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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먹어보고 판다”…컬리 김슬아, 10년 집념의 결실

기사입력 : 2026-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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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자산으로 바꾸는 실행 철학
창립 10년 만 ‘연간 흑자’ 허들 넘어
향후 10년은 ‘프리미엄 & 지속가능’

△1983년 / 2007년 미국 웰즐리대 정치학과 졸업 / 2007년 골드만삭스 홍콩지사 / 2010년 맥킨지앤드컴퍼니 홍콩지사 / 2012년 싱가포르 국영 투자회사 테마섹홀딩스 / 2013년 베인앤드컴퍼니 한국지사/ 2015년 ㈜컬리(옛 더파머스) 설립이미지 확대보기
△1983년 / 2007년 미국 웰즐리대 정치학과 졸업 / 2007년 골드만삭스 홍콩지사 / 2010년 맥킨지앤드컴퍼니 홍콩지사 / 2012년 싱가포르 국영 투자회사 테마섹홀딩스 / 2013년 베인앤드컴퍼니 한국지사/ 2015년 ㈜컬리(옛 더파머스) 설립
[한국금융신문 박슬기 기자] 김슬아 컬리 대표는 워커홀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창업 1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제 손을 거쳐야 직성이 풀린다. 직접 먹어보고, 만져보고, 경험해보고 나서야 고객들에게 닿을 브랜드를 선별한다. 창업 초기의 원칙은 시간이 지나도 흔들리지 않았고, ‘프리미엄’이라는 컬리의 정체성으로 굳어졌다. 이 집요한 기준은 지난해 연간 흑자전환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컬리는 지난해 창립 10년 만에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매출액과 거래액 모두 역대 최대 성적을 기록했다. 이커머스 업황이 위축된 가운데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이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2025년 컬리의 연결기준 매출은 2조3671억 원으로 전년 대비 7.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31억 원으로, 2015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손익 흐름도 뚜렷한 개선세를 보였다. 2021년 2177억 원이던 영업손실은 2022년 2335억 원까지 확대됐지만, 2023년 1436억 원, 2024년 183억 원으로 적자폭을 줄였다. 이후 지난해 13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반전에 성공했다. 한때 2000억 원을 넘어섰던 적자를 털어낸 것이다.

“Fail fast”…실패를 자산으로 바꾸는 실행 철학

‘fail fast(빠르게 실패하라)’는 김슬아 대표의 주요 경영 키워드 중 하나다. 새로운 시도 앞에서 주저하기보다 먼저 실행하고, 실패를 통해 학습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미다. 실패를 늦추기보다 앞당길수록 다음 단계로 빠르게 나아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실행 중심의 의사결정 방식은 컬리가 10년간 적자를 감내하면서도 사업을 지속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시행착오를 축적하며 비즈니스 모델을 고도화한 끝에 컬리는 결국 연간 흑자 전환이라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김 대표는 출범 초기부터 ‘프리미엄’과 ‘초신선’을 전면에 내세웠다. 다수 이커머스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에 집중할 때, 컬리는 상품과 서비스 품질을 차별화 전략으로 삼았다.

온라인 환경에선 소비자가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산지 직송과 당일 수확 상품 배송 등 품질 관리에 집중했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은 김 대표 개인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그는 신선식품을 집 앞까지 빠르게 배송받을 수 있으면 어떨지에 주목했다. 막연한 아이디어로 시작된 이 구상은 새벽배송 서비스로 구체화됐고, 이는 어느덧 일상적인 장보기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김 대표는 직접 상품을 먹어보고, 경험해본 뒤 입점 여부를 결정하는 CEO로도 잘 알려져있다. 통상 보고만 받고 끝나는 CEO들과 달리 김 대표는 자신의 손을 거쳐야만 한다.

김 대표의 경영방식은 상품 운영 전반에 반영돼 있다. 직접 상품을 경험한 뒤 선별하는 것을 제도화한 대표적인 장치가 ‘상품위원회’다. 상품위원회는 MD·마케팅·브랜드 등 관련 부서가 참여해 매주 상품 전략을 논의하는 조직으로, 컬리에서 판매되는 모든 상품은 이 과정을 거친다.

