은 2조 원 내외로 전해진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카테고리를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1조 매출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며 “면세 최대사업자이기 때문에 유리한 사업 환경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면세점은 공항 면세 경쟁력 강화를 위해 럭셔리 브랜드와 K-콘텐츠를 양축으로 내세우고 있다. 기존 DF5·DF7 구역에서 샤넬, 루이비통, 프라다, 구찌, 로에베, 버버리, 펜디, 생로랑 등 주요 명품 브랜드를 운영 중인 가운데, 화장품·주류 중심의 DF2 구역까지 확보하면서 상품 포트폴리오를 한층 강화했다. 단순 브랜드 확대를 넘어 프리미엄 위스키·와인과 한정판 상품 등 고가 수요 공략에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외국인 관광객 수요 확대에 맞춘 K-콘텐츠 강화 전략도 눈에 띈다. 현대면세점은 최근 글로벌 관심이 높아진 K-뷰티·K-푸드·K-컬처를 공항 면세점 전면에 배치하며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T2)에 조성하는 ‘K-코스메틱존’에서는 메디큐브, 토리든, 웰라쥬, 아비브 등 국내 인디·더마 브랜드를 대거 선보인다. 여기에 인공지능(AI) 피부 분석과 퍼스널 컬러 진단 등 체험형 콘텐츠까지 접목, 단순 판매를 넘어 ‘경험형 K-뷰티 플랫폼’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국제공항 DF2(화장품·향수, 주류·담배) 구역 영업을 시작하며 ‘인천국제공항 면세 1위 사업자’로 퀀텀 점프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과의 시너지 확대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현대면세점이 그룹 내 유통·콘텐츠 자산을 적극 활용해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더현대 서울과 연계한 팝업스토어, 패션·식품 콘텐츠 협업 등 그룹 차원의 공동 마케팅이 예상된다. 면세점 단독 경쟁을 넘어 현대백화점그룹 전체의 브랜드 경험을 공항으로 확장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대면세점은 후발주자 한계를 빠르게 극복하며 공항 면세 중심의 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다만 중국 경기 회복 지연과 면세업 전반의 수익성 둔화 등 업황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공항 중심 전략이 안정적인 실적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향후 관건이 될 전망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현대면세점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비용 구조와 공항 사업 확대를 동시에 확보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며 “다만 면세업 전반의 업황 회복 속도가 더딘 만큼, 공항 중심 전략이 장기적인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향후 핵심 과제로 꼽힐 것”이라고 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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