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현대자동차그룹은 2026년 시작과 함께 보스턴다이나믹스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공개하며 큰 충격을 던졌다. 아틀라스는 전통 완성차 기업으로 여겨졌던 현대차그룹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피지컬 AI 로보틱스 기업으로 전환했다. 바야흐로 실제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미래 사회의 서막이 열리고 있다.
정의선기사 모아보기 현대차그룹 회장 승부수도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보스턴다이나믹스 몸값이 100조 원을 넘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보스턴다이나믹스가 현대차그룹 핵심 계열사로 단번에 떠올랐다.‘아틀라스’ 본격 실전 투입 훈련 돌입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지난 7일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옆돌기와 백텀블링을 연속으로 시연하는 영상을 자사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다. 지난달초 CES 2026 이후 처음 공개되는 아틀라스 영상이다.보스턴다이나믹스는 텀블링 동작 외에도 아틀라스가 빙판길에서도 넘어지지 않고 걷는 모습도 공개했다. 로봇은 발이 미끄러지는 상황에서도 균형을 잡고 전진하며 고도 판단 및 제어 로직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번 아틀라스 연속 공중제비 영상은 고난도 동작 자체보다 도약-공중 자세 제어-착지 충격 흡수-자세 회복으로 이어지는 전 과정을 끊김없이 수행하는 ‘연속 전신 제어(whole-body control)’ 능력이 안정화 단계에 진입했음을 확인시켜 줬다.
이는 대규모 반복 학습을 통해 축적된 강화학습 기반 제어 기법과 전신 제어 알고리즘을 결합한 결과로, 아틀라스가 연속 수행과 반복 검증이 가능한 전신 기동 능력을 확보해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보스턴다이나믹스 관계자는 “아틀라스의 엔터프라이즈 플랫폼이 가동됨에 따라 연구용 버전 성능 테스트는 마무리된다”며 “연구원들은 연구소 도움을 받아 전신 제어 및 이동성 한계를 시험하기 위한 최종 테스트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아틀라스가 연구소 실험실을 넘어 실제 산업 현장에 투입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현대차그룹 제조 환경에서 아틀라스를 체계적으로 훈련시킬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CES에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등 생산 거점에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을 투입하고 공정 단위별 검증을 통해 단계적으로 아틀라스 도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8년부터 아틀라스는 HMGMA에서 부품 분류를 위한 서열 작업과 같이 안전성과 품질 효과가 명확히 검증된 공정에 우선 적용되는 등 상용화 단계에 진입한다.
오는 2030년부터는 부품 조립까지 작업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구글·소뱅도 손절했는데...정의선은 왜?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아틀라스로 현대차그룹의 미래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처음 인수 당시만 하더라도 주위 상황은 호의적이지 않았다.보스턴다이나믹스는 1992년 마크 래버트 등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들이 설립했다. 당시는 산업용 로봇이 아닌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 지원을 받는 군사용 로봇 개발사로 시작했다. 하지만 로봇 기동 소음과 여러 기술적 한계로 실전 배치가 무산되며 존폐 갈림길에 섰다.
위기의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인수한 곳이 2013년 로봇 사업 진출을 노리던 구글이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개발을 책임진 앤디 루빈을 보스턴다이나믹스 수장으로 임명하는 등 적극적이었으나, 앤디 루빈 성추문 의혹과 막대한 R&D 비용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으로 2017년 일본 소프트뱅크에 보스턴다이나믹스를 매각했다.
소프트뱅크는 군사용 로봇을 개발하던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산업용 로봇 개발사로 전환시켰다. 이를 통해 2019년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출시해 상용화에 성공했으나, 막대한 R&D 비용과 저조한 수익성으로 적자가 누적되자 2020년 매각을 결정했다.
이때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인수한 곳이 정의선 회장의 현대차그룹이다. 당시 정의선 회장은 전기차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로보틱스, AI 등을 필두로 미래 모빌리티 기업 전환을 선언하며 기술력 내재화를 강조했다. 현재 현대차그룹 자율주행을 책임지고 있는 포티투닷, 모셔널 등을 인수, 설립한 시기가 바로 이때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지난 30년간 축적해 온 로보틱스 인지·제어 등 기술 노하우에 베팅했다. 이를 미래 로보틱스 사업 퍼즐로 삼은 것이다. 정의선 회장은 보스턴다이나믹스 인수에 앞서 진행한 타운홀 미팅에서 “미래 현대차그룹 사업의 20%는 로보틱스가 될 것”이라며 로봇 기술력 제고 의지를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이 2021년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인수할 당시 투입한 자금은 약 11억 달러(약 1조6,186억 원) 규모였다. 당시 지분구조는 현대차 30%, 현대모비스 20%, 현대글로비스 10%였고, 정의선 회장도 사재 약 2,400억 원을 투입해 지분 약 20%를 확보했다. 보스턴다이나믹스를 그룹 미래 핵심으로 키우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당시 업계에서는 보스턴다이나믹스 인수를 두고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았다. 현대차그룹보다 자금력이 큰 구글과 소프트뱅크도 포기한 회사에 많은 자금을 투입했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일각에서는 해당 금액을 국내 로보틱스 생태계 확장에 사용했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실제 보스턴다이나믹스는 현대차그룹 품에 안긴 뒤에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보스턴다이나믹스 순손실은 ▲2021년 1,100억 원 ▲2022년 2,540억 원 ▲2023년 3,360억 원 ▲2024년 4,410억 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약 4,000억 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덕꾸러기였던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올해 아틀라스를 공개하며 완전히 백조로 떠올랐다. 아틀라스는 CES 2026에서 글로벌 IT 전문 매체 CNET이 선정하는 ‘Best of CES 2026’ 중 ‘Best Robot(최고 로봇)’ 상을 수상하며 그동안 쌓아온 경쟁력을 입증했다.
외신들도 아틀라스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대해 호평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오랜 테스트를 거친 아틀라스가 올해 세련된 제품으로 거듭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1조 베팅, 100조 ‘하이 리턴’
아틀라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호평받으면서 현대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나믹스 IPO(기업공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실제 현대차그룹도 CES 2026에서 아틀라스 공개 이후 그룹 내부에서 장재훈 부회장을 필두로 보스턴다이나믹스 상장 추진 조직을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재훈 부회장은 CES 2026에서 보스턴다이나믹스 IPO와 관련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보스턴다이나믹스가 IPO에 나설 경우 기업가치가 10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한다. 글로벌 외신들도 아틀라스를 테슬라 휴머노이드 ‘옵티머스’의 유력한 대항마로 평가하며 현대차그룹이 미래 로봇 시장 주요 선도기업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B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35년 휴머노이드 시장이 연간 960만3,000대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중 보스턴다이나믹스가 2035년 휴머노이드 시장 점유율 15.6%(연간 약 150만 대)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2035년 보스턴다이나믹스 매출액이 2,883억 달러(약 404조 원), 영업이익 443억 달러(약 62조 원)에 이를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한 보스턴다이나믹스 이론상 기업가치는 약 128조 원으로 예측된다”고 평가했다.
김성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보스턴다이나믹스는 디자인·설계·제원 등 양산 속도 측면에서 우위에 있고, 로봇 인프라 확보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며 “테슬라 휴머노이드 사업 가치(2,800억 달러)에 현대차그룹 할인율 64.5%를 적용해 보스턴다이나믹스 시장가치를 993억 달러(약 146조 원)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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