아울러 김 대표는 실무진보다 현장을 더 잘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같은 구조는 자연스럽게 직원들의 검증 기준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결과적으로 컬리 상품에 대한 신뢰도를 강화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만년 적자에 상장 철회…힘들었던 과거

김 대표의 프리미엄 중심 전략은 사업 초기 차별화된 고객층을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구매력과 객단가가 높은 이른바 ‘강남맘’ 고객층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확산됐고, 이를 기반으로 컬리는 프리미엄 신선식품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자체 물류센터 구축과 콜드체인 운영 등 인프라 투자도 확대해왔다.

하지만 성장 과정에서 비용 부담은 불가피했다. 물류 인프라 투자와 경쟁 심화가 맞물리며 수익성은 한동안 희생됐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이커머스 시장 경쟁이 격화되면서 출혈이 심화, 컬리는 업계에서 ‘우려 기업’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창립 이후 지속되는 적자에 ‘만년 적자’라는 평가가 뒤따랐고, 2023년에는 추진하던 기업공개(IPO)도 철회해야 했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전략의 방향을 바꾸지 않았다. 오히려 카테고리 확장에 나서며 사업구조 다변화를 시도했다. 신선식품 중심에서 나아가 뷰티 영역을 키운 것이 대표적이다. 마켓컬리를 통해 신선식품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뷰티컬리’를 통해 백화점 수준의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를 선보이며 사업 외연을 넓혔다.

화장품은 객단가와 마진율이 높은 카테고리로, 이커머스 플랫폼의 핵심 수익원으로 꼽힌다.

다수 기업들이 이를 보조 카테고리로 운영하는 것과 달리, 김 대표는 뷰티를 핵심 축으로 끌어올리며 컬리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위기 국면에서도 전략적 확장을 이어간 결과, 컬리는 단순한 외형 성장에 그치지 않고 사업구조를 고도화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10년간 축적된 이 같은 전략은 결국 외형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흑자 전환 이후 다음 스텝은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한 컬리는 이제 ‘성장 이후’를 고민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외형 확대를 이어가면서도 수익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만큼, 사업전략 역시 보다 정교해지고 있다.

김 대표는 현재 패션과 리빙 등 카테고리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뷰티 다음으로 공을 들이는 카테고리는 패션으로, 현재 유명 패션플랫폼 MD들을 대거 영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선, 뷰티뿐만 아니라 패션까지 영역을 확대해 플랫폼의 외형을 한층 더 확대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서비스 다각화도 병행하고 있다. 컬리는 1시간 내외로 배송하는 퀵커머스 서비스 ‘컬리나우’를 운영하며 상암 DMC, 도곡, 서초 등으로 서비스 권역을 확대 중이다. 신선식품과 밀키트는 물론 뷰티·리빙 상품까지 약 6000여 개를 취급하며 장보기 전반으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기준 컬리나우 주문량은 전년 대비 약 2.5배 증가했다.

김 대표의 도전은 국내에 그치지 않는다. 컬리는 지난해 7월 미국에서 ‘컬리 USA’를 한 달간 시범 운영하며 시장성을 점검했다. 시범 기간 약 3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고, 재구매율도 60%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컬리는 미국시장에서의 물류비 절감과 상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지 물류 인프라 구축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직접 투자에 따른 부담을 고려해 물류센터 임차 방식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컬리는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차별화에 성공했지만, 흑자 이후에는 확장 과정에서 수익성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카테고리 다각화와 물류 효율화가 동시에 성과를 내야 중장기 경쟁력이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직접 먹어보고 판다’는 원칙으로 시작된 컬리의 10년. ‘흑자 전환’이라는 첫 관문을 넘은 지금, 이제 김슬아 대표 앞에 놓인 과제는 단순한 성장이 아니라 프리미엄을 유지한 채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완성하는 일이다. 컬리의 다음 10년이 주목되는 이유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